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화를 낼 수 있는 것도 아니었음...아...으아....으.....이런 상태로 손발도 머리도 차가워짐.
손발은 극장이 너무 추워서 그랬다치더라도 보고 나서도 내내 그려지는 풍경만큼이나 스산해졌다.
영화를 보고 나면 왜 포스터가 이 사진이었는가를 알게 되는데 거기까지 이르는 과정도 답답하고 힘들지만 나한테는 그 이후가 더 서늘했다. 누구에게도, 심지어 문제의 시발점이 된 아이에게도 악의는 없고 가해자들은 나름으로는 스스로를 보호한다는 정당성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인간의 정의로운 증오만큼 당당한 폭력도 없다. 저 위험을 몰아내자 밀어내자. 안전해지고 싶은 인간의 본성인데 어쩌겠나. 더해서 사실은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정면으로 인정하기 싫어하는 것도.
미드 수사물 탓인지 앗 여기서 반전? 앗 여기서 유혈?하는 생각을 한 건 나쁜 습관이지만; 굳이 꼬이는 극적인 사건 없이도 영화는 충분히 그들의 사냥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그려주고 있고 마지막 장면은 사냥이 끝난 뒤에도 사냥감이 결코 이전과 같을 수 없다는 섬뜩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마지막의 총성이 실제 루카스를 향한 것이든 다른 총성을 루카스가 착각한 것이든 간에.
영화는 루카스의 시점에서 주로 그려지지만 보는 입장에서 공포를 느끼게 되는 것은 저 정의로운 가해자 중의 하나가 내가 될 수 있다는 생각과 거기에 더해서- 패니를 해친 범인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루카스에게 제일 직접적인 폭력을 가했던 사람들이 실제로는 루카스로 인한 '피해자'의 범주에 들지 않았다는 사실.
배우의 연기도 좋았다. 난 아니라고 진실을 알아달라고 한번도 소리높이지 않았던 사람이 크리스마스 미사에서 눈물이 고인 눈으로 돌아보다가 내 눈을 보라고 아무것도 없다고 눈물 흘리며 소리치면서 실제적인 살해나 자살 없이도 '죽음'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완전히 격침.
두번 보라면 사양이지만 보지 않았다면 정말 후회했을 거다.
간만에 한참 생각할 거리를 찾을 수 있는 영화, 오래 지난 뒤에도 문득문득 떠올릴 것 같은 영화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