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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손의 이름에 대한 설 본문

三國志

육손의 이름에 대한 설

neige 2012. 4. 1. 12:51





지금은 잠가두었지만 이전에 육손의 개명에 대한 설을 올린 적이 있는데 한줄요약하면 일웹에서 본 설정을 따라 육손이 손권에게 사관할때 복속과 해원의 의미로 개명했다는 것. 이 설에 근거해서 쓴 것이 별채에 있는 귤 나눠먹은 이야기인데 좀 부연을 해야할 필요를 느껴서.

진수도 사마광도 육손의 개명시점을 밝혀주지 않았다. 손오의 호적등본이나 개명신청서가 남아있는 것도 아니니 사서에 남은 게 없으면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는 것이 정답이다. 그러니 주연묘랑 주마루 죽간이 모두 번역되기를 기다려보자. 일부만 번역했는데도 벌써 손오는 한 멸망 이후에도 손권이 칭제하기 전까지 후한 연호썼다는 황금같은 사실이 발견되잖아. 나 더 늙기전에 번역 좀 해주십쇼 굽신굽신.

아무튼 주제로 돌아가면 그래서 명확한 시기를 모르니 유추라도 해보자는 건데 이게 육손전에는 꼬박꼬박 육손으로 나와있어서 본인의 전으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기전체로 삼국지를 쓴 진수의 의도는 이 시대를 파악하려면 좋아하는 사람만 골라 읽지 말고 내가 쓴 건 다 읽으란말야였을테니 다른 기록을 찾아보자.

첫번째 기록은 222년 촉서 선주전이다. 소열제폐하께서 이릉에서...그때 말이다. 여기에서 유비와 싸운 장수는 본문에 육의라고 되어있다. 육손의 바뀌기전의 이름인 육의다. 민음사판만으로는 좀 미심쩍으니 원문을 찾아보자. 육의대파선주陸議大破先主라고 되어있다. 이릉은 굳이 추가 설명하지 않아도 될 큰 사건이다. 이런 사건에서 적의 총사령관 이름을 개명 전 이름으로 잘 못 기록했을 가능성은 낮으리라 본다. 그러니 적어도 이릉 당시에는 육손은 아직 육의였을 가능성이 높다.  

두번째 기록은 228년 주방전에 있는 석정전투에 대한 기록이다. 주방은 조휴를 속이는 일곱개의 서신중 세번째 글에서 육손을 육의로 칭하면서 육의는 반장과 매부로 토벌하러 갔다-고 언급하고 있다. 육손이 석정보다 수십년전인 사관시점에 개명했다면 조휴는 그게 누구?라고 했을테니 석정 시점에서도 아직 육손은 육의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 대체 육손은 언제부터 육의가 아니라 육손인걸까. 여전히 알수는 없지만 확실한 것은 사관 시점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거다.  내심으로는 사관 시점이 아니라면 손권이 후계자문제로 질책할때쯤은 어떨까 싶다. 이름에 얹힌 분위기와 무게와 의미를 원래의 설정에서 끌어온 채로 시점만 바꾸면 말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럼 더 어둑어둑해질수도 있겠지. 

노년에 개명한 이엄의 경우도 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촉서에는 내내 이엄으로 언급하다가 실제 개명한 시점에 가서야 이평이라고 바꾸어 언급해주었다. 진수가 촉나라 사람이라 이엄이 언제 개명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았어도 육의가 언제 개명했는지는 모를 수도 있으니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일괄적으로 오서에서는 주방전의 서신 인용을 제외하고는 이름이 싹 육손으로 바뀌어있다는 것이 미묘한 기분이 들기는 한다. 다른 문화권이지만 로마에서는 기록소멸형이 있었고 동양권에서는 역적의 이름자를 바꾸거나 그 이름자를 쓰지 못하도록 하는 일이 종종 있어왔다. 그렇다면 서로의 갈등이 결국 한쪽을 잡아먹을 시점이 되었을때 이름이 강제적으로 바뀌었을거라는 상상도 설득력을 가진다. 

물론 손遜이라는 글자가 뭐 그리 처참한 글자도 아니고 징벌적 의미의 개명이었다면 사서에 남았을테니 아무 기록이 없다는 건 그냥 어느 날 자고 일어나 50년 넘게 살았더니 이 이름도 이제 지겨운데 이름 바꿀까봐요 이왕이면 주군 성씨 넣어서 겸손하게 바꿔볼게요♡하고 상큼하게 바꿨을지도 모를 일이다.

결론이 명확해진것도 아닌데 굳이 부연해둔것은 오래된 글이지만 누구든 볼 수 있게 열어놓은 이상 아무튼 설정은 설정이고 그래서 언제든 원전의 증거가 나오면 뒤집힐 수도 있다는 걸 남겨두고 싶어서다. 내 고유의 설정도 아니었고 나는 그 설을 좋아하니까 누가 그걸로 뭘 쓰거나 그리거나 한다면 즐겁게 보겠지만 논문배틀 논거로는 안 쓰기를 바란다. 허점이 있는 설정이라도 아무튼 마음에 들게 나왔으니 귤 얘기를 수정할 생각은 없지만.

설정 다 뒤집어져도 좋으니 주연묘랑 주마루 죽간 번역 좀 빨리요. 손권이 양축을 시켜 육손을 책한 20개 조목 사본이라도 나오면 내용이 그냥 불행의 편지라고 해도 춤이라도 출게요.



뱀발
본방 달릴 때는 정신없어서 몰랐는데 소봉 연기는 좋구나. 육손이 내 기준으로 넘쳐서 오글거렸던 건 극본과 연출과 투구가 문제였다치고;; 이대로면 우리 동오도 끝장이라고 소리칠 때 눈 좀 봐 세상에. 가끔 난 육손이 정말 냉정하게 애정도 충성도 없이 가문의 온존을 위해 손씨를 이용하다가 정치놀음에 져서 역으로 당한 거면 차라리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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