옙, 개봉 전에는 "우에 삐하고 삐하고 삐삐하다니 이런 것 안 보고 8월 적벽이나 기다릴래요~"해놓고서 개봉 첫날 조조로 1회 상영 보고 왔습니다. 할 수 없잖아요. 삼국지를 타이틀로 건 영화를 어떻게 안 보겠어요. 전 강철삼국지도 봤는데 뭐, 그런 것쯤이야. 비록 4회까지만 보고 엔딩까지는 리뷰를 보며 함께 비웃었지만=ㅅ=
일단 감상은-
덕화횽 멋져요>ㅁ<b
흠흠흠, 그래요. 이 영화는 타이틀과는그닥 어울리지 않는 영화였지만 덕화횽이 멋진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늙지 않는 얼굴이라는 점에서는 조운에 더 없이 어울리는 덕화횽이라서, 나이든, 무려 백발이 성성한 덕화횽이라는 것 실감이 안 났지만 막상 보니 울 뻔했어요-_ㅠ
덕화횽 앞으로도 부디 그렇게 멋지게만 늙어주소서....
그럼 차분하게 한 가지씩 이야기를 해볼까요.
우선 이 영화를 마음 편하게 감상하기 위해서는 <삼국지-용의 부활>에서 "삼국지" 부분을 살포시, 아쉽지만 정말 어쩔수 없이 덜어내야 합니다.
"공손찬이 위험에 빠졌을때 어디선가 나타나 눈부신 무용으로 공손찬을 구원해내고, 눈은 공손찬 옆에 있는 유비와 맞는 소년장수" 조운은 없습니다^^; 대신, 있었을 법한, 그러니까 아마도 그렇게 근사하게 다듬어지기 이전에, 상산 출신이라는 것 말고는 자기를 알릴 것이 아무것도 없었던 어느 젊은이가 전쟁에 뛰어들어야 겠다-고 결심한 그 순간이 조운의 첫 등장으로 그려지니까요. 말로는 천하평안을 이루고나서 가정을 꾸리기 위해서 군대에 들어왔다고 하지만 언제나 볼이 미어터지게 무언가를 먹는 꼬질꼬질한 젊은애는 배고파서 군대 온 것, 맞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조운 일생의 하이라이트~당양벌 싸움은 액션으로는 굉장히 멋졌어요. 백만대군 사이를 헤쳐서-가 나관중이 부풀린 것이고 사실은 한 몇 백 뚫고 나왔으니 조운 거품이라는 말도 있지만 말 한 필에 열 명만 옆에 붙어도 헤쳐나가는게 말처럼 쉽겠어요. 지하철에서 다섯사람 밀고 내리는 것도 버거운데요;;; 하물며 애까지 하나 데리고있다면=_=
영화에서 보여지는 것 역시 온 사방을 빽빽하게 둘러싼 조조의 군사들과 창날의 압박은 그만큼 그 사이에서 분투하는 조운을 돋보이게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소설처럼 부러지고 무뎌진 창칼을 바꿔가면서 무인지경으로 비호같이 틈새를 쳐나가는 것이 아니라 얻어맞고 구르면서 헤쳐나가는 장면은......애 좀 안에다 집어넣고 굴러요-라고 빌고 싶었습니다. 아두 머리가 나빠진 건 유비가 던져서가 아니라 조운이 등에 달고 굴렀기 때문입니다;;; 영화에서도 <창천항로 >의 조운처럼 "내아들은내가지킨다" "이 조운의 품은 어떠한 귀인도 손을 댈 수 없는 장소"같은 포스 보고 싶었는데 이건 적벽에서 기대해야겠습니다. 호군님 잘 찍어주셨겠지요+ㅁ+
그리고 한중전투를 떠올리게 했던 조조 급습은 정말 근사했어요. 여기서 덕화횽 멋져요-다시한 번입니다! 물론 덕화횽이 탄 말이 암벽 등반도 잘 해주는 근사한 녀석이었던 덕이지만 그 속도감과 기세는 한중전에서 조조를 추격하던 조운을 상상할 수 있어서 두근두근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활을 못 쏘게 한 조승상이 멋진 분이시죠^^;;;;
그 후의 사건들도 삼국지와는 살짝 비켜갑니다. 실제로는 조운은 유비와 함께 촉을 만든 많은 사람들과 유비 자신이 그러했듯이 "금의환향"하는 행복은 맛보지 못합니다만, <용의 부활>에서는 다짐했던대로 명성을 떨치고 상산에 가서 고향 사람들의 자랑거리가 됩니다. 그저 밥만 먹었을 뿐이지만 나름 로맨스도 맛보고 이대로라면 자기가 다짐했던 것들, 천하가 평안해지면 상산으로 금의환향해 가정을 꾸리는 그 모두를 이룰것만 같은 순간을 만나는 조운은 행복합니다.
이후 짧은 영상으로 지나가는 오랜 싸움들 끝에 조운은 동작대인줄 알았던 화려한 궁에서 황제로 즉위한 유비에게 오호대장군의 한 사람으로 북벌을 맡게 되고요. 여기서 오호대장군 나와서 기대했는데 한 장면 나오고 더 출연 없으신 황충, 마초 지못미-_ㅠ 음, 하긴 마초는 연의에서도 어쩐지 등장은 찬란해도 퇴장이 희미한 그런 분위기니까요. 이 장면에서 하얀 빛으로 몸을 감싼 덕화횽의 조운은 무척 근사했습니다! 촉나라는 초록색이라지만 어쩐지 조운은 말도 백마 옷도 흰색이런 이미지라서요. 그렇다고 의상이 훌륭해라고는 말 못하지만 이건 아래에 다시.
그 뒤야 다들 아시는 대로 죽고죽고죽고죽고죽고- 산 사람들이 마저 뜻을 이어가는 때에 이르게 됩니다. 따지고 보면 아직 40대이신데 이미 액면가 60대 이상으로 보이는 매우 피로한 얼굴의 승상 앞에서 눈 뿌리며 궁녀와 장난하다가 시치미 떼는 아두는 그 한컷이지만 역시 아두, 존재감을 보였고요. 새침도도한 관흥과 괄괄한 장포 귀여웠어요. 하지만 지못미-_ㅠ
북벌에 나서기 전, 이미 가버린 사람들을 기리기 위한 사당을 둘러보는 조운은 울컥했습니다. 살아있을 때 빛나던 무기들에서 날카로움은 간 데 없고 그저 조각품처럼 시간에 묻혀버린 그 공간에서 자신을 위해 마련된 자리에 비치는 자기 얼굴을 바라보는 애잔함이라니, 오래 살아버린 사람이 가지는 애틋함이 스치는 장면이라 당양 싸움 다음으로 좋았던 장면으로 꼽고 싶습니다.
그리고 뒷 이야기는 안드로메다 "삼국지"라는 타이틀을 밀어두어야 하는 부분입니다. 하나 하나 팔다리가 잘려나가듯 다 잃고 잃고 잃고 스산하게 빈 진지에, 함께 출발했던 동향 사람 "평안"과 단 둘만이 남아 시신이 즐비한 아래를 바라보기까지요.
영화를 봐야겠다-고 기대하게 만들었던 등지는 살아있는 전설의 노장 조운을 동경하는 소년병같은 느낌이라 아주 귀여웠어요. 실존했던 등지로 보기보다는 조운을 흠모하는 촉군의 대표같은 역할입니다. 장군장군 부르면서 나가 싸우고 싶어서 불끈불끈하는 모양이라든가, 결국 죽기까지 조운을 돌아보면서 조운에게 부끄럽지 않게 싸우겠다는 모습이라든가, 등지 하나만으로도 건졌구나 싶었습니다. 물론, 그런 거면 어차피 고증 안 하는거 강유 써주면 안 되는거였나 싶기도 하지만 많은 걸 기대하지 말아야지요^^;
영화를 봐야할까-고민하게 했던 조조의 손녀 조영은, 네, 뭐, 어릴 때는 귀여웠는데 장성한 뒤에는 횽이라고 불러야 할 것처럼 훤훤장부시고 늠름하시고, 기대보다 할아버님 같은 광기와 비정함이 없어서 실망했지만 그렇게 괴로울만큼 나쁘지는 않았어요. 주유라고 착각한 사람들이 어쩐지 이해가 가기도 하지만, 조영횽은 그렇게 고운 건 아니라서요-_-a 이왕이면 가차없이 휘몰아치는 대마녀를 기대했는데 한덕을 희생시킬 때 보여준 흔들리는 눈빛같은 건 좀 에러....였습니다. 이런 어중간한 애한테 조운님을 내줄수 없다-고 부르짖기는 했지만 조운과 창으로 대결하는 장면은 멋졌어요. 전반적으로 영화에서 보여주는 액션들이 정말 무기들의 무게감이 느껴지는 거였거든요.그런 무게감을 느낄 수 있는 액션을 보여준 조영은 일단 장부로 인정합니다^^ 그런데 조조의 손녀면 아빠는 조비? 엄마는 견황후? 아님 아빠가 조창? 어느 쪽일까요.
그리고 단 한명 곁에 살아남은 나평안이 울리는 북소리를 뒤로하고 갑옷을 벗고 돌진하는 마지막은, 다시 한번 덕화횽 멋져요T^Tb
영화의 결말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우리의 조운님이 조조의 손녀라는 오리지널 캐릭터한테 당한다-는 승부가 아니라 결국 돌아 원점으로 와버렸어요-라는 조운의 고백입니다.
사실 그래요, 틀린 말은 아니지요. 싸움은 그대로고. 이루고 싶었던 것은 이루지 못했고 남은 일은 여전하고 남겨질 사람은 애틋한데 자기의 생은 여기에서 끝이에요. 그건 병으로 세상을 떠났건 처참하게 패배해서 세상을 떠났건 조운에게 주어진 현실이고 달라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조운만큼 충실하게 산 사람에게 결국 인생사 허망하다는 말은, 비록 그 허망한게 사실일지라도, 너무 아프기만 합니다.
그리고 그 모든 비극을 불러온 나평안의 배신은 , 나평안이라는 존재가 조운이 여기까지 오면서 뒤에 두고 온 많은 것들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보면, 자신의 의지라고는 해도 모든 걸 버리고, 자기를 전부 유비에게 걸고 살아온 생이 너무 허망하잖습니까. 여기까지 오기 위해서 그걸 다 버리고 왔는데 결국 돌아서 원점이라니요.
삼국시대를 결국 끝낸 것은 위도 촉도 오도 아니고 진이었다는 나평안의 독백처럼 결말이 허무한 것이 삼국지의 씁쓸한 매력인걸 알면서도, 충실하게 산 사람에게는 충실한 최후를 주고 싶단 생각이 드는 걸요. 그렇다고 과로사하면서 웃으며 가신 승상님 같은 건 싫지만 말입니다;
우울한 기분을 달래기 위해 영화의 괴로웠던 점을 씹어볼까요?
첫째는 단연코 의.상.입니다. 이미 예고편을 보신 분들도 느끼셨겠지만 이게 중국이 배경인지 일본이 배경인지 헷갈려요. 삼국합작이라더니 의상을 일본에서 만들었나 싶을만큼 노골적으로 전국시대 분위기를 풍기는 갑옷과 깃발들은 보기 불편했습니다. 깃발의 경우에도 가문家紋을 연상시키는 무늬들이 새겨진 것과 세로로 달아 이름을 쓴 대장기 같은 것은 이건 좀...하게 만들었는데 특히 조운과 대결하면서 조영이 갖추고 나온 무구일습은...정말 뭐하자는 거니 싶을 정도였습니다.
둘째는 매우매우매우 사적인 불평입니다. 패스하셔도 좋아요.
우리 군사님 왜 그래요(버럭)!!! 조운보다 먼저 유비군에 있을 수도 있어요. 그래요. 그렇다쳐요. 조조 손녀가 전장에서 뛰는 판에 뭔들 못하겠어요. 그치만...이쪽이 연하란 말이에요, 추정이지만 띠동갑 혹은 그보다 훨씬 더 연하인데...게임에서 심지어 이제는 유비보다도 늙어보이는 건 참겠는데 영화에서까지 이러시면 정말 곤란하십니다-_ㅠ 정말 오랜만에 점치는 군사님을 보았다는 건 옛 기억을 떠올리게 했습니다만 뭐, 전반적으로 무능한 삽질쟁이 같은 느낌이고, 췟췟췟. 오죽하면 등지도 막 승상님 까고, 조운도 승상이 몰랐을 수도 있지 이런 소리나 하고, 용용커플은 기대도 안 해도 뭐 좀 하는 게 있어야 할 거 아니에요, 날씨만 잘 맞추면 기상청 특채 갈것도 아니고 차라리 비라도 부르시든가, 밥만 마시다가 승부는 한 방 이런 얘기나 하고-_ㅠ 흠흠, 이런 관계로 5:5 가르마의 압박과 그래놓고 보니 머리가 참 커보이더라는 압박을 견디고라도 오우삼의 적벽과 금성무의 군사님에 거는 기대가 더 무거워집니다.
이런 사소한 불편함과 아쉬움이 있지만 시작하기 전에, 아침부터 이거 보러 와서 건지는 게 시간강사 인디아나 존스 강사님 예고편뿐이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은 다행스럽게도 어긋나서, 영화관에서 볼만한 액션과 음향, 광대한 배경, 그리고 어쨋거나 멋진 덕화횽까지 즐겼습니다. 그래도 꼭 가서 보세요, 라고 권해드리지는 못하겠네요. 요즘 영화 한 편 보려면 드는 돈을 생각하면 신중해지거든요.
아, 그래도 번역자한테는 좀 할 말 있습니다;
"내가 천하에 등돌릴지언정 천하가 나에게 등돌리게 할 수는 없다"는 우리 위왕전하의 명언을 "내가 남을 배반할지언정 남이 나를 배반하게 할 수는 없다"는 멋도 포스도 스케일도 없는 것으로 바꾼 것은 뭡니까? 더불어...왜 우리 승상님 아무나 다 이름 부르게 만드나요-_ㅠ 분명 제갈승상이라든가 승상이라고 제대로들 불러주고 있는데 그래서 등지도 관흥도 장포도 버릇없는 꼬마되고 유비패밀리는는 황제 되기도 전에 폐하님 왕비님이니 왕자님이니 호칭 인플레 시켜주면서-_ㅠ
음, 결국 불만의 근원은 승상님이군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본질은 승상님 빠순희니까 할 수 없어요(방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