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삼국은 캐스팅 정보가 불친절하기 그지없어서 공홈에 나와 있는 인물 말고는 주조연급의 인물은 알려지지도 않은 채로 본방에 들어갔다. 덕분에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 알 수 없다가 나오는 것 같은데 정사 비중에비해서 터무니 없이 적게 나오고 사라진 인물도 있고-하후돈이나 곽가처럼-딱히 반갑지도 않은데 미리부터 나와서 비중 늘어나는 바람에 복장터지게 하는 인물도 있다.-마속이라든가 마속이라든가 마속이새퀴야 왜 벌써 나오고 난리야엉어엉엉. 삼국지 자체가 나오는 인물만도 한둘이 아니고 드라마라는 한정된 시간 속에서 어디를 강조하고 어디를 생략하고 어디를 살붙일건지에 따라서 인물의 비중이 줄고 늘고 하는 건 물론 당연하다.하지만 이런저런 불만에도 기대 이상으로 쏠쏠하게 등장해줘서 고마운 인물도 있었으니 하나는 여몽이고 하나는 노숙이다. 제작진이 나름 오나라에 신경을 쓰기는 쓴 것 같은 느낌이 드는게 이 두 사람때문이기도 하고. 물론 신경을 써줬다는 말이 꼭 참 잘그려줬다는 말과 같은 뜻은 아니다. 아무튼 그런 의미에서 신 삼국의 여몽이야기를 해보자.
여몽의 첫등장은 행군 중에 손책의 부고를 듣는 주유의 뒤에서였다.
시점을 생각하면 눈물나는 노안의 스물 세살 청년이었으나 그뒤로 늙지 않았으니 그걸 생각하면 그리 손해보는 건 아니고. 드라마를 보던 나는 백부가 죽었음에도 주유의 뒤에 여몽을 넣어준 제작진이 고맙다는 생각에 기뻤다.이런 것만봐도 난 확실히 오파는 아닌것 같지만; 아니 그러길래 누가 백부를 그렇게 느닷없이 삼고초려 시점에서 죽이래...
생각보다 일찍 제대로 등장해줬다는 사실에 형주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여몽을 봤다는 사실에 흡족했는데 본격적으로 적벽이 시작되자 어라? 여몽이 대도독의 곁을 떠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기쁠 수가!! 거기다 감녕이랑 같이 다닌다는 사실도 그저 보기만해도 좋았고. 그런것치고는 감녕 비중이 정말 적었다는 슬픔은 있지만ㅠㅠ
밤에 우르르 찾아와서 주도독한테 싸우자 말자 의견내는 오나라즈라는 장면 자체도 재미있어서 참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감녕 서성 정봉이랑 같이 온 여몽은 소설이나 드라마나 좋더라. 능통은 어디다 버린겨 싶기는 했지만^.ㅠ 앞으로도 숱하게 나오는 장면인데도 요렇게 손모으고 대도독하는 여몽은 몹시 좋고.
짤로 보니 좀 뿜기는데 실제로 봐도 뿜기지만 나름 절도 있게 신호보내는 여몽. 저 기합 들어간 것 좀 보세요. 여기서도 주도독이 조조 군세 살피러가면서 여몽 대동하는 거라서 이렇게 계속 흡수하면서 성장하겠지 싶어서 좋았다.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많이 생각하고 그렇게 괄목으로 쭉쭉.
오우삼 적벽 보면서 주랑한테 북쪽에서 소식이 왔어요 소근소근하는 병사가 여몽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신 삼국에서 꿈☆이 이루어졌다!! 능청스럽게 장간 속여넘기는 주도독과 여몽이라니 흐뭇하게 서로 자축하는 주유소교커플보다도 이쪽이 더 즐겁고.
아예 몰아주기로 작정했는지 원래는 서성 정봉이 가야할 군사님 추격도 여몽이 맡았다. 동남풍이 불지않으면 군법으로 죄를 물어 공명을 죽이라는 명은 받아놓고서 그런데 바람 불면 어떡하나요 묻는 게 귀엽고. 바람이 이미 불었으면 공명은 소용이 다 했고 남겨놓으면 후환이니 죽이라는 주랑의 답에 그제야 복명하는 것도 귀엽고. 난데없는 소교의 도움으로 공명을 놓치고 닭쫓던 개 마냥 허탈해지는 것까지는 좋았는데....이왕 나온거 자룡한테 활로 능욕당하는거 아몽버전으로 보고 싶었는데 안 나와서 아쉽더라ㅠㅠ 사실 군사님 모셔가는 자룡이 성내면서 화살로 서성정봉 탄 배 돛 끊어놓고 다시 한 번 투구 쏘아 떨어뜨리는 장면은 진짜 좋아하는 장면이라서 매번 적벽가에서도 그 부분은 반복반복해서 듣고 있는데...아몽 투구 떨어지는거랑 중심 잃은 배에서 휘청거리는 거 보고 싶었다고ㅠㅠㅠㅠㅠㅠㅠㅠ
적벽 후에도 주랑 곁에 있는 건 변함이 없어서 낚시하는 주랑에게 왜 유비한테 군량 갖다주라는 명령을 내리는 건지 물어보려고 안 가고 서성서성하기도 하고. 주랑이 별로 답답해하는 티 안내고 이러저러하니까 다녀오렴해주는 것도 이런식으로 배웠겠구나 싶은데다가 또 들으면 이해를 하는게 기특하고. 제대로 낚은 주랑이랑 서로 보고 웃는것도 앞으로는 보기 힘든 웃음.
군량 전해주러 유비 진영에 갔다가 어쩌다보니 유비한테 손도 잡히고. 일단 손 잡으면 모두 자기 편으로 만드는 마성의 주군에게 잡히고도 다행히 여몽은 세뇌되지 않은 것 같지만 사극의 시청자라면 그렇듯이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길지를 아니까 기분이 더 묘해. 거기다가 용병 두 글자 꼬투리 잡은 건 잘 했는데 사실 그거부터 유기 소식듣게하는 전체가 다 수어가 짜고치는 고스톱에 피박 쓴것 같은 예감도 들고. 이 부분은 자막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남군에서 조인의 매복에 당할때도 주랑 옆에는 아몽.
화살 맞아 낙마하는 대도독을 보고 달려온 것도 불화살비에서 도독을 지키려고 애쓰는 것도 아몽.
그 고생을 하면서 애쓰는 사이 조운이 와서 새치기한 남군을 보고 정말로 쓰러진 도독 곁에 있는 것도 아몽.
손유혼인에서도 유비 죽이려다가 노숙때문에 1차 실패, 감로사에서는 손소매때문에 2차 실패하면서도 아무튼 애썼고. 생각보다 자주 나오는 쇠를 진흙처럼 자르는 청강검때문에 자룡에게 굴욕당하고서도 자룡이 주군을 못 모신죄로 공명에게 장형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하면서는 그렇게 좋은 인재가 그런 일을 당하다니 아쉽아쉽...하는 바람에 또 웃게 만들고. 뭐 하긴 둘이 만났으면 본투더무장기질때문에라도 잘 지냈을 것 같기는 하다. 자룡 자체가 절친은 안 만들어도 적을 만드는 편은 아니었으니까. 여몽도 어릴때 욱하던 기질 빼고나면 그 성깔있는 감녕이나 우번이랑도 이러럭저럭 잘 지낸 걸로 봐서 잘 받아주는 편이었을 것 같고. 제대로 허러ㅏㅗㅇ래니하는 표정이 캡쳐되어버렸지만 아무튼 아몽 성깔 보여서 좋았다는 뜻이다.
결국 기생유 하생량 탄식하는 주랑의 임종까지 여몽은 주랑의 곁을 지키게 되더라. 점점 무너져가면서 생의 끝을 바라보는 주랑의 곁을 지키는 여몽이라는 설정은 영삼의 주랑을 지키는 능통보다도 백만배 더 좋아서 제작진에게 감사백배할 부분.
공적으로만 이리저리 여몽이 등장해주는 것 뿐만이 아니다. 원작에도 없는 참견을 해서 소교와 주랑이 별거에 들어간 것은 주랑에게는 슬픔이지만 나한테는 기쁨이었던게 소교 오지랖이며 비중이 마음에 들지 않던 이유도 있지만 전이라면 소교가 했을 일을 아몽이 하고 있다.
백부 죽음때 이미 충성서약했는데도 자꾸 동오의 주인은 난데 병권은 도독이 가지고 있네 어쩌네 하고 속시커멓게 구는 손권때문에 열받은 주랑의 음주를 막다가 호되게 얻어 맞고서도 절 때려죽이셔도 도독이 술 드시는 것만은 안됩니다 하는 부분은 또 울컥ㅠㅠㅠㅠㅠㅠ
일단 주유가 진정하자 단 아래로 물러나서 주군이 어려서 그렇다고 위로해보지만 별 소용없고 탄식하는 주랑을 뒤에서 지켜보는 것도 참...그러고보니 이것도 복선이었나보네...제작진 네 이 악독한 놈들...ㅠㅠㅠㅠ
약달여주는 사람이 시동인줄 알았다가 아몽인걸 봤을때의 흐뭇함이란. 거기다가 대도독의 연주는 어쩌고...하는 말을 해서 주랑이 오랜만에 웃으면서 네가 그런말도 할 줄 아느냐고 하는 장면도 훈훈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