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는대로 정리하던 포스팅인데 요즘 검색어 걸리는 것 + 레미즈 보고 질문 듣는 것 위주로 다시 정리
1. 장 발장은 빵 한 덩이를 훔쳐서 19년의 징역살이를 했다. 빵 하나 훔쳤다고 심한거 아닌가?
장 발장이 감옥에 가게된 발단은 빵을 훔쳐서가 맞지만 처음 선고받은 형기는 5년.
그것도 단지 빵을 훔쳐서가 아니라 심야에 다른 사람의 집에 침입한 죄에다가 밀렵 혐의가 있었기 때문에 가중처벌된 경우다. 위고옹은 심야의 가중처벌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통상적으로 일몰 이후에 행해진 범죄에 대해서는 가중되는 경우가 많고 문제는 밀렵. 서양은 영미권과 대륙을 막론하고 밀렵에 대해서 엄격하게 처벌하는 것이 전통이었는데 로빈후드에 나오는 셔우드 숲의 사람들 대부분이 밀렵 때문에 도망자가 되었던 것을 참고하면 쉬울 것 같다. 물론 발장의 밀렵행위 자체가 헌팅피플 세이빙띵즈하려는 이유가 아니라 일곱이나 되는 조카들을 먹일 방법을 찾다보니 한 일이었지만.
이 밀렵 떡밥은 나중에 몽트뢰유쉬르메르에서 사격 실력이 뛰어났지만 무해한 짐승이나 작은 새는 쏘지않았다는 것으로 이어지면서 자베르의 의심을 사는 이유가 되어주고 바리케이드에서는 바리케이드를 임시 구원할 매트리스를 얻고 저격수를 위협해서 내쫓는 것으로 연결된다. 뮤지컬이나 영화에서는 발장이 인정 없이 저격수를 쏴 죽이는데 원작에서는 투구만 쏘아 떨어뜨리는 위협사격만 한다. 그래서 보쉬에가 옆에서 왜 안 죽여요?하고 붙임성있게 말을 걸다가 씹혔지ㅋ
5년의 형기가 19년으로 늘어난 이유는 프롤로그에서 자베르가 친절하게 말해주듯이 탈옥을 했기 때문. 처음 탈옥했던 이유가 의지할 유일한 가장이 감옥에 들어간 이후 흩어진 누이와 조카들의 소식을 처음 들었기 때문이었는데 그 후의 탈옥은 갇힌 짐승의 본능적인 움직임에 가까웠다. 사실은 이렇게 꾸준하게 탈옥시도를 하고 아무튼 담 밖으로 나올 수 있다는게 더 신기하다. 거기다 죄수들 의리있게 발장 탈옥하는 것도 자주 도와준다.
참고로 툴롱에 있을 때의 발장은 사회랑 오래 격리되어 있어서 그런지 탈옥을 해도 서툴러서 대부분 오래 도주하지 못하고 며칠, 심하면 몇시간 이내에 다시 잡혀들어왔다. 몽트레유쉬르메르에 있으면서 사회에 잘 적응했던 게 이후 도주의 성공에 도움이 된 듯.
이렇든 저렇든 첫 재판에서 손을 뻗어 일곱 명의 키가 다른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는 손짓을 하는 젊은 발장에 대한 묘사는 슬프다.
2. 자베르 뭐냐 빵도둑 하나 잡으려고 저렇게 쫓아다니냐?
레미제라블이 발장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자베르가 발장만 죽어라 따라다니는 집착의 화신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사실과 좀 다르다. 집착의 화신이 아니라는 게 아니라 발장만 따라다니는 건 아니라는 것.
발장과 자베르는 사실 서로 상당히 쿨한 관계다. 슬프지만 원작이 자비가 없다 다같이 위고옹을 원망하자ㅠㅠ 자베르가 죽었을 때 발장이 역시 미쳤었구나라고 생각한 걸 기회가 있을 때마다 끄집어내서 무정한 발장이라고 원망하지만 자베르도 발장 죽었을 때 비슷한 반응이었다. 심지어 이쪽은 참 잘 됐구나라고 생각했음; 그래도 자베르는 원래 그런 사람이라치고 발장은 사랑과 자비의 삶을 사는데 너무하지 않나, 무정한 발장ㅠㅠ 아무튼 원문의 표현을 빌자면 발장은 자베르가 쫓아야할 수많은 늑대 중의 하나였고 일단 잡고 나면 개는 잡은 사냥감을 잊고 새로운 사냥감을 찾아가는 법이다.
사망기사를 읽고 나서도 몽페르메유의 유괴 소문이 들려오자 직접 가서 테나르디에를 만나고 고르보 거리의 적선하는 거지의 소문을 듣자 거지로 변장해서 잠복하고 고르보하우스까지 쫓아가 가명으로 집 계약까지 하지만 이게 발장이 워낙 흉악하고 교활한 위험인물로 분류가 되어있기 때문이고 자베르가 그만큼 성실해서 그런 거지 특별히 사심이 있어서 괴롭히거나 따라다니는 건 아니다. 자베르가 달리 그 무렵 부랑자와 범죄자들에게 악마들의 제왕같은 존재였겠나. 다들 이렇게 하나하나 공정하게 정성껏 열심히 쫓아다녀서 그런 거지.
영화나 뮤지컬에서 Robbery 부분에서 혼자 중얼중얼하는 자베르의 머릿 속에는 성경만큼 두꺼운 프랑스 범죄자 리스트가 팔랑팔랑 넘어가면서 전과자 + 날 알고 있음 + 여자애를 데리고 다님 + 적선을 베풀고 다님 + 연령과 체격 등등의 조건에 맞는 장발장이란 결론이 나온 거였지 그림자만 봐도 저건 장발장? 하는 건 아니었다는 말이다. 발장 쪽에서야 원작에서는 누가 집만 물어봐도 자베르가 보냈나ㄷㄷㄷ 굴뚝 그림자만 봐도 자베르가 왔나ㄷㄷㄷ할만큼 진저리를 치지만ㅋ
발장 회개했는데 왜 괴롭히냐-고 한다면, 자베르는 발장이 회개한 사실을 자기를 놓아줄 때까지 모른다는 걸 생각하자. 읽거나 보는 사람이야 오오 은촛대를 받고 흐느끼면서 새사람이 되었구나 하지만 자베르가 독심술을 하는 것도 아닌데 알리가 있나. 물론 마들렌으로서 선행을 베푼 걸 보고 좀 깨닫는 바가 있어서 관용을 베풀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럴 줄 알면 그건 자베르가 아니고 자베르의 관점에서 보자면 발장이 마들렌으로 있으면서 한 일은 가석방위반, 신분사칭, 공문서위조, 사기에 이르기까지 한 두가지 범죄가 아니다. 이미 발장은 단순한 빵도둑 이상의 거물급 범죄자. 거기다 불쌍한 쁘띠 제르베의 40수까지 훔쳤고. 객관적으로도 힘도 센데 머리까지 이렇게 비상하고 대담한 범죄자라면 위험할만 하지 않나.
더해서 레미즈에 나오는 범죄자들의 면면을 보면 발장 말고는 회개한 범죄자가 아무도 없다. 테나르디에는 물론이고 파트롱 미네트도 그 수하들도 누구도 회개하지 않는다. 심지어 몽파르나스는 배가 고파서도 아니고 본인의 허영심을 위해서 사람을 죽이는 다분히 현대적인 냉혹한 범죄자인데 발장의 훈계를 직접 몸으로 듣고도 반성하는 빛이 조금도 없다. 자베르가 평생 접해온 범죄자들이 이렇다면 발장에 대해 편견을 갖는 것도 어쩔 수 없지 않나.
...아 실드치기 힘드네ㅇ<-<
아무튼 결론은 자베르가 머리맡에 발장 초상화 붙여놓고 아침에 눈 뜰 때마다 오늘은 잡고 말테다 24601 중얼거리면서 일어나는 그런 발장 한정 스토커는 아니라는 거다. 그냥 모든 범죄자의 스토커인데 위고옹께서 꾸미신대로 발장이랑 그렇게 운명적인 순간에 자주 마주쳤을 뿐...
3. 마리우스네 집 부자네 코제트 팔자 고쳤네
마리우스의 외조부 질노르망이 왕당파로 집과 연금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연금은 질노르망이 죽으면 끊기는 연금이고 질노르망은 아흔이 넘은 노인이다. 그러니 마리우스가 집안과 연을 끊거나 잇거나 상관없이 그 돈은 어차피 마리우스 돈이 아니다ㅋ 멋있는 척 내가 번 돈 아니야 하지마 임마 사실 좀 설레여서 화가 났.. 결혼시키기 전에 질노르망 노인이 할아버지는 앞으로 20년은 내가 살아서 연금을 받아줄 테니 걱정은 없는데 그 뒤면 너네는 어떡하니라고 하고 있고 이 영감님 진짜로 100세는 충분히 넘기셨을것 같지만.
영화에 그려진 화려한 결혼식 비용은 누가 댔는지는 몰라도 발장이 코제트의 지참금으로 내놓은 돈은 58만 4천프랑이다. 마들렌 시절 검은 구슬 공장으로 번돈에서 100만프랑 이상은 자선사업에 쓰고 63만 프랑의 개인재산을 가지고 있었는데 자베르에게 체포되기 직전에 이것을 빼돌려서 그후로 간직해왔던것. 숲속에 묻어놓고 필요할때 돈 캐러 가는 어찌보면 위험한 보관방식이었다; 아무튼 발장이 내놓은 지참금을 보고 질노르망 노인은 미인에다가 부자인 아내를 데려왔다고 손자가 기특하다며 기뻐할 정도.
아버지인 퐁메르시 남작은 가난 속에서 칼 한 자루만을 남기고 죽었고 마리우스가 받을 수 있는 유산은 실질적인 부자였던 이모 질노르망양의 유산 뿐이었는데 이모는 마리우스를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마리우스가 결혼할 아가씨가 가난한 줄 알고 그럼 어디 궁핍하게 살아보라며 유산을 주지 않을 작정이었다. 그랬다가 아가씨가 갑부인것을 알고 마음을 고치고 자기 유산도 마리우스에게 줘버리기로 했으니 코제트의 지참금이 추가재산을 불러온 셈이다.
그런 관계로 팔자 고친 쪽은 마리우스가 맞다. 남작 지위야 나폴레옹에게 아버지가 받은거라서 왕정에서 크게 의미가 있지도 않고 남작 작위로 얻어지는 수입은 없다. 사실 바리케이드에서 살아남은 것 자체가 팔자 고친 셈이지만. 목숨도 얻고 사랑도 얻고 돈도 얻은 마리우스, 좋겠다? 좋냐?ㅠㅠ
이렇게 딸을 위해 58만 프랑을 내놓으면서 발장이 자기 몫으로 챙긴 돈은 500프랑에 불과하다. 마리우스가 궁핍하던 시절 1년 생활비가 700프랑이었던 것에 비하면 발장이 딸 시집보내면서 얼마나 삶의 의욕을 잃었는지가 보인다. 거기다 죽을 때 보면 그돈 하나도 안 쓰고 그대로 보관해놨다. 주교님은 당신이 자비와 사랑으로 놓아보낸 사람이 이렇게까지 자기를 버리면서 살게 될거라는 걸 아셨을까 모르셨을까...
4. 광장에 있는 코끼리는 무슨 의미?
영화에서 대열이 바스티유 광장을 지나면서 코끼리가 보였을때 정말 좋았다!! LD 첫 부분에 가브로쉬가 튀어나올때부터도 좋아서 아 이걸 재현해줬다니 톰 후퍼 까지 말아야지 생각했으나...흠, 영화 제작 소식 중에서 처음으로 기뻐하면서 들었던 소식이 코끼리 재현이었다.
코끼리의 유래에 대해서는 원작에 잘 나와있는데 요약하자면 바스티유 감옥이 허물어진 빈 터에 나폴레옹이 원래는 개선문을 세우려다가 참모의 건의로 에투알 광장, 현재의 샤를드골 광장에 개선문을 세우고 대신 바스티유 광장에는 청동코끼리를 세우려고 했던 계획이 있었다는 것. 목조로 골격을 만들고 석회로 모형까지 만들었는데 나폴레옹이 실각하면서 공사가 중단되어서 영화에 그려진대로 폐허처럼 남겨진 상태였다.
영화에서는 슬쩍 지나가지만 이 코끼리의 뱃속이 가브로쉬의 집이었고 영화에는 생략된 자신의 두 남동생을 거둬다가 재우는 곳도 여기였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파리 한 복판의 코끼리라니 엉뚱한 환상같은 공간이지만 원작에 보면 고양이를 잡아 먹는 쥐들이 살고 있고 쥐한테 물리지 않으려고 동물원의 쇠그물을 가져다가 둘러치고 자야하는 무서운 곳이다ㄷㄷㄷ 그럼에도 위고가 원작에서도 인용하고 있듯이 실제 이 코끼리 안에서 잠자던 아이가 공공기물 훼손으로 재판을 받은 적이 있다고.
이 코끼리는 바리케이드 이후에도 , 1841년 7월 혁명 기념물이 세워진 다음에도 남아있다가 1846년에야 완전히 철거되고 이후 물랑루즈에서 다시 부활하게 된다.
5. 여기서 나오는 바리케이드는 파리코뮌? 왜 이렇게 허술하게 들고 일어났지?
바리케이드에 대한 건 다른 분들이 워낙 정리를 잘 해주셔서 굳이 부언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자꾸 검색어에 찾아서 오는 분들이 계셔서... 도대체 어디서 파리코뮌이라고 나가기라도 한거냐 왜...ㅇ<-< 결론부터 말하자. 레미즈의 바리케이드는 파리 코뮌이 아니다.
보통 말하는 파리코뮌은 1871년의 파리코뮌이고 그 코뮌의 원형인 대혁명 당시의 코뮌이 있는데 레 미제라블의 바리케이드는 그 둘 중 어느 것도 아니다. 아무튼 코뮌이라고 우기는 분도 있던데 정치적이고 역사적인 사건을 칭할 때는 단어 선택도 신중할 필요가 있지 않나. 우로 가든 좌로 가든 너무 치우친 단어는 사건의 본질을 멋대로 색칠하는 거라 싫다. 그래서 난 봉기도 반란도 다 싫어서 가능하면 1832년 6월 바리케이드라고 풀어서 부르고 있는 거고. 뭣보다도 32년 6월 바리케이드는 코뮌까지 가지도 못했다. 이틀간의 바리케이드라고 해도 6월 6일 새벽에는 거의 점령당했고 오전에 이미 가담자들을 총살하는 소리가 울리던 상황이었다고...ㅠㅠ
시대가 근접해서 혼동되기 쉬운 것은 7월혁명. 1830년 7월로 레미즈 2년전이다. 도대체 뭘 믿고 그렇게 반혁명적으로 굴었는지 도대체 모르겠는 샤를 10세를 폐위시킨 사건으로 공화정이 수립되는가 했지만 기득권층이 루이 필립을 왕위에 올리면서 공화주의자들로서는 패배했던 혁명이기도 하다.
이렇게 왕위에 오른 루이 필립이 친기업적이고 친자본주의적인 정책을 펼치면서 7월 왕정기 프랑스는 겉으로는 번영하는 듯 보였지만 빈부격차는 더 벌어지고 잠깐의 호황이 물러간 후의 한파는 고스란히 없는 자들이 뒤집어쓰게 된다. 루이 필립의 별명 중 하나가 증권가들과 은행가들의 왕이라고 하면 7월 왕정의 성격이 보이려나. 레 미제라블의 바리케이트는 이 7월 왕정의 초창기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바리케이드 덕에 왕위에 오른 루이 필립이 처음으로 마주한 바리케이드였다.
레미즈의 바리케이드인 1832년의 6월 바리케이드는 이어진 불황과 흉작, 1832년 초반 대 콜레라의 창궐로 거세어졌던 민심이 라마르크의 죽음이라는 계기로 들고 일어난 사건으로 1832년 6월 5일에 시작되어서 6월 6일에 모두 진압된 사건이다. 주축은 노동자와 공화주의자. 붉은 깃발은 사회주의의 상징이 아니라 공화주의자의 상징이었다. 결론적으로는 실패했으며 이때 잡힌 사람들은 현장에서 처형되거나 체포되어서 재판을 받았다. 자세한 건 여기 위키 링크에서 확인 가능.
또 하나 위고옹이 원작에서 언급해주는 바람에 헷갈리기 쉬운 것이 1848년 6월 바리케이드.
루이 필립을 몰아내고 공화정을 수립한 2월 혁명 이후 4개월만에 세워진 이 바리케이드는 그 성격에서 레 미제라블의 32년 6월 바리케이드와 유사한 면이 많아서 흔히 비교되고 위고옹도 레미즈의 바리케이드를 설명하다가 도중에 샛길로 새어서 48년 6월 바리케이드를 들고 나와 읽는 이를 헷갈리게 한다.
공화정이 되었는데 왜 다시 바리케이드가 세워졌냐하면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공화정부가 함께 혁명에 참여한 노동자 세력을 배척하고 국민작업장을 폐쇄했기때문이다. 사실 7월혁명과 달리 2월혁명은 사회주의적 계급의식을 알게 된 노동자들의 참여가 학생들보다 두드러졌다-여기서의 사회주의는 맑시즘은 아니다-. 이만큼 참여를 했으니 마땅히 그 정부 구성에 노동자도 들어가야했는데 노동자 계층은 철저하게 소외되고 2월 혁명의 공화정부는 노동자들의 기대를 배신한다. 결정적인 문제가 된 것은 노동할 권리의 투쟁. 지금이야 현실은 어떻든 기본적으로 명문으로 보장되어있는 이 권리를 위해 싸웠던 48년 6월 바리케이드는 상당한 의미가 있지만 레미즈의 바리케이드는 아니다. 하지만 찾아보면 진짜 슬프뮤ㅠㅠㅠㅠ 이때의 군대의 과잉진압은 가깝게는 제2제정을 불러오는데 영향을 미치고 멀리는 파리코뮌에도 영향을 미친다. 48년 6월 바리케이드 위키 링크
그리고 앙졸라스가 영화에서 너희는 정체가 뭐냐는 물음에 프랑스 혁명이다-!라고 외친것은 정말 이게 1789년의 프랑스대혁명이어서가 아니고 그 정신을 가지고 싸운다는 의미에 가깝다. 위고옹이 말씀하시길 앙졸라스는 93년에 속한-그러니까 로베스피에르와 생 쥐스트와 마라와 당통이 있던 그 시절-사람이라는 것도 이것과 통하는 부분.
여튼 32년의 바리케이드가 좀 대책없이 세워진거 아니냐, 이래서 혁명하겠냐, 밀정도 파악을 못하냐-는 말도 있는데 다 맞는 말이다. 지스케의 회고록에서처럼 바리케이드 그거 다 경찰 눈 안에 손 안에 있었음ㅋ하는 건 당대 경시총감의 말이니 가감하고 듣는다 쳐도 과격한 혁명파이자 사회주의자였던 블랑키도 이 무렵의 바리케이드가 체계도 질서도 거름망도 없다고 비판할 정도였으니까. 거기다가 일단 바리케이드를 치고 시민의 자발적 협조를 기다린다는 전략은 안타까울만큼 순진해보이는데, 이때는 이런 믿음이나 기대가 가능했던 시기였다.
이런 식으로 바리케이드를 쌓고 기다리며 지키다 죽고 다시 바리케이드를 쌓고 죽고를 거듭하다가 아 이래서는 안되겠구나하고 전략을 바꿔서 좀더 교묘하고 체계적으로 사상 교육을 하고 준비를 하는,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봉기의 형태로 바뀌게 되는 것. 그러니까 레미즈 바리케이드가 너무 이상적이고 대책없다고 하는 지금의 시각을 갖게 된 건 그렇게 순진한 기대를 안고 있던 사람들이 실패하고 죽은 대가로 얻은 교훈인 셈이다. 그러니 너무 까지 말자. 걔네는 정말 파리 시민들이 언제가는 일어나 줄거라고 믿었다니까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