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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의 식사 본문
先昰,亮使至, 帝問曰: 諸葛公起居何如食可幾米?
對曰:三四升.
次問政事, 曰: 二十罰己上皆自省覽.
帝旣而告人曰: 諸葛孔明其能久乎!
그 이전에 제갈량의 사자가 도착했을 때 선제가 물었다.
"제갈공의 일상생활이 어떠하고 음식은 얼마나 드시오?"
사자가 대답했다.
"3-4 승升을 드십니다."
이어 정사政事에 관해 물으니 대답하길,
"장杖 20대 이상의 형벌은 모두 직접 챙기십니다."
그 후 선제가 다른 이에게 말했다.
"제갈공명이 어찌 오래 가겠는가!"
晉書 宣帝記
승升이란 부피의 단위입니다. 도량형이라는 것이 시대와 재는 물건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후한 무렵의 1승은 지금 단위로 약 200ml입니다. 그러니 승상의 하루 식사량인 3,4승은 600~800ml라는 뜻이되겠지요. 집에 있는 보통 크기의 밥그릇은 약 300ml입니다. 그러니 승상의 식사량은 두공기 내지는 모자란 세공기가 되겠는데요. 한참 일할 나이의 장년 남성에게는 많다고 할 수 없지만 사마의가 그렇게 말할 정도로 적은 양은 아닌 것 같아보입니다.
해서 보니, 한나라대 일반인-소농민의 하루 평균 쌀 소비량은 벼 5승, 하지만 흉년이 들때나 구사지시救死之時에는 3승을 소비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승상의 식사량 3승이란 건 사람이 간신히 굶어죽지 않을 수준의 양인 것입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위기시의 빈민에 대한 생활보장이라는 것이 죽지 않을 정도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해보면 3-4승이란 것의 양이 더 절실하게 느껴집니다. 더구나 승상은 고작 그만큼을 드시고 배 꺼질까 뛰지도 말고 가만히 누워 있는 게 아니라 장 20대 이상의 형벌은 모두 챙기시는 격무를 그치지 않으셨던겁니다.
<선제기>에서는 이 일화의 말미에 "결국 그 말대로 되었다竟如其言."라고 해서 사마의의 식견을 높이는 자료로 쓴 듯합니다만 사실 이런 형편이었다면 사마의가 아니라도 그 분 위험하시다, 걱정된다 말 할 수 있겠지요.
자,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서 한대 소농민의 평균 미곡 소비량 5승을 현미로 치환하면 3승이 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3승은 고작해야 1.8승에 지나지 않고, 승상의 하루 식사량 3-4승을 현대의 부피단위로 치환하면 360ml에서 480ml.
결국 이 무렵의 승상은 밥 한공기를 세끼 혹은 두끼에 나눠드셨거나 많이 드셔야 한공기 반을 드셨습니다. 사실상 끼니마다 거의 두어 숟갈 뜨다가 마는 식이 아니셨을까 싶어요. 그렇다고 전장에서 올리는 반찬이 풍족하고 고칼로리 고단백 영양만점이었을까 싶기도 하고, 반찬이 훌륭했다한들 다이어트에 골몰하는 처자도 아닌데 그만큼밖에 못드시는 소화력으로 몇 점 집어 드시기나 했을까 싶고요.
하루 세끼 중 한끼는 늦잠에 놓치고 두끼 꽉꽉 채워먹고도 간식에 안주에 주전부리를 그치지 않는 저로서는, 생각만해도 마음이 허해지는 동시에, 타임슬립이든 뭐든 가능하다면 붙잡아다 영양제라도 놓아드리고 싶어지는 식사량입니다O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