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은 꽤 많은데 쓸 시간이 없는 관계로 간단히 정리해보자면 비록 시작이 "군대에서 축구하는 이야기"라서 참 저는 재미없었지만; 적어도 이 영화는 적벽에 불이 붙는 부분까지는 삼국지 영화가 맞습니다 거기까지는 그럭저럭 좋았어요-아니, 솔직히 삼덕인 전 삼덕삼덕하악하악 하면서 발리는 부분도 많았죠 특히 장간을 이용해 채모 장윤을 치는 계획이 10만개의 화살을 구하는 계획과 맞물려 돌아가고 서로가 니목내놔 니목은하고 연극이나마 싸늘하게 주고받던 주도독과 군사님 부분은 우워어어엉.
문제의 소교떡밥까지는 나는관대하니까를 중얼거리면서 그럭저럭 넘겼습니다만 결말에 와서는 그놈의 '합동단결뭉치면산다우리는친구'에 묻혀서 이건 뭐 삼국지도 아니고=_=
적벽의 묘미는 불쇼에 있는 것만이 아니잖아요 적을 위해 뭉쳤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갖은 내부적 갈등과 책략과 힘겨루기 그게 극단적으로 튀어나온게 주유와 공명의 갈등이고요 픽션인 부분은 픽션이니까 차용하거나 말거나 쓰고 만드는 사람 마음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저 오오오오 우리는 하나 좋은 친구를 얻었삼 사나이 의리 이렇게 나오면 이건 뭐... 그런건 올림픽 개막식때 장예모가 실컷 보여줬다구요.
유비관우장비조운 다 힘을 합쳐 소교마님을 구합시다로 귀결되는 '합동작전'도 웃겼지만 마지막에 조조에게 온 곳으로 돌아가라라고 하는 주유는 도대체 뭔가요? 주유는 북쪽을 제대로 넘보고 오나라에서는 손책 이후 마지막으로 천하를 품었던 사람인데, 그래서 주유의 죽음이 안타깝고 극적인건데 양키고홈도 아니고 조조고홈하고 우리는 동오에서 행복하게 잘 살겁니까 오나라에서 적벽의 의미가 뭔데요. 조조가 북으로 물러 앉고 동오가 천하를 노릴 기회를 얻은 거잖아요 그렇잖아도 너무 완벽하고 멋지고 관대한 주유라서 도리어 매력이 떨어지는 판에 결말에서 이러면 정말...양조위니까 용서하기로 했습니다...
그게 뭐가 나빠 하실 수도 있고 감독이 뭘 말하고 싶은 건지는 알겠는데 이 삼덕은 그저 삼국지가 보고 싶었던 겁니다
패배의 절정에서 죽어라 달아나 끝내 살아남아 패권을 쥐는 조승상도 없고 정말 기적같이 이겼지만 아슬아슬하게 손끝에서 조조를 놓치고/놓아주고서는 피터지는 형주공방전에 들어가 서로를 견제하는 유손동맹도 없고 보니 감독이 주유를 빌어 말해주는 '단결'의 강함은 주유가 한입에 털어넣은 쌀떡만큼이나 버겁고 맛없었어요
쓰고보니 불만 투성이인것 같습니다만-배가 불렀죠? 삼덕이 아닌 분들이 보기에는 쌈박하니 편한 영화일 것 같습니다 유비랑 손권이랑 힘을 합쳐서 탐욕스런 조조를 쫓아내고 이땅에는 다시 평화가 왔어요 풍의 엔딩이거든요^^
기억나는 거라면 1편의 돌쇠자룡에 이어 자룡바예바로 변신 장대높이뛰기를 보여준 호군자룡. 허수아비와의 대화에 몸개그까지 보여준 노숙-목소리가 새삼 좋더라고요. 1편에 비해 미모도가 350% 업그레이드 되신 조승상, 솔직히 결말에서는 조승상 하악하악하고 있던 저; 게다가 갖은 공격과 패배에는 까딱않다가 관우의 한마디에 흔들려버린 승상-_ㅠ 싫다싫다 했더니 뭐뭥미 싶게 '희생당한' 감녕. 대략 12년 먼저 가셨나요. 원래는 감흥이라는 오리지널 캐릭터라고는 하지만요. 학습이 빠른 손권. 장첸의 힘도 있겠지만 여기서의 손권 캐릭터 좋습니다. 장비도 맞은 화살비를 사이로 막가며 피하는 유비. AP를 죄다 회피스킬에 올인한 게 분명한 듯. 오죽하면 매달려 있어도 유비는 안 쏩니다?
그리고 아름답고 아름답고 아름답고 아름다운 우리 군사님... 화살 빌릴 때랑 하늘 볼 때 까만 눈이 반짝반짝하니 이뻐서 그저 하악하악하던 접니다 비록 동남풍 쇼는 없었지만 자룡 손 잡고 배에 올라 줄행랑도 없었지만- 금성무가 이렇게 근사한 자태를 보여줄 줄은 정말 몰랐다구요
이러쿵저러쿵해도 여름에서 겨울까지 기다렸던 시간은 행복했습니다 이런저런 사람들이-개중에는 지못미 스러운 경우도 많았지만-움직이고 말하고 웃고 고마웠어요 거대한 불을-드라마와는 비교도 안 될만큼-볼 수 있었던 것도 좋았고요
오늘 2회연속으로 본데다가 이래저래 1편때처럼 마구 달릴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몇번 더보고 DVD도 사겠죠 네, 삼덕은 이만한 떡밥이면 사실 낚여주는게 도리 아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