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적으로 레 미제라블의원작을 파고 있는 관계로 뮤지컬을 보는 시각은 잘 만든 2차창작이로구나-에 가까움. 후기 역시 원작팬의 잡담이 상당 분량 섞여있음. 더불어 별의 요정 법의 대천사 이런 말 당연히 진리 아닌가요? 할 수 있는 더러운 경감님빠.
일단 프리뷰 2일째였던 6일 공연에 비해서는 정말 많이 나아졌다. 내 귀가 익숙해진건지 좀 더 앞쪽이라서 그런지 저번처럼 안 보이고 안 들리는 상태는 아니었다. 여전히 완벽하게 들리는 건 아니지만 배우들 컨디션만 잘 유지된다면 블퀘 공연이 기대될 정도. 노래 사이사이에 자잘한 대사를 넣어서 좀 부드럽게 만들어준 부분도 있었고 열흘정도 지났는데 정말 많이 좋아졌구나 놀랄만큼. 그런데 무대장치 옮길때 드르륵 들들들 소리 저번에도 났었나?
다시 가봐도 난 아무튼 포은이 싫다. 단차와 시야방해. 캄맥 내한한다며? 포은 3열 중앙에 앉혀드렸으면 좋겠다. 앞에는 그냥 평범한 머리 크기의 성인 두어명 앉히고, 아니, 휴 잭맨 오니까 휴 잭맨을 2열에 앉히자. 자, 어디 한 번 보세요, 그러고 싶은데 26일이라네. 쳇. 거기다 커튼콜 때 극의 여운에 젖을 틈 없이 아 막차 놓치면 끝장인데 달려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곳 따위ㅠㅠ 차를 샀어야했어ㅠㅠ 블퀘는 가까우니까 그때 열심히 봐야지.
발장.
표정이 똑같아 보이는 것은 분장 탓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Who am I 마지막 24601을 외칠때 음이탈이 있었다. 저번의 기억도 있고 해서 긴장했던 BHH은 무사히 잘 넘어갔음. 음이탈까지는 아니라도 아슬아슬한 부분이 더 있었는데 원캐로 1년 괜찮을까. 얼터를 늘리거나 하지 않아도 되려나 걱정.
팡틴
IDAD은 저번보다 좋았다. 왜 저번에 팡틴을 보면서 어....하고만 있었나 생각해봤는데 밤비와 싸우는 부분 전후의 팡틴은, 그러니까 already dead부분 부터 밤비에게 빌기 직전까지는 마냥 가녀린 지친 사람보다는 원작대로 사나운 암표범처럼 정말 없는 힘을 그러모아 절규하는 쪽을 좋아해서 그런가 보다 생각했다. 더러운 원작근본주의자라 정말 죄송합니다; Come to me는 아직도 모르겠음. 발장과의 호흡문제인가 아니면 가사가 문제인가. 블퀘에서 보면서는 Come to me에서 울었으면 좋겠다.
테나르디에 부부
마담 테나르디에 오늘 가사 중에서 돈덩이부분 놓쳤으나 좋았음. 왜 관대하냐고? 놓친 부분은 있었어도 전반적으로 좋았으니까. 나 단순함. 거기다 오늘은 가사도 잘 들렸거든. 테나르디에는 여관씬에서 앙상블이랑 어우러지는 깨알같은 부분 다 좋았고 하수도에서도 소름돋았고 아무튼 좋았음. 결혼식에서 질긴 생명력을 노래할때도. 테나르디에같은 사람들이 살아남는다는게 비극인데 뮤지컬의 두 사람은 미워할 수가 없음.
앙졸라스. 저번에 약하다고 했던 것에 비해서는 좋아졌다. 이번에는 마지막의 비 플랫도 좀더 제대로 나왔고 연기 디테일도 더 보이고 라마르크 서거 이후 분위기도 나았다. 이건 앙상블의 합이 좋았던 것도 있는 것 같지만. BHH때 다들 잠들었을때에도 홀로 깨어 바리케이트 위에 서 있는데 어깨와 등빨이 있어서 좋음. 저 대리석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보라-까지는 아니었지만 좋았다. 이대로 점점 더더더 좋아져서 내 살아생전 DT졸라스를 무대에서 못 본 한을 품고 죽지 않아도 될 만큼 좋은 앙졸라스가 되면 좋겠다. 그놈의 가발은 가까이서 봐도 공화주의자의 꽃, 혁명의 총애를 받는 아폴론의 매력을 깎으려는 왕당파나 보나파르트파의 음모가 틀림없다. 망할 가발 따위 기요틴에 16분할해버렸으면 좋겠음.
그랑테르. E/R지수가 높아졌다. 굳이 안 높아져도 되는데 넣어주신다면야 뭐 사양할 생각은 없음. 카페에서 R 이뻐 죽겠음. 마리우스가 헤롱거리는 걸 구경하면서 간도 크게 앙졸라스의 작전테이블을 대놓고 훼방놓는다. 이 인간아...하고 바라보는 E앞에서도 꿋꿋하다가 라마르크 서거 이후 혼자 구석에서 부랑부랑해서 차마 아미들을 못 보는 R 예쁘고 짠하고...그랑테르한테 왜 이리 우쭈쭈하는지 궁금하시면 원작을 읽어보세요. 원작의 R보면 ㅉㅉ 인간아...하다가 인간아ㅠㅠㅠㅠㅠㅠㅠㅠ하게 됩니다. 위고선생님 감사합니다ㅠㅠ 바리케이트를 세울 때도 앙졸라스에게 한 번 더 태클을 걸어보다가도 결국 따라가는 부분도 그렇고 DWM에서도 저번보다 E에게 연민과 신뢰를 보이는 부분이 들어갔던것 같고...아, 이렇게 써놓고 보니까 E/R미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런게 아니라 R 자체가 앙졸라스와의 관계를 언급하지 않으면 그 의미가 반감 되어버리는 캐릭터라서 그러함. 앙졸라스는 굳이 그랑테르를 가져오지 않아도 설명할 수 있는데 그랑테르는 그렇게 안되니까. 가브로쉬의 죽음때 가장 크게 타격을 받는 것도 좋았고. 원작에서 나베가 레글르 데려오라는 앙졸라스 전갈 전할때 취한 그랑테르가 길게길게 소년론을 쏟아내던 기억이 겹치면서 슬퍼지더라. 가브로쉬는 아니었어도 나베는 살아남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최후의 전투때 바리케이트 너머로 쓰러진 앙졸라스를 따라 올라가는 타이밍도 저번보다는 나았고. 아무튼 그랑테르 좋다.
카페에서 레글르를 찾으려는 헛된 노력을 했으나 포기했음. 파트가 없는데 배우 얼굴만 가지고 찾는 건 불가능하지. 에포닌의 죽음 때 가슴에 묻겠다-는 다행히 레글르 몫으로 남아있더라. 셔츠에 앞치마는 확실히 아니고 머리가 졸리나 프루베르보다 좀 더 부숭한 키와 어깨가 좀더 있는 줄무늬 조끼; 뭐래니ㅋㅋㅋ 부상당해서 한 잔 술에서 그랑테르한테 버럭하는게 레글르 같으나 확신은 없다. 이게 레글르가 맞으면 거기서 이미 부상을 당한게 불운의 별아래 태어난 레글르답다고 해주고 싶지만 뮤지컬의 레글르는 레글르다움은 없으니까. 카페씬에서 졸리 옆에 앉아 마리우스의 우&아를 즐겁게 지켜봐주는 건 프루베르. 우리 즈앙 여자 앞에서는 말도 잘 못하는 수줍은 시인인데 뮤지컬에서는 애인 생겼더라? 바리케이트에서 목걸이 걸어주면서 내보내던데. 순간 졸리인가 했잖아. 그러나 이것도 확신은 없음. 졸리랑 프루베르랑 목소리는 다른데 실루엣이 비슷해서; 새삼 깨달았지만 나 사람 얼굴 어지간히 못 알아보고 못 기억한다. 료래래를 비웃을 수 없을 지경. 원작의 입심과 쾌활함을 살리지는 못했으나 바오렐을 누를만큼 과격해진 뮤지컬의 쿠르페락은 즐겁다. 카페씬에서 오페라 타령을 하는 R을 떠밀어 앙졸라스 앞으로 보내는 것도 쿠르페락. 푀이랑 이야기하다가 방해받던 거였나. 콩브페르는 어디의 도인이신가 싶던 기존 버전과는 달리 말끔한 학생이었던 것 같다. 사실 뮤지컬 콩브페르는 이름만 콩브페르지 원작의 콩브페르다운데가 없어서 낯설다. 푀이는 비록 부잣집 도련님 같지만 DYHTPS에서 빨간 깃발 들고 노래할 때 보고 있으면 가슴 벅차서 죽겠음. 푀이가 살아남아서 48년 6월 바리케이트를 지휘하고 더 오래 살아서 71년 코뮌도 봤어야했는데 그래봤자 둘 다 결말은 현시창이지만ㅠㅠ 회전무대에 대한 미련을 지난 후기에서 다 쏟아버리고 깨끗하게 포기했더니 바리케이트에 좀 더 몰입할 수 있었다. 그 대가로 최후의 전투에서 속상해서 울었음. 이렇게 이쁘고 장하고 짠하고 귀여운 우리 아가들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에포닌은 OMO는 진짜 모르겠다. 저번보다는 좋았는데...그나저나 사랑 한 가득에서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처음 볼때보다 목 피로한 것 같던데 앞으로 괜찮으려나. 길게 가야할 공연이니까 너무 욕심내지말고 천천히 로딩해가며 관리 잘 해서 쭉 잘 갔으면 좋겠다.
마리우스는 처음처럼 한 음절 한 음절 혼신을 다해 또박또박 소리내지는 않아서 자연스러웠고...빈 의자 빈 탁자는 괜찮았고 아무리봐도 이 마리우스는 남자가 아니라 소년인듯. 코제트는 질풍노도의 한 가운데를 달리는 심한 땡깡쟁이였음. 발장 힘내세요. 딸 키우기 힘드시죠...스토커 하나만해도 힘들텐데...
아역들은 마냥 귀여워서 엄마 미소. 가브로쉬도 코제트도 귀엽고 에포닌 얼굴 보니 완전 애기여서 귀엽더라.
아베쎄랑 겹치지만 아무튼 앙상블은 여전히 상줘야함. 진짜 뭐라도 보내고 싶을 정도. 사랑해요, 앙상블. 주교님 가사가, 드디어 가사가 들려요ㅠㅠ 가사가 들리니까 연기도 좋더라. ATEOTD나 LD는 앞자리에서 보니 박력 쩔어서 지갑을 드...드리겠습니다 해야할 기세였음. 초반의 마을이나 공장씬부터 사이사이 깨알같은 디테일도 좀 더 보였고 밤비 저번보다 좋았고 지금도 좋기는 한데 좀 더 힘내라, 몽파르나스로서는 섬찟하니 귀엽더라. 뻘소리지만 밤비 부럽다. 저렇게 위증을 해도 경감님한테 존대말 들어가면서 보호받잖아? 내가 밤비보다 없는 게 뭔가. 참정권은 있고 광장에 있는 3층짜리 석조건물? 돈 벌어야겠네. LD의 포주가 R인가 아닌가 잠시 헷갈렸는데 쿠르페락인것 같기도 하고. 여관씬 정말 귀여워서ㅋㅋㅋㅋ 왼쪽의 술고래 3인조나 가운데에서 토하다가 가방 털리는 손님이나 카나리아▶◀ 주인이나 목발 짚은 손님이나 언니들이나 다 좋아서 전에는 흥겹네ㅎㅎㅎ정도로 넘어가던 이 씬이 최애씬중 하나가 되려고 하더라. 나중에 다 놓더라도 카페와 바리케이트와 여관씬은 놓지 못할지도. 다들 목관리 건강관리 다 잘해서 서울에서도 이 에너지 이 실력 그대로 다시 만나요.
다 했으니 경감님 이야기를 좀 해보자.
이하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에 바탕을 둔 소리임 땅땅.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에 근거한 거라고 경고했음.
내 취향과 다른 취향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내 취향이 진리라고 우기지 않겠으나
아무튼 내가 좋아하는 것은 이러저러한 것이라는 말을 하겠다는 소리임.
M sur M 부분까지는 괜찮았다. 처음 볼 때 놀랐던 통행증을 주면서 크흐흐하고 웃는 부분은 살아있었고 팡틴이 편지를 내보이면서 애원할때 냉소하는 부분이나 난 누구에서 알아차리는 타이밍도 더 빨라졌던거나 아직도 우왕좌왕하는 법정 분위기속에서 일단 발장을 쫒아가는 부분도 좋았다.
컨프롱때도 그럭저럭. 왜 좋지 아니하고 그럭저럭이냐고 하면 발장이 조금만 위협하면 너무 불에 데인듯이 뒤로 물러나심. 알아요. 그 나이에 마차도 번쩍번쩍 드는 영감이 왜 안 무서우시겠어요. 남의 말은 듣지도 않고 죽인다고 협박까지 하고 있는데. 원작에서도 침대 쇠난간 뜯어내는 거 보고 쫄았는데. 그래도 너무 멀리씩 도망가니까 팽팽함이 덜 했음. 사슬로 목 졸린 다음에 바로 맑은 소리로 노래 안 하고 콜록거리면서 목소리 가다듬는 디테일도 들어가 있었던 것 같은데 이건 두번째 보다 보니 이제야 알아챈것 같기도 하고.
파리로 온 다음부터가 아슬아슬했다. 테나르디에가 종알종알 느물느물거리는 동안 도망간 놈이 발장이구나 혼자 정리하고 나서 육식동물의 웃음을 씨익 웃는 거야 있을 법했다. 고르보 하우스의 내 모자는 어때?를 떠올릴 수 있었는데... Stars가 어수선했음. 내 쪽에서 두번째 보는 거라 벌써 몰입도가 떨어진걸 수도 있겠지만 팔 움직이랴 노래하랴 맹세하랴 바쁜 느낌. 팔을 덜 휘저으면 덜 어수선하려나.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닌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여기까지는 경감님 사랑해요 형광봉이라도 흔들고 싶은 상태였다. 경감님 팬클럽 색깔은 블랙가죠. 리블.
결정적으로 어라...했던 것은 바리케이트였다. 바리케이트에서 되도않는 사기칠 때 앙졸라스 반응 봐가면서 사기치는 타이밍까지는 좋았는데 그 다음. 바리케이트에서 발각당한 이후 발장에게 풀려나기까지 자베르는 이미 너무 많이 흔들렸다. 앞에서 코제트가 질풍노도의 한 가운데에 있는 코제트라고 했는데 오늘 자베르도 만만찮았다. 특히 발장의 복수 때 그 길로 그냥 세느강 바로 가실 것 같더라. 죽이라고 할 때 경감님 왜 벌써 그렇게 흐느껴요. 히스테릭해 보일 지경이었음. 자베르는 정체가 발각당할 때도, 거리의 꼬마에게 조롱을 당할 때도, 평생을 추적해 온 도둑이 으슥한 곳으로 끌고나와 칼을 들어보일 때도, 그리고 최후의 순간 스스로 목숨을 끊을 때도 dignity를 가지고 있어야 자베르다-라고 생각하는 입장에서는 오늘의 세느강씬은 그동안 살아온 52년의 인생을 되돌아보고 신에게 파면을 구하는 죽음이 아니라 이미 넋이라도 있고 없고 하는 너덜너덜한 멘탈을 주체 못하는 걸로 보였다.
그래서 우우 나빠 싫다 이건 아냐라는게 아니다. 사실 충격을 주체 못하고 죽은 건 맞다; 틀린 게 아님. 프리뷰 이틀째의 전형적인 자베르보다는 생명력이 있었고 눈물도 나려고 했는데 문제는 이게 내 기준으로는 아슬아슬하게 파울라인과 겹치는 수준이라는 것. 사실 살짝 아웃인데 첫날 본 기억이 있어서 세이프. 첫날 본 자베르가 이랬으면 난 블퀘오면 앙상블이나 보러가자고 울면서 원작과 TAC를 복습하고 있었겠지. 다시 보게 될 자베르가 여기서 더 흔들리는 자베르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자살의 원인이 범죄자로 불신하던 발장의 용서와 사랑에 있는 것인지 바리케이트에서 목숨을 위협당한 트라우마에 있는 것인지 불분명해져서는 곤란하지 않겠나. 처음으로 받은 사랑과 자비의 충격때문에 평생을 되돌아 본 결과로 선택한 죽음이 이미 너무 흔들리고 털려 다 무너져 내린 껍데기가 훅하고 바람에 날리는 죽음으로 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충격은 발장의 복수 시점에서 받는게 맞다. 단, 금이 가고 쩌정 무너져내리든 뚝 부러져 꺾이든 충격의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세느강이어야 한다는 것. 아니, 나는 그렇게 그려지는게 좋다는 것.
생각해보니까 뭘 이렇게까지 써놓을 필요가 있나 싶기는 하네. 뭐, 아무튼 나는 그렇다고. 계속 오늘같은 방향의 자베르로 해석된다면 그건 배우나 연출의 몫이니 그대로 존중할거고.
그리고 블퀘에서 봅시다 봅시다 해서 오늘 본 게 용인 자체 막공일것 같은 뉘앙스지만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