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개봉 첫날 조조로 볼 생각이었지만 4회차로 보게 되었습니다. 신촌 메가박스 가는 동안 판소리 적벽가로 복습하면서 두근두근했고요. 일단 감상은
야이비둘기쉣키비둘기놈비둘기님나랑자리좀바꿔주삼님하젭라
우어어엉우아아우아으아허으엉 하느님 인간으로 태어나서 비둘기를 부러워할 날이 올줄은 몰랐어요우허헣우어후엉
먼저 검색으로 <적벽>을 찾아보고 이 영화 어때?-라고 오신 분이 계시다면 군사님 부채 깃털을 걸고 말씀드리건대, 제 감상은 영화 선택에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을겁니다-_-
전 이미 이 영화를 객관적으로 볼 능력 따위는 없거든요 님하 저기 우리 군사님이 도독님이 자룡군이 실사로 걸어다녀요 말도해요 웃어요 우와우러우허우하으러 <-영화 보는 내내 이런 상태 그러니 소소한 고증이라든가 호칭의 번역문제라든가 하는 것도 넘어가십니다
군사님 머리 크다고 5대5 가르마라고 느끼하다고 불평해서 죄송해요 보는 내내 우왕 이렇게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생물이...라는 생각 밖에는 은근히 웃음 주는 것도 좋았고요 이사람 저사람 낚아대는 것도 좋았고 게다가 땅을 사랑해서 땅을 모으는 누구와는 달리 소나 말쯤은 거뜬히 받아내는 진정한 농촌청년 이 부분에서 아 이래서 금성무가 군사님을 하는구나 가장 격하게 인정을 하고 말았다는; 게다가 웃고 찡그리고 먼지 털고 딴청 부리고 유혹하고 아흐흐흑...
그리고 우리 우아하고 아름다운 도독님 님하 막 눈짓 한 번에 녹아버릴것 같아염 오우삼이 작정하고 주도독님 이런 저런 멋진 면모를 다 보여주느라고 이런거 저런거 다 나왔는데 멍멍이가 다 자라는 걸 지켜보고 싶다는 말은 보는 사람 가슴을 느닷없이 후벼파는 비수-_ㅠ 그리고...소교랑 머리부터 발끝 길이가 그리 많이 차이나 보이지 않았던 것은 애정의 힘으로 레드썬=_=
흠흠흠, 정신을 좀 다듬고 하나하나 이야기해 보십니다
먼저 조승상. 조승상은 예고로 보았을때 사실 별 포스가 느껴지지 않았어요. 영화를 보고 나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순간순간 변하는 조승상의 표정과 분위기와 웃음은 짧은 예고편으로 알 수 없었던 거에요.
조조빠로 유명한 진순신은 소설에서 조조에 대해서 이런 묘사를 한적이 있습니다. 여자를 말하는 조조는 귀여울만큼 작아보이는데 어느 순간 천하를 말하기 시작하면 놀랄만큼 커보인다-고요. 영화에서의 조승상은 딱 그렇습니다. 헌제 앞에서 결정을 요구하는 그 포스 넘치는 승상과 무희에게 소교 코스프레를 시켜놓고 노는 승상의 차이. 도망가는 유비군을 비웃을 때의 표정과 조운을 경탄하며 바라보는 표정, 그리고 관우를 두고 뜨거운 옛사랑의 추억을 찍고 계시는 표정. 그 놀랍고 신속한 갭을 예고편으로 알 수 있을 리가 없었어요.
그리고 또 하나 흐앗 조승상!을 외치게 했던 건 정말 자그마해 보이는 몸의 뒷모습과 걸음을 잡아주는 장면. 낭창하달지 한들한들 하달지 하고 돌아가던 걸음 말입니다. 천하를 거의 다 손에 쥔 사람이라면 마땅히 가져야할 무게는 느껴지지 않는 걸음이 오히려 그 안에 들어있는 알맹이를 감추고 있는, 능히 감출 수 있는 여유로 보였달까요. 흔들리는 약한 손권은 물론이고 한 번씩 의식해서 힘준 모습을 보여야 하는 주도독님과의 차이가 그런 면에서 느껴졌습니다. 뭐, 단순히 조조는 방심했어요-라는 의미일수도 있겠지만요^^
더해서 조승상님 차랑차랑하는 옥패소리랑 수레 일산 위에 차랑하는 소리들 정말 아름다우셨다는... 옥패제도 고증해서 부활시킨 채옹님하만세입니다-_ㅠ
그외 위나라 장수와 문신들은 사실 누가 누군지 아직 잘 구분이 안가서;; 료라이라이 료형 어쩐지 특히 지못미스런 기분;ㅁ; 게다가 멀쩡하게 옆에 장수들이 서있는데 남의 떡 보면서 왜 난 저런 장수가 없을고 소리 대놓고 들었다는데 동정표 백만개. 정말 돈형은 평생 이런 남자 옆에서 잘 버텼다 싶지 뭡니까.
다음 손권. 손권은 예고편에서는 지나치게 날카로워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흔들리는 젊은 군주. 아버지와 형님의 후광을 능가해야 하는 부담을 가진 3세라는 면은 확실하게 잘 보여줬고요. 형님과 아버지의 위패 앞에서 고민하고 있는 모습은 조금 짜안했지만 뭐, 오나라 군주라면 호랑이쯤은 화살 한대로 잡는거다-이런 통과의례도 거쳤겠다 제법 좋았습니다. 책상을 베는 순간에도 모서리만 살짝 베어내는 그 알뜰한 면이 참...-_-a
손권의 호랑이 사냥 장면에서는 도독님이 더 돋보였습니다만-돋보이지 않는 장면이 어디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서의 도독님은 사실상 손책의 역할을 대신 해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미 한 번 혼자 주군을 보내서 잃은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는 화살 한대 달랑 주고 호랑이쯤 혼자 잡아보삼하고 보낼 수 없을 것 같거든요. 손책이라면 이렇게 했겠지하는 그런 기분이 들어서 손권이 호랑이랑 맞서는 것보다도 안개 너머를 바라보는 도독님의 눈에 다시 아흐흐흑///ㅁ///
오나라 신하들 분위기는 딱 국회+마을회의 같은 느낌이라서 몹시 즐거웠습니다. 첫 장면에 나오는, 간격까지 자로 재서 앉은 듯 각잡힌 한 조정과는 달리 눕고 비스듬이 기대서 뭐 하나씩 집어 먹으면서 모두 큰소리로 우워우워하다가 손권이 군사님한테 낚이니까-여기서 잠시 손권 너 어디다 감히 손을 크와앙- 쓰러지는 문신일동하며 우왕 싸움이다하는 무신일동하며.
게다가 주도독 빠돌이 집단임이 분명한 오나라 군대들. 도독님이 오늘 참 잘했다 한마디만 해주시면 웃음꽃이 피어 납니다. 그리고 빠돌이 집단 대표주자 감녕. 이 부분에 감녕이라는 데는 사실 약간...이 아니라 많은 불만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빠돌이 경력으로 보나 깊이로 보나 여몽이 대표 맞거든요? 육손 꼬꼬마야 적벽에서 뭐했는지 기록에도 없으니까 그렇다 치고 제끼고 우리 여몽님은 감녕이랑 투톱으로 이것저것 진짜 많이 했는데 자막으로도 안 나와주는 거 너무하는 거 아닌가요;ㅁ; 막 우리 여몽님 나와서 발끈발끈하는 감녕 말리다가 자기가 더 화르륵해서 아ㅅㅍ다엎어버려크와왕 이러다가 도독님이 진정시키고 이런 그림 좋지 않나요?
이왕 유비군이랑 협력해서 싸울거면 욜라짱쎈관우를 보는 아직 덜여문 여몽이라든가 하는거 보여 주면 안 되는 건가요? 관제묘에서 벼락칠 것도 아닌데 2부에서는 자막이라도 나와 달라는-_ㅠ 아무튼 주도독 군대를 보면서 대장삘 나는 사람을 보며 조게 여몽? 조건 수염 없으니 능통? 설마 육손? 이러고 있었습니다;;;;
아, 그리고 감녕 이야기를 이어서 하자면 이 영화에서 감녕이라는 캐릭터 자체에 불만은 없습니다. 주유를 믿고 따르는 오나라의 장수는 여몽이든 감녕이든 능통이든 필요하니까요. 다만, 감녕 역할을 맡은 배우를 제가 싫어한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드라마 <신선조>에서 혼자 막부말기 역사를 다 만든 사내, 스테스케역의 배우였거든요. 미타니 코우키의 메리 수랄지, 원래 등장인물만으로도 벅찬데 왜 쟤가 나와서 설치냐, 무려 최종회까지-이런 원한을 샀던 배우라서...스테스케에 대해서는 호오가 갈리지만 전 으엑진짜싫어 상태인지라 감녕역을 온전히 즐길 수 없었습니다;ㅁ; 뭐, 이런 원한 외에도 이왕 감녕이라면서 왜 등짝은 안 보여주고 목까지 꽁꽁 싸맸냐 이런 소소한 불만도 있기는 했지만요. 그러니 원한 없는 분들은 무리 없이 즐기실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밖에 뒷담화가 취미인 듯한 연의스러운 노숙공은 해탈한 듯 재산 다 털어넘기는 것도 이러쿵저러쿵 불만 얘기하는 것도 귀여웠으니 화살 얻으러 갈 때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걱정스러웠던 손상향은 그리 밉살스럽거나 주제넘다 싶지는 않았어요. 어찌되었든 남매가 다같이 군사님께 낚였으니 잠시 묵념. 그래도 할아버지뻘은 아니랍니다, 아빠보다는 두어살 어릴 거에요, 아마도;;
그리고 한 방에 나가 떨어진 우리 유비군. 오나라 사람들을 유비 진영으로 데려와 보여주는 장면은 꽤 재미있는 연출이었습니다. 오옷-멋진 모습을 보여야겠어라고 기합 바짝 넣고 괜히 옆에 있는 병사들에게 야 덤벼하고 퍽퍽 예고도 없는 수련을 하시는 우리 호군자룡이라든가 얘들아 공부를 하면 밥이 나와요라는 강남엄마따라잡을 관우님이라든가 시서화에 능했다는 의외의 일면을 그 사람다운 방법으로 보여주는 장비님이라든가. 그 안에서 이러쿵저러쿵 적응해 갔을 군사님의 깜찍스러운 면이 특히 돋보였다는 겁니다. 특히 장비 두고 냉큼 손들어 귀막는데 아흐흐흥//ㅁ//
기대했던 호군자룡은 뭐랄까 호군이 그려주는 자룡이라면 이런 모습이겠지하고 생각했던 그런 모습이라서 또 하윽하윽. 아놔 정말 호군님 때문에 천룡팔부 그걸 다시 봐야하는 겁니까. 란위는 차마 무서워서 못보고 있는데 말이지요;ㅁ; 자연스럽게 덕화자룡과 비교하게 되었습니다만 포스는 전생애를 연기한 덕화자룡이 더 강하더라도 제가 좋아하는 자룡다운 일면은 호군자룡이 역시 더 돋보였어요. 특히 아두를 빼앗길 뻔했다가 다시 낚아채고 나서 아두를 안고 정지-되어서 안심하는 그 장면은 하으으으윽 역시 보모자룡;ㅁ;b 덕화자룡의 아두탈취는 전리품 획득에 가까운 느낌이었거든요. 정말 주군의 아드님을 지킨다는 의미보다는 개인의 전공이랄까 그런 맥락이고 그런 분위기고요.
그렇다고 액션이 그만 못하냐라고 하면 그것도 아니어서요. 창을 쓰는 액션 면에서 창이 주는 무게감은 덕화자룡만큼은 아니었지만 그건 그쪽이 워낙 비쥬얼적으로 강조해서 그런 것이고, 호군자룡은 창도 칼도 빠르고 정확하고 힘있고 맨손이나 발로 공격해도 필요치 않은 것은 하나도 없는 그 꼭꼭 찝어 때리고 찌른다는 면이 딱 보고 싶던 모습이라서 불만 전혀 없습니다.
게다가 인간적인 면도 미부인을 놓치는 그 순간이라든가 군사님 돌아오셨다고 쪼르르가서 인사하는 장면이라든가 부루퉁한 감녕에게 친한 척하는 장면이라든가 마지막 즈음에 주유와 눈이 마주치자 수줍 웃으면서 고개 살짝 숙이는 장면장면이 우왕 호군님사랑해염!!!
다만...아두는 덕화자룡이고 호군자룡이고 다 왜들 등에 매달고 그러는건데요. 진짜 아두는 땅에 떨어져서가 아니라 흔들린 아이 증후군으로 그리된 거라는 주장이 나와도 할 말이 없단 말입니다;ㅁ;
에, 뭐, 그리고 장비는 귀여웁고 관우는 일당천의 용장이시고 포스 넘치시고 형님에 대한 절대적인 사랑을 깃발로 보여준 것도 좋았고 여전히 조조에게는 사랑받는 남자이시고-그런데 적토마는 어디두고 걸어다니시는지 궁금;;;-다행히 걱정했던 그놈의 2인자 견제설 같은 거 비치지 않아서 안심했고요. 예에, 뭐, 그렇습니다. 얘기 다 했죠? 이쪽은?
자아, 그럼 본격적으로 두 분의 이야기를 좀 해봅시다....라고 해야 하지만 사실 한번 본 걸로는 아직 뭐가 보이지 않습니다. 앞서 말씀 드렸 듯이 우와군사님 우왕도독님 하고 과열상태였기 때문에///ㅁ///
일단 인상 깊은 건 그 장면이었어요 도독이 지휘관 자리를 비우는 그 두 번이요. 한번은 일부러 음 틀린 피리를 불어 도독을 낚아보려는 소년에게 고곡주랑 실현해 주시느라 그랬고. 또 한번은 스스로 진 한가운데로 뛰어 들어 싸우시느라 그랬는데요.
앞의 것은 그렇다치고 뒤의 것 말입니다.
왜 여기서 난데 없이 뛰어 내려가 자룡을 구하고 화살을 맞았냐, 설마 오우삼은 공근자룡이라는 있을법하지만 결국 마이너한 지지자였던 거냐 하는 의심이 들었던 그 장면. 사실 그건 군사님과 도독님의 차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독님은 자기 자리를 떠날때 부채를 두고 가요. 냉정을 지키는 수단이 부채라고 한다면, 결국 음악에 취해서든 전투에 취해서든 군사로서의 냉정은 두고 간다는 게 아닐까하고요.
조조의 군사들이 원형으로 뭉쳐서 막는 바람에 아군의 피해가 발생하는 장면을 군사님은 지켜봅니다. 물론 마음 아픈 표정은 짓고 있지만 지켜보는 건 방치가 아니라 때를 기다리는 것이고, 군사님의 행동은 자기 자리에서 지시를 내리는 겁니다. 하지만 도독님은 자룡이 위태해 보이자 결국 부채를 놓고 스스로 전장에 뛰어들고 맙니다. 자룡에게 다른 마음(...;)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게 무인으로서의 도독님이기 때문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도움을 받은 자룡과 도독님의 눈빛 교환 같은 것은 어쩌면 군사님이 자룡과 나누었을 신뢰나 동료의식과는 다른 종류의 것, 전장의 가운데에서 직접 뛰고 베어본 사람끼리의 느낌일테고 그 차이가 결국 군사님과 도독님 두 사람의 차이로 이어지지 않을까요.
뭐ㅡ2부가 나와 봐야 하고 두 사람의 결별이 다시 어떻게 보여지는가에 따라 다르겠지만요.
자아, 이제 겨우 한 번 보았으니 좀더 보아야 이런 저런 것이 나올 것 같군요,흐흐흐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