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적으로 레 미제라블의원작을 파고 있는 관계로 뮤지컬을 보는 시각은 잘 만든 2차창작이로구나-에 가까움. 후기 역시 원작팬의 잡담이 상당 분량 섞여있음. 더불어 별의 요정 법의 대천사 이런 말 당연히 진리 아닌가요? 할 수 있는 더러운 경감님빠.
제목 쓰면서 부끄러워지기는 처음이네;
괜찮아 나 올 한해 잉크도 만년필도 자제했고 책 사는 것도 자...제.....ㅁㅇㅅ 패밀리세일 안 갔으니 자제했음!
한 거 맞음!! 적금도 아직 모두 무사함!
특별한 일 없으면 후기 안 쓴다고 했는데 특별한 일이 있었다...
오늘이 그동안 본 것 중에서 최고였으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런 서러운 일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잡아놓은 표는 이제 한 장뿐이고 그나마도 일 생기면 놓아야하는데 왜 이제야ㅠㅠㅠㅠㅠㅠ
발장
오늘의 발장은 칭찬해야 함!
본 것 중에서 가장 안정적인 BHH. 삑도 끊김도 없이 대체로 무사히 넘어가는데 진짜 그동안 길고 지루한 가시밭길을 함께 했는데 이제야 장미와 백합이 가득한 하느님의 정원이 눈 앞에 보이는 기분이었음. 이 타이밍에서 벌써 보이면 안될 것 같지만 맨날 삑 났다, 불안하다고만 적어서 까는 줄 알았겠지만 사실 안타까워하면서 바라보고 있었음. 조금만 더 힘내세요. 사실 BHH 격하게 높은 곡임. 오죽하면 레미즈 패러디 음반에서 주님 제발 음 좀 내려주세요 음이 너무 높아요하고 바꿔서 불렀겠나. 엔딩 BHH 변주 때 불안한 건 숨지기 전이니 그렇다고 넘어가 줄 수 있음.
그보다 유언 건네주면서 손 부들부들 떠는데 진짜 숨 넘어가실것 같아서 마리우스놈 보고 있냐 아직 안 죽었는데 벌써 기도하지마ㅠㅠㅠㅠ 원작에서 기껏 물려준 재산 마리우스놈이 오해해서 안 쓰고 묵혀놔서 코제트 고생할까봐 유언장에도 검은구슬제조로 번 거라고 써놓고 죽으면서도 검은 구슬ㅠㅠㅠㅠ 마리우스 너는 진짜 발장 생각하면 코제트 가슴에 솜털만한 상처라도 주면 안됨 내가 어른 코제트 별로 안 좋아하지만 팡틴이랑 발장을 생각하면 진짜 코제트는 죽을 때까지 행복 기쁨 사랑말고 다른 건 몰라야함 알았냐 마리우스ㅠㅠㅠㅠㅠㅠ 임종씬 보면서 울다가도 천국 가자마자 꿩강하게 노래하는 걸 보면 여전히 뿜지만 됐어요 천국이 그만큼 좋은 곳인거겠죠.
경감님
제가 사랑하는 거 아시죠ㅠㅠㅠㅠㅠㅠㅠ
사실 오늘 1열 잡아놓고도 갈까말까 부랑부랑하고 있었다. 카페씬의 R과 발장의 복수가 코 앞에서 보이는 자리라 놓기가 아까워서, 거기다 일요일 막공은 진짜 어떻게 될지 모르는거라서 시름시름거리는 상태로 가면서 내가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이 먼 데를 이러고 가는 것인가 왜 오늘은 지하철에 이리도 사람이 많아서 자리도 없는가 포은 좌석 쉣이라 허리 아픈데 갈 때라도 앉아서 가야하는데 오늘도 경감님은 발장이 놔줄 때 흐느끼고 세느강에서 화 버럭버럭 내실텐데 취향의 검은 물은 더 높게 찰랑찰랑 차오를텐데 여기서 더 취향에서 벗어나면 4월까지 내내 앙상블만 보고 기다리나...우울하게 갔음.
그랬는데 세느강에서ㅠㅠㅠㅠㅠㅠㅠㅠㅠ 힘을 약간만 빼도 화를 조금만 덜 내도 이렇게 좋은 것을ㅠㅠㅠㅠㅠㅠㅠㅠ 일요일은 진짜 저 멀리 취향의 강 너머로 가신 줄 알았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흐느끼지 않고 계속 화내지 않으니까 가사도 다 들리고 곡 자체의 분노-회의-결단의 흐름도 살고 마지막에 이렇게 살 수는 없다-할 때 임팩트가 이렇게 쩔어주잖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절도있고 당당하고 반듯하고 아름다운 1막이야 뭐 여전하고 컨프롱 때 들어오기전에 통로 아치에 손대고 지켜보는데 좋음. Stars는 사실 아직도 100%는 아니지만 아무튼 아름다우신 건 인정함. 별들, 하고 속삭이는 것도 좋고 저번처럼 뒤에서 검은 게 일렁이는 악역의 노래가 아니라서 좋았다. 생각해보면 툴롱부터도 힘을 좀 뺀 듯.
발장의 복수도 2차 때보다는 덜 흐느끼고 아무튼 좋았음. 한 발 디딜 곳 없는 무대 구석까지 완전히 밀려있어서 저러다 오케석으로 떨어지지는 않겠지 아슬아슬하기는 했는데 아무튼 가까이서 봐서 행복했어요. 새삼하는 소리지만 경감님 바리케이트 의상도 좋음. 자살씬에서 크라바트 잡아 뜯듯이 푸는 것도 좋고. 일요일에 투덜투덜댔던 이유가 사실 해석 방향이 정해지면 점점 그렇게 가면 갔지 되돌아오지는 않을 것 같아서 그런거였는데 세느강 다시 생각해도 진짜 감사합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앙졸라스한테 약 팔 때 아 약이 잘 안 팔리네하고 다시 낚는 것도 좋고-앙졸라스 여기서 너무 순진하게 덥석 와서 끄덕거려서 과연 의심도 의혹도 모르는 신념의 화신ㅋㅋㅠㅠㅠㅠ-가브로쉬한테 당할 때도 너무 발끈하지 않아서 좋은데 발각되고 나서 아미들한테 죽이라고 하기 직전에 잠깐이라도 고개 떨구는 것 없이 더 당당하게 가도 좋을 것 같지만 세느강에서 한시름 놓았으니 많은 것을 바라지 않기로 했음. 발장하고 서로 알아볼 때 케미도 좋았고. 그동안 후기 쓰다가 빼먹었는데 바리케이트에서 발장 찾다가 바닥에서 혈흔 발견하고 기어서 흔적 따라가는 장면 홈즈 생각도 나고 사냥개 느낌 나서 좋아함.
아, 커튼콜 때 경감님 인사하고 나서 발장 나오십니다 멋지게 손짓했는데 발장 두어박자 늦게 나왔음ㅋㅋㅋ
앙상블
그동안 했던 칭찬 다 그대로에 더해서 아무튼 앙상블 사랑해요. 어쩌면 아직도 안 지치고 이렇게들 잘하지?ㅠㅠㅠㅠ 앞에서 보니 자잘한 개연성까지 보여서 진짜 제 심장을 가져가세요 싶었음. 맨날 사랑한다니까 그냥 하는 말로 보이겠지만 보세요, 저 경감님도 4회만에야 그것도 취향 라인에 들어와서야 사랑한다 말하는 사람임. 저 그렇게 쉬운 사람 아닙니다.
사실 누가 누군지 알아보는 건 아직도 못 하겠지만; 툴롱때 간수한테 침뱉다가 얻어맞는거나 추수씬에서 발장 노란통행증 보고 수근수근하는거나 공장에서 팡틴한테 작업걸다가 뒤에가서 수근수근 애가있대 뭐?하는거나 색시들에서 해군모자쓴 언니가 팡틴이 머리 팔 때 ㅉㅉ하고 보고 있다가 포주가 물어보니까 대답하는거나-근데 색시들에서 팡틴 손님 공장반장 맞는지 모르겠다;-오늘 예쁜 색시들은 특히나 잡아먹힐까봐 무서웠음. 카페씬 이야기가 더 많아서 그렇지만 여앙상블 언니들 다 사랑해요. 바리케이트에서도 터닝에서도 예쁘고 짠하심.
카페에서 왕정철폐!!하는거 콩브페르인것 같다. 오오 ABC의 벗들의 가이드께서 오오. 사실 보던 당시는 콩브페르라고 확신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또 잘 모르겠음. 갈색 계열 쓰리피스에 계단에 앉아있는 아미인데 마리우스가 헤롱거릴때 마리우스 나랑 얘기 좀 하자-던 아미. 헷갈리는게 머리가 밝은 계열인 아미가 둘인데 하나는 안경을 써서 나도 모르게 그만 보는 순간 안경=콩브페르로 인식을 하게 되니까 헷갈림. 앙졸라스한테 시간이 없다고 하는 건 아마도 프루베르였던 것 같다. 기껏 코트색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바리케이트에서는 코트를 벗고 나오니ㅠㅠ 거기다 바리케이트에서 그랑테르 술병 빼앗아가는 하나만 빨간코드고 거의 다 파란색임 연파랑 진파랑 터키파랑ㅠㅠ
이제 쿠르페락이랑 R은 카페씬이 아니라도 구분이 좀 가더라. R이 체격이 더 좋고 주로 힘쓰는 일, 포슐르방 영감을 부축하거나 테나르디에를 들어올리거나하는 쪽. 여관 술고래 3인조 중 하나가 R이었던 것 같고 LD에서 시비붙은 여자들 떼어놓는 것도 R이었음. 그러니까 배역은 R이 아니었겠지만, 배우가. 오늘 바리케이트에서 조명때문에 눈 머는줄 알았는데 쿠르페락이 가려줘서 고마웠음. 배우 눈은 괜찮은가; 근데 뮤지컬 쿠르페락 정말 씩씩하고 과격해서 카페씬 초반에 힘 콱콱 넣어주는 거 원작 쿠르페락하고는 다르지만 좋다ㅋㅋㅋ 자리 탓에 푀이가 DYHTPS 노래할 때 빛 속에서 노래하는 구도라 몹시 성스러워 보였음. 저번부터 후기에 쓰려다가 매번 까먹었는데 푀이가 붉은 깃발을 아래로 던지면 그때 커다란 깃발이 응답하듯 일어서는 연출 좋다.
R은 여전히 좋다. 원작보다 덜 진상이고 덜 비뚤어지다보니 자연스럽게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된 건 맞고 그래서 낚이라고 넣어준 역할이지만 아무튼 R 좋음. 발장으로 못 봐서 아쉽기도 하지만 R로 계속 볼 수 있는 건 좋다. 오페라~할 때 원래 작전테이블에 다리 올려놓았던가. 내 기억은 다음 공연을 보면 자동 덮어쓰기가 되는 것 같다;; 아무튼 대담한 R. 걸음 비틀비틀하는 것도 귀엽고 오늘은 쿠르페락한테 저번보다 더 세게 떠밀린 것 같았지만ㅋ 앙졸라스가 술병 내려놓으라고 하니까 술냄새가 입냄새였음 좋겠다-가사 맞나;-하면서 옆에 있는 아미한테 훅하고 부는 바람에 옆의 아미가 진저리를 치면서 괴로워하는거 귀여웠음. DWM에서 하필 다친 아미한테 죽음은 어떨까하니까 욕을 먹지ㅋㅋㅋ 기껏 푀이랑 졸리랑 즈앙이 위로해놨는데ㅋㅋㅋㅋㅋ 앙졸라스 멱살 잡고 스스로에 속은 건 아닌가 묻는 줄 알았더니 다행히 멱살은 아니고 심장에 손 대고 묻더라. 그 절절한 물음에 앙졸라스는 그랑테르 야 이 새끼야 너 왜 그래?!라고 대꾸했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 왜 그러기는 R이니까 그러지ㅋㅋㅋㅋㅋㅋ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이 ER 진짜 원작의 오레스테스와 필라데스 이런거 말고 대한민국 남자애들 느낌나서 울면서 웃고 있음ㅋㅋㅋㅋㅋㅠㅠㅠㅠ 가브로쉬가 총알 가지러 가기 전에 마리우스랑 발장이 서로 자기가 가겠다고 나서니까 걱정스럽게 보다가 옆에 있던 가브로쉬가 없는 걸 보고 당황해서 쫓아가는 거나 가브로쉬 처음 총맞을 때 떠는거나 무너질 때도 좋았고 마리우스 다쳤을 때 앙졸라스 붙드는 거나 마지막 전투 때 바리케이트 올라가기 전에 그냥 못 올라가고 술 들이키고서 달려가는 거나 다 좋다. 결국 나는 10주년을 제외하면 보는 레미즈마다 족족 R한테 낚이고 있구나. JN도 ㄱ님께서 보여주신 R을 못 봤으면 지금만큼 아끼지 않을지도...ㅇ<-<
가브로쉬는 아역이 "연기"한다는 느낌이 팍팍 나서 귀엽더라. 그래서 죽을때 흐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역 에포닌도 깨알같은 연기 챙기고 있고 코제트도 귀엽고 짠하고 노래는 또랑또랑하고ㅠㅠㅠㅠㅠ
갈수록 후기가 짧아지는 건 애정이 줄어서가 아니라 바빠서 그러함.
아무튼 오늘 정말 최고로 좋았음ㅠㅠ 멀리 간 보람을 느끼게 해주신 분들 모두모두 다 감사합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