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ㅓㅏ가 보고싶은 밤에 테르미도르를 읽어보자 본문

ㅓㅏ가 보고싶은 밤에 테르미도르를 읽어보자

neige 2012. 3. 3. 01:08

소도 때려잡을 것 같은데 눈 촉촉한 김언니 수줍은 만물박사로 나까지 부끄럽게했던 김언니
그러다 이냥저냥 보던 오스타 앞에서 날 일어나 앉게 만든 검은눈동자였는데ㅠㅠ 애칭이 샤샤 미샤 까쨔라도 좋다 개연성이라고는 없는 러시아 애칭따위 아무튼  변방마을 소년병출신으로 맨손으로 총도 박살낼 것 같지만 사실은 전장에서 숨죽여 끄윽끄윽 울 줄 아는 러시아 남자가 부르는 검은침엽림냄새 뜨거운눈물냄새 나는 검은 눈동자였는데ㅠㅠ 전선 따라다니는 여자 무리중에서 오래 전에는 떠돌아 온 남쪽처럼 햇빛 냄새 났겠지만 지금은 그런 건 없이 못되고 닳았지만 그래도 옛날 맨발로 춤추던 시절이 문득 되살아나는 집시 여자 등장하는 단편 하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검은눈동자였는데ㅠㅠ 왜 음원을 안 낸거야 김언니ㅠㅠ 
그래서 보드카를 열려다가 생각해보니 감기약을 먹어서 다시 닫았음. 내 간은 소중하니까요. 

보드카 대신 쓸쓸하니 독하고 짠한게 보고 싶어져서 테르미도르 복습중.
프랑스혁명 모르고 봤을 때는 헐 뭐 이렇게 무서운 일이 다 있담 하고 놀랐고 그래서 더더욱 프랑스혁명 안 팠는데-순정만화 장르 걸고 나와서 3권짜리 짧은 분량 안에 단두대가 몇번이나 나오고 학살이 몇 건이고 주요인물이 몇명이나 죽는지 알 수 없으니 나름 섬세한; 10대에는 ㅅㅂ 혁명 무서워가 될 수 밖에- 레미즈때문에 이거저거 읽고 보니까 절절하게 더 무섭다. 9월 학살부터 숨이 턱 막히는게 증오와 공포를 소환하기 위해 희생하는 피, 줄르와 유제니가 위와 아래와 안에서 느끼는 모순, 세자르가 느끼는 혐오, 그 모두를 알면서도 묵인하고 이용하는 정치놀음. 위고옹의 <93년>의 배경이 되는 방데반란도 잠깐이나마 스쳐지나가고 피묻은 유제니를 비아냥 거리는 사람들의 사 일라-도 이제 보니 싸 이라였구나. 그리고 마라. 실제의 마라는 이렇게 젠틀하지 않았지만, 청년의 멘토 이런건 더더욱 아니었지만, 지하실에 숨어다니면서 트윗만 펑펑 날리는 키워같은 느낌이지만, 여기의 마라는 일단 다비드가 그린 마라랑 닮았는데...됐어ㅠㅠ 유제니는 남자 보는 눈이 틀렸어ㅠㅠ 아니다 애초에 유제니 눈에 들 남자가 이 시기에 대체 누가 있나ㅠㅠ 그나마 여자는 잘 골랐는데ㅠㅠ

내가 본 중에서 세상에서 제일 예쁜 생 쥐스트, 베르사이유의 장미에서 오스칼이 저기 여자가 있어!라고 놀라는 장면이 나오기는 하지만 테르미도르의 생 쥐스트가 제일 예쁘고 쓸쓸하고 뜨겁고 슬프다. 로베스피에르가 저 멀리 화신처럼 아득하고 간접적으로 그려져서 더 그렇지만. 한 마디 한 마디가 다 어쩌면. 로베스피에르와 세우려고 꿈꾸었던 공화국에 대해 상퀼로트도 부르주아도 없는 어떤 단단한 것-이라고 말하는 생 쥐스트의 염원 아래 바로 깔리는 "혁명은 자신의 자식들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에 이은 에베르파와 당통의 처형. 유제니와 최후의 대화에서도 "어째서 혁명이 이처럼 얼어붙어버린 것일까?! 처음 모든 제3신분의 적은 하나였다. 구체제! 그땐 우린 일치단결했지. 그리고 혁명의 세포분열.  이미 성공한 부르조아지와 농민은 이 수레바퀴를 그만 굴리자 하고 아직도 성공하지 못한 상큘로트는 더욱 미친 듯 굴리자 한다. 열정은 식고 욕망의 역학관계만이 좌충우돌! 그렇다면 우린 결국 불가능한 꿈을 꾼 것인가? 십만이 죽고 백만이 죽어도! 이루지 못할 환상의 공화국? 자유와 평등은 결국은 병립할 수 없는 허상의 개념일뿐인가?!" 이건 프랑스 혁명이 가지고 있던 최대의 문제점이고 끝내 혁명이 답을 내지 못한 문제다.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혁명을 사랑해왔는가-."라는 마지막 자문까지.  

위고옹은 앙졸라스를 생 쥐스트에 비유하지만 사실은 장미니 천사니 하는 묘사는 몰라도 생 쥐스트에는 공감 못하는 게 나한테 콱 박힌 생 쥐스트는 이 생 쥐스트라서. 앙졸라스는 어쩌면 평생, 바리케이트의 마지막까지도 자신들이 꿈꿨던 그 모든 게 불가능할 거라는 생각은 절대로 안 했을 것 같단 말이지. 긍정의 힘 이런게 아니라 틈을 만들 수 없는 완벽한 한 덩어리로 된 단단한 신념같은거. 문제는 나는 어디까지나 책 밖에서 그 이후의 역사를 보는 입장이라서....아무튼 테르미도르의 생 쥐스트는 좋다. 혜린샘 주인공들이 유리핀부터 가라한 아사에 이르기까지 정치에서, 정확하게는 정치의 더러움에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고 신념을 지키는데 반해서 이 생 쥐스트는 그 한 가운데에서도 다시 우리가 혁명을 얼마나 사랑했던가-묻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물론 주인공이 아니라서 가능한거겠지만.

문제의 테르미도르의 반동을 주도한 이들의 입장 역시 줄르와 푸셰의 대화로 간결하고 분명하게 드러난다.

"에베르파를 절단냈으면서도 그는 민중운동에의 환상과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있어. 이미 상 큘로트는 그를 믿지 않는데도 말이야..."

"그렇다면 차후 당신들의 정책 방향은?"

"아아, 연구해 봐야지. 지금은 정변의 성공이 급선무니까..."

"혁명의 이념에 관한 비전은?"

"혁명은 끝장났어! 미래의 우리의 적은 위에 있는게 아니라 아래에 있소. 상 큘로트라는 폭발물."

핵심은 이거였다. 테르미도르의 반동이 혁명을 죽였다고 비난 받는 이유, 이후 100년간이나 다시 삽질을 하게 만들었던 이미 이룬 자들의 반역, 결국 코뮌으로 사회주의로 이어지게 되는 긴 싸움의 시작. 

"처음 이 혁명은 폭력적이긴 했으나 정당한 열정으로 출발했소. 지금 당신의 말대로라면 혁명을 평가절하하거나 거꾸로 돌린단 얘기요! 확실한 대의명분도- 정책방향도 없이-! 얼치기로 출발하는 정권은 오래도록 명예롭지 못할 것이오." 

줄르의 비난대로다.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테르미도르의 반동은 결국 죽쒀서 나폴레옹 줬지. 그러니까 마리우스는 좀 반성해라. 심정적으로 자코뱅이 주었던 공포, 혼란스러운 시기에 강력한 지도자에 대한 동경, 위대한 프랑스에 대한 향수,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닌데 어떻게 보나파트르빠가 될 수가 있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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