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공 후기도 아직 쓰다만 상태고, 생각했던 단편이며 샤부이에 시리즈도 진도 느린 채로 뭐하고 있나 싶기도 한데 아무래도 일이 일이다 보니까 한글창 여는게 싫어서 단순노동으로 회피중.
센스있는 답례품, 트렌디한 인테리어 소품, 나름 핫 아이템인 소이캔들인데 덕후 손에 닿으면 최애캐 구현에 쓰이는 법. 아 내가 말했지만 부끄럽다...ㅇ<-<
처음부터 그랑테르 캔들을 만들자고 의도한 건 아니고 새로 생긴 캔들재료 사이트에서 압생트향을 파는 걸 발견한데서 일이 시작되었다.
압생트하면 R이 죽기 전에 마신 술 중의 하나라는 게 떠오르고 하는 김에 압생트향 캔들이나 만들어서 바리케이드 데이에 태워줄까 싶기도 하고 그렇잖아도 레드 로지스로 앙졸라스 캔들을, 시트론 드 빈으로 그랑테르 캔들을 만들어 본 적이 있으니 이 김에 제대로 만들어 볼까해서 질렀다. 사실 압생트향이 어떤 향인지 궁금했음.
그랑테르는 걸상을 당겨다가 식탁에 앉았다.
지블로트는 그랑테르를 보고, 두 병의 포도주를 식탁에 놓았다.
그래서 세 병이 되었다.
"너, 그 두병을 다 마실거야?"하고 레글이 그랑테르에게 물었다.
그랑테르는 대답했다.
"다들 영리한데 너만은 순진하구나. 두 병 술에 놀라는 놈이 어디 있어!"
...
그랑테르는, 정오경부터, 몽상의 빈약한 원천인 포도주를 넘어섰었다. 포도주는 진짜 술꾼들에게서는 인정을 받는다는 성공밖에 없다. 만취에 관해서는 마술과 요술이 있는데 포도주는 요술에 불과하다.
...
손 아래 아편도 없고, 해시시도 없었으므로, 그리고 머릿속을 어스름으로 채우고 싶어서, 브랜디와 스타우트, 압생트의 그 무서운 혼합주의, 그토록 무서운 혼수상태를 빚어내는 그 혼합주의 도움을 청했다. 영혼의 납은 맥주와 브랜디, 압생트, 이 세가지 김들로 만들어진다. 그것은 세 가지 암흑들, 하늘의 나비도 거기에 빠져죽는다.
1832년 6월 5일 아침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그랑테르가 마신 술은 와인, 맥주, 브랜디, 압생트.
머릿속을 어스름으로 채우고 싶어서 마시는 그랑테르가 짠한 것은 별개로 점점 도수가 올라가는게 보이기도 하거니와 쿠르페락에게는 입닥쳐 술통아 구박을 받고 앙졸라스에게는 바리케이드를 모욕하지 말라는 경멸을 받을만큼 취해서 그대로 곯아떨어지는게 당연하고 총에 맞지 않았어도 깨고나서 숙취로 죽을 만큼 괴롭지 않았을까 싶은 조합인데 맥주나 브랜디향은 아직 시판되는 프래그런스 오일 중에 없고 제일 비슷한 게 시트론 드 빈, "스파클링한 샴페인 향과 따뜻한 흙내음이 조화된 향"이란다. 솔직히 흙냄새는 모르겠고 달달한 술냄새 비슷한 따뜻한 느낌의 향은 맞다.
넓게보면 샴페인도 와인인 것도 있고 압생트 관련해서 찾아보다가 헤밍웨이가 친히 만드셨다는 압생트 칵테일을 보고나서 이거다 싶었다.
Death in the afternoon오후의 죽음, 헤밍웨이의 소설 제목이기도 한 칵테일은 압생트를 따르고 거기에 샴페인으로 나머지를 채우는 레시피로 링크해놓은 위키에는 나와 있지 않은데 압생트는 죽음, 샴페인은 삶은 뜻한다는 해석도 있는 모양이다. 바리에이션 중에 가니쉬로 장미꽃잎을 띄우는 경우도 있다고. 이거 딱 ER이네. 뮤지컬에서는 동틀 무렵에 최후를 맞이하지만 원작에서는 정오가 지난 후 총공격이 시작되고 그랑테르가 앙졸라스에게 허락하겠나-물었던 시간은 오후였으니 옳다구나 헤선생님이 떠먹여주시는대로 넙죽.
당연히 용기는 와인병으로 하려고 작정하고 하프보틀도 마련했다.
문제는 병입구가 좁음->심지탭이 안들어감->일단 왁스를 붓고 굳을때쯤 꽂아버리자->가지고 있는 심지가 짧아서 고정이 어려움->생각해보니 불붙일때도 이 상태면 곤란하겠는데->일단 와인병은 포기->이미 녹인 왁스는??
뭐 그랑테르도 딸기잼은 먹고 살았겠지...청정원은 아니었겠지만;
와인라벨 모양으로 라벨 편집도 생각해놨는데 모양 빠지게ㅠㅠ
순서는 아래부터 시트론 드 빈, 허니, 압생트.
칵테일과 역순인 건 6월5일에서 6일의 타임라인을 따라가기 위해서도 있고 결국 그랑테르는 죽고 나서 천국의 바리케이드에서 앙졸라스랑 오래오래 잘 살았을거니까. 거기서는 DWM를 좀 다르게 부를 수 있겠지. 압생트를 얹기전에 허니를 얹은건 그 사이에 꿀잠을 잤다는 거라고 갖다 붙이고 싶지만 사실은 압생트랑 시트론 드 빈이 바로 섞였을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자신이 없어서였다. 내 후각은 소중하니까.
문제의 압생트향은 오일 향만 바로 맡았을 때는 음, 괜찮네싶게 쌉쌀하고 거기에 쏴한 향도 섞인 남성적인 향인데 프래그런스 오일이라는 게 바로 맡는 것과 뜨거운 왁스랑 섞었을 때의 향이 다르고 식었을때의 향이 다르고 거기에 불을 붙였을때의 향이 또 다른데 뜨거운 왁스에 섞인 압생트향의 발향력은 초강력ㄷㄷㄷ 캔들 만들면서 아낌없이 오일 때려넣는 편인데 다시 만들 때는 압생트향은 8,9% 정도만 해도 충분할듯 싶다. 너무 향이 강해서 만들고 몇시간 동안 식탁 근처에도 안 갔는데도 내 방에 앉아서도 압생트향이... 여기에 차곡차곡 마신 술냄새가 더해졌으면 으악 그랑테르 굉장했겠다 싶다. 거기다 비오는 6월이었지. 그 술냄새를 맡으면서 밤새도록 묶여있었을 경감님 애도...취해서 곯아떨어진 그랑테르가 뭐리고 술주정하는지 어쩔 수 없게 듣게되는 경감님 이야기 같은거 재미있겠다.
불울 붙여보니 갓 만들었을 때만큼의 파워풀한 발향은 아닌데 담배냄새나 생선냄새같은 걸 없애기에는 최고겠다 싶은 수준이라 여기 대면 어설픈 시트론 계열 향은 힘을 못 쓸듯.
여튼 나중에 긴 심지를 사고 오일 비율을 조절해서 와인병에 다시 만들어볼까 생각중.
정 힘들면 디퓨저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으니까.
중간중간 1830년대 와인라벨을 찾아보거나 하는 식으로 수렁에 빠졌다가 바쁜데 지금 뭐하나 싶어서 접었다가 또 궁금해서 이 당시 파리의 질낮은 와인을 파는 집에서 공급했을 법한 와인과 브랜디는 도대체 뭐였을까 코랭트 삽화별로 찾아보면 병 모양으로 봐서는 완전 흔한 보르도 스타일인데 하면서 이것저것 쓸데없이 의미부여해가면서 만들다보니 나름 적절하게 스트레스도 풀리고 꽤 재미있어서 내년 바리케이드 데이 목표로 한 사람 한 사람 전부 만들어볼까 이것저것 궁리중. 다음은 아마도 졸리. 어울리는 향이랑 컨테이너가 바로 떠올랐다ㅋ일단 있는거 태우고 난 뒤에 만들어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