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초 영입에서 이숙이 등장 안 하고 군사님이 직접 가셨다. 어라. 뭐 원래 본인이 가려던거 이숙 보낸 거니까 아주 엇나간 건 아닌데 아니 그런 위험한 일에 어떻게 우리 군사를! 군사는 가지 마시오ㅠㅠ하는 유비가 좀 좋았던 부분이라 좀...아무래도 신 삼국의 수어는 미묘하다. 사이가 나쁘다는 건 아닌데 군사를 대하는게 이건 제대로 끝까지 보고 나서 짚어봐야할 부분인듯.
어쨌거나 군사님이 직접 갔으니까 당연히 결과는 성공. 마초 얻고 유비는 드디어 입촉. 이걸로 융중대의 세 단계중 두 단계는 완수한 상황인데 유비는 형주를 얻었을때만큼 기뻐하는 빛이 없다. 방통의 죽음으로 인의와 대업 사이에서 길을 정한터라 해설처럼 이전의 주군이 아닌 진정한 군왕으로 거듭난 유비를 두고 나서는 군사님의 눈은 어쩐지 슬프고...이왕 거듭날거면 아예 형주 편하게 먹을수 있을때 거듭나든가-라고 불평하고 싶지만 방통이 죽음으로 알려준 답이니만큼 그때 그럴 수 있을리 없다는 걸 아니까. 이 드라마에서 유비를 잘 비춰주려는 건 참 좋지만 약법 삼장 놓고 촉 법률 방침 정하는 건 군사님 대사에요 그거 빼앗아가지 말라고ㅠㅠ 법정이랑 의견 반대로 세우고 엄격한 법률 관철시키는 그 부분 아끼는 부분이란 말야ㅠㅠ 군사님 평생의 통치관이었는데 뭐 물론 유비가 말한 거 새기고 그랬다고 해도 완전 오류는 아니지만 그래도 소중한 부분을 빼앗겼어ㅠㅠ
유비 입촉 부분이 나오더니 역시나 형주 3군 반환이 문제로 떠올랐다. 어떻게 그리려나 했더니 이건 또 연의대로 가네. 근 형님 모양새는 빠지지만 사실 이건 각이 놓고 망상거리로 이것저것 해보기 좋은 터라서 싫어하는 설정은 아닌데 왜 좀 껄끄럽지...하는 중에 여몽이 나오자 깨달았다. 이거 여몽이 길에서 학보 친구 주워다 학보 속여먹고 삼군 가져왔던 부분이라 그렇구나. 여몽이 꽤 많이 나와주길래 그 버전으로 가려나 기대했던터라 아쉬웠지만 관우한테 대놓고 오하아몽 굴욕당하는 건 또 이 무슨...좋다는 뜻이다.
발끈하는 부하를 말리고 귀엽게 웃으면서 낫놓고 기역자도 모르던 시절이 있어서 오하아몽이라고 그랬음하고 상큼하게 답하는 아몽은 좋고도. 웃는 아몽한테 침은 안 뱉었어도 너같은 쪼렙이랑은 말 안하니까 노숙 불러오라는 굴욕 2연타 날리는 관우. 자기 굴욕은 참던 여몽도 병중인 노숙을 굳이 육구까지 불러내는 관우의 관대함은 못 참고 인사도 안 하고 가버리지만 아무튼 아쉬운 쪽은 땅 받을 쪽이라 병든 대도독을 또 부축하는 역할을 맡게 된 아몽은 참...정말 기력없이 앉아있는 자경공을 보는 것도 마음 짠하더라. 연의든 창천항로든 노숙의 죽음은 죽음 그 자체로만 날아오는 급보였지 이렇게 쇠약해지는 모습을 보여준 적은 없으니까. 연의에서는 단도부회에서도 아방하기는 했어도 건강했고.
회담전에 양 세력의 긴장상태를 좀 풀어보려는 의도인듯 수군을 뒤로 물리라는 자경의 명령을 납득 못하는 여몽은 아직 괄목전인 것 같기도 하고 지적해주면 바로바로 받아들이기는 하는데...
부도독에 올랐으면서도 일개 군졸마냥 도독의 신변을 지키고 서있는 각잡힌 자세나 자경의 발을 손수 씻어주는 여몽은 아몽다우면서도 안스럽고 따뜻해서 좋고. 이전의 출신과는 다르게 이제는 동오의 부도독이라고 이러지말라고 말리는 자경공에게 공 앞에서는 저는 항상 공의 학생일뿐이라는 여몽을 보다니...투덜투덜하면서 보다가도 이러면 또 울고 싶어지면서 제작진 고맙고ㅠㅠㅠㅠ 그렇다고 마냥 귀여운 아몽만은 아닌게 관우보고 성질내는 장수들이 여몽 눈길 한번에 고개 숙이면서 입다무는 걸 보면 또 오래전부터 병사들 데리고 싸워온 장수다운 면은 있고.
아무튼 이렇게 애잔하게 동오쪽을 그려주다보니 당당하게 주창 한 사람에 청룡언월도 하나 달랑들고 오는 영웅의 기상을 자랑해야할 관우는 오만하기 그지없는 걸로 보인다. 아니, 이건 촉파라도 내가 관우를 별로 안 좋아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기침하면서 퀭해진 얼굴로 앉아있는 자경에게 빈말이라도 어이구 몸은 좀 어떠신지 이렇게 불러내서 미안-이라고 인사치레라도 하면 분위기 괜찮을텐데 또 그런 말을 챙기면 그건 관우가 아니고 도리어 자경쪽이 몸상태가 이래서 님 죄송하고 사과하고 있으니 여몽은 꾹꾹 참고 있는게 보인다. 거기다 자경은 여몽과 다른 장수들더러 관우가 한수정후에 봉해진 걸 축하드리라고 하니 표정 딱 굳어지는 게...그래도 일단 참고 웃는 얼굴로 관우에게 축하하는 여몽은 또 참 좋고.
기껏 아픈 사람 불러놓고 술이나 먹고 나랏일은 얘기하지 말자고 슬쩍 빼는 관우의 말꼬리를 잡아서 형주의 반환을 말하는 자경은 정사의 그 자경다웠다. 적벽의 승리를 내세워서 우리 아니었으면 당신이나 유황숙이나 지금 같지는 못했을거라고 동오의 공로를 주장하는 당당함도 멋졌는데 주창이 끼어드는 바람에 흐름 끊기고 관공은 청룡언월도 쥐고 여몽은 칼자루를 쥐는 아슬아슬한 분위가 되어버린 상황. 자경의 선택은 관우에게 한잔 술을 청하면서 자기를 방패로 삼아 이 자리를 빠져나가라고 권하는 것.
단도부회를 이런 식으로 재해석한 건 진짜 멋지다. 처음부터 그려온 자경의 캐릭터에도 일관성이 부여되면서 일어난 사건은 사건대로 일어나고. 왜 자기를 구하느냐는 관우의 물음에 자경은 당신을 구한 것이 아니라 손유동맹을 구한 것이라고 답한다. 주유와는 다른 시점에서 삼국정립의 기틀을 마련한 자경의 정치관이 이렇게 드러나고 이 자리에서 관우가 죽어 형주를 얻는다면 그것은 손유양쪽의 전쟁을 불러올 뿐이라 조조에게 둘다 멸해지고 말것이라는 대세를 읽는 시선에 감복한 관우는 결국 장사3군을 돌려주는 결말. 이 드라마의 자경은 진짜 하나 뺄 것 없이 멋져서 연의의 아방아방한 귀여움이 없어도 그냥 자경공 자경공 하게 된다ㅠㅠ이렇게까지 해서 3군 돌려받고 균형구도 이뤄놨는데 나중에 손권한테 형주빌려준게 흠이라는 평가 받는게 다 억울할 지경ㅠㅠㅠㅠ
그걸로 남은 기력을 다 쓴 듯. 울컥하는 화를 누르지 못해 손유전쟁을 불러올 뻔한 여몽에게 차근차근 짚어주면서 앞으로 선택할 길을 알려주고 결국 숨을 거두는데...수고 많으셨습니다 자경공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몽을 후계자로 인정하면서 가기는 했는데 이 여몽이 괄목한 여몽인지 아닌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ㅠㅠ 욱하는 성질 못 누르는거나 대국을 못 읽는거나 아직 좀 불안하기도 하고 사실상 이 다음에 관우 잡아죽이고 그것때문에 이릉대전 일어나는 거 생각하면 아마 자경공이 염려하던 그 루트로 가는 것 같기도 하고 백언이 어떻게 나와서 호흡을 맞춰주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것 같기도 한데....자경공 말 중에 형주의 관우 수하들의 불협화음과 뭔가를 지적하면서 '그때'가 되면 공근의 원을 이룰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도 나와서 형주를 취할 때를 기다리라는 이야기도 나온듯 하고...유비의 형주 시절이 이제 정말 끝나는구나 싶은 불안이 다가오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