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가 부모님댁에 있는데다가 볼 때 하도 졸아서; 확인은 어려운데 출판 시기와 영화 개봉 시기도 그렇고 사탕가게하면 어울릴 것 같은 둥글둥글한 자베르가 아마도 맞는듯-확인 가능하신 분 혹시 틀렸으면 정정 환영합니다!-그나저나 팡틴 이렇게 보니 예쁘네. 당시에도 책을 팔때 영화 마케팅은 유효했던 것일까. 안을 보면 이렇다.
컬러 인쇄의 위엄. 정확하게는 2도 인쇄가 되려나. 아무튼 색깔이 들어가 있음. 세계대작도 아닌 거작전집.
여기서 한장 더 넘기면.
위고옹의 젊은 시절 초상화. 나이드신 초상화만 주로 보다가 젊은 시절 보니 마리우스 닮았다,
콧구멍은 안 보여서 정열적인 콧구멍인지는 모르겠지만.
서문. 서문을 세로로 보니 어쩐지 더 쿵하는 느낌.
발행일자. 2권은 1967년, 3권은 1968년인데 꽤 텀이 있다. 62년 번역 당시 완결까지 5년이 걸렸다고 했으니 텀은 아마도 그때문일듯.
1962년에 원작 100주년 기념으로 기획출판된 전집의 재판본이 아닌가 싶은데 몇쇄인지 알 수가 없음.
최초의 완역본이지만 오래된 레미즈 책이야 많고도 많고 첫 소개작인 <ABC계>도 아닌데 굳이 포스팅을 하는 이유는 흔히 퍼져있는 아베쎄 부분이나 바리케이드 부분이 당시 우리나라 정치적 사정때문에 생략되었다는 이야기 때문. 80년대에 출판된 책은 어땠을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이 책은 아베쎄 부분도 바리케이드 부분도 생략하지 않고 그대로 싣고 있다. 이렇게 아베쎄의 벗들 소개가 나오고.
앙졸라스도
콩브페르도
레글르도
앙졸라스의 바리케이드 연설도 모두 실려있다.
60년대의 정치 상황에 민감할 수 있는 아베쎄의 벗들이나 바리케이드 연설이 생략되지 않았다고 이 시절이 생각보다 나았다거나 괜찮았다는 이야기는 당연히 아니다. 당장 이 번역본이 출간되던 해에 있었던 일들만 찾아봐도 남의 나라 옛날 혁명이 책 속의 이야기가 아닌 당장의 현실. 그럼에도 삭제를 피한 건 아마도 고전명작의 타이틀을 걸고 있고, 첫 완역본이었고, 그리고 어쩌면 높으신 분들이 검열하다 워털루 전투 즈음에서 위고옹의 수다에 지쳐 고꾸라져서 아베쎄의 위험성을 몰랐을 가능성 등등...여러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당시 분위기가 유해서는 아닐듯.
읽는 사람들에게 과연 어느 정도 아베쎄와 바리케이드가 어필했을지, 12영화 레미즈때처럼 대선과 맞물렸던 그 정도의 반향이 있었는지, 혹은 당시의 현실때문에 더 큰 반향이 있었는지는 또 모르겠다. 완간 무렵에는 청소년 권장도서나 우량도서로 꼽혀서 추천을 받았으니 이때 레미즈의 바리케이드를 읽고 70년대 80년대를 살았던 분들도 계시긴 할거다. 책 뒤에 있는 아버지의 메모로는 헌책방에서 70년대 말에 구입하신듯. 10주년 레미즈를 보시다가 앙졸라스를 보고 아니, 새파랗게 젊은 애가 나와야 할 역에 어디서 저런 아저씨-10주년 앙졸라스 팬분들 죄송합니다ㅠㅠ-를 데려왔냐고 실망과 실소를 금치 못 하셨던 걸 보면 아버지도 아베쎄를 기억하고 계시긴 한건데 부끄러워서 못 여쭤봤음.
아빠, 그 레미즈 혁명하는 애들 중에 대머리애 하나 혹시 기억하세요? 레글르라고 귀여운 애...-라고 어떻게 여쭤보겠어 ( mm
80년대의 번역본은 학급문고로 들어온 아동도서 장발장 밖에 접해보지 못해서 실제 삭제 의도와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정치적인 의도로 삭제가 된 거라면 그 시대가 오히려 더 후퇴했다는 증거가 될 거다. 정치적 의도의 삭제가 아니라 팔려다 보니 너무 길어서 자른 쪽이라고 해도 좋은 현상은 아니긴하고...
이런 무거운 얘기 말고 재미있는 발견도 있었다.
없어보이는 걷어차기는 그렇다치고 태껸에 능한 그랑테르ㅋㅋㅋㅋㅋㅋㅋ
개량한복 입고 이크 에크 이크 하고 나서 막걸리 사발로 들이키는 문리대 과방 지박령도 아니고ㅋㅋ
아프쌩뜨술 말고 빼갈 마시고 취할것 같음ㅋ
시대의 반영은 쿠르페락의 대화에도 보여진다.
바지가 아닌 즈봉을 팔라니 더 빈곤하게 느껴짐ㅋㅋㅋㅋ 즈봉이라는 말 자체를 실생활에서 들어본 적이 없어...고등학교 조회때 교장 선생님 훈화때 즈봉이라는 말이 나왔는데 다들 뭐라고 하신거임? 물어봤던 것 같기도. 이 시기에는 멀쩡한 표준어였던걸까. 즈봉 자체가 프랑스어는 맞지만 우리나라에 들어온건 일본을 통해서였으니까.
그리고 자베르와 시장님의 대화는-
범우사 시장님의 "그래! 웬 일이야, 무슨 일이야, 자베르?"와 "파면시켜 달라고 하는데, 그것도 퍽 좋은 일이지."가 여기에ㅋㅋㅋ
공역자 중 한 분이 범우사 번역자시니 이 번역을 그대로 가져가신 게 아닌가 싶다. 범우사판 번역이 어딘지 묘하다던데 아마도 그래서가 아닐까. 미적미적거리다가 범우사 레미즈는 못 샀는데 안 사도 되려나. 다른 한 분은 민음사판 번역자신데 이 번역을 수정해달라는 민음사 요청에 수정하시다가 아예 다시 번역하셨다고. 덕분에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애써 번역해주신 인류의 불멸의 고전을 가지고 이러고 놀아서 송구합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