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적으로 레 미제라블의원작을 파고 있는 관계로 뮤지컬을 보는 시각은 잘 만든 2차창작이로구나-에 가까움. 후기 역시 원작팬의 잡담이 상당 분량 섞여있음. 더불어 별의 요정 법의 대천사 이런 말 당연히 진리 아닌가요? 할 수 있는 더러운 경감님빠.
공연 외
가는 길
길치인데다가 밤에는 더 길을 못 찾는 탓에 죽전역 바로 앞에 있는 줄 알고 사전조사를 게을리 해 잠시 길을 헤맸음. 수산물유통센터 아래쪽으로 내려가 횡단보도를 건넜는데 출구 바로 앞에 있는 육교의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게 편할듯. 난 지하철에서 통로로 연결되어 있다거나 그런 줄 알았지.
좌석
앞열은 단차가 없어서 끔찍한데 오케가 넓어서 무대는 아득히 멀다는 말에 최악을 각오하고 갔으나 뭐 나름 괜찮았다. 앞에 우뚝한 실루엣 둘이 계셨으나 본인 머리크기와 키는 어떻게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잖나. 원망하려면 객석배치를 원망하자. 원망할거야...ㅠㅠ 자리가 중앙의 왼쪽 구역이라서 덕분에 무대 오른쪽에서 있었던 팡틴 체포씬이나 하수도의 테나르디에 발장 발견씬은 머리들에 가려서 안 보이기는 했다. 하지만 괜찮음. 발장의 복수가 무대 왼쪽이라 내 눈앞에서 발장이랑 경감님이 이렇게이렇게 하는게 잘 보였으니 상관없음.
음향
첫날 1막이 안 들렸다던데 다행히 안 들리는 건 없었다. 소리는 잘 들렸음. 문제는 가사가 안 들림. 이건 음향의 문제인지 한글 가사를 몰라서 그런지 모르겠다. 솔로는 그럭저럭 들리는데 떼창이...떼창이 죽었습니다. 레미즈 가사를 전혀 모르고 원작도 모르고 간 사람들이 있었다면....애도.
무대
회전무대를 없앤-이라기보다는 포기했다고 해주고 싶은-대신 영상을 이용한 효과가 기존 퀸즈버전과 다른 점. 결론부터 말하자면 회전무대 돌려놔. 바리케이트는 특히나 절실하더라. 역시 퀸즈를 가야겠어.
포은 무대 자체가 생각만큼 넓고 큰 무대가 아니어서 정중앙이 아닌데도 무대 전체를 보는데 불편함은 없었다. 다만 앞뒤로도 깊지 않아서 Look Down때 슬럼가 무대가 너무 꽉차서 답답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 효과 자체를 노린건지는 모르겠지만.
그외
지연입장이 있었다. At the end of the day 도중에 3열 정중앙. 평일 8시 공연이면 바쁘고 위치도 멀고 늦을 수는 있는데 몰입을 홀랑 깼던 건 사실. 원래 이렇게 앞쪽 정중앙도 도중에 들어올 수 있는거였나? 뮤덕이 아니라 모르겠지만 영화라고 해도 비매너감인데. 첫날도 지연관객 입장이 있었다는 걸 보니 들여보내주나보다.
프롤로그
Work Song
Look down을 낮춰 낮춰로 번역했다. 과연 이것이 최선인가 싶기는 하다.
돌을 깨는지 밭을 매는지 싶던 원 무대와는 달리 물보라가 튀는 영상을 배경으로 갤리선으로 재현을 했는데 레미즈 포럼에도 자주 나오고 위키에도 나오는 말이지만 발장이 있던 툴롱 형무소가 처음 죄수들을 갤리선의 노역수로 보내던 것에서 출발한 것은 맞다. 맞는데 발장 시절은 오브리 머투린이 영국에서 이미 사관시절을 보내고 함장으로 활약하고 있었을 범선의 시대. 이미 갤리선은 사라진지 오래였고 죄수들은 툴롱의 병기창이나 조선소 등에서 일했다. 굳이 배를 타는 일이라면 원작에서 오리온호에서 발장이 일했던 것처럼 일 할 수는 있었겠지. 그러나 뭐 고증을 따지고 들어가자면 뮤지컬 레미즈가 완벽하지 않은 부분은 갤리선 부분뿐이 아니니까. 별개로 갤리선에서 노를 젓는 죄수들의 머리 위에 높게 서있는 자베르라는 구도는 좋았다. 조명은 죄수들에게 있지만 저 위쪽에서 내려다 보고있는 존재감. 죄수들을 누르는 법의 상징처럼.
노란 통행증을 내주는 자베르가 가석방의 의미를 묻자 발장이 나는 자유!라고 답하는 장면에서 자베르가 크흐흐하는 톤으로 음침하게 비웃으면서 아니!라고 하는 바람에 순간 대체 이 자베르는 어떤 자베르길래 이러시는가 잠시 심장이 쫄깃해졌음. 다시 생각해도 진짜 악역1의 웃음이었다고ㅋ 하지만 통행증을 놓고 발장과 대화하는 첫부분부터 딕션은 좋아서 잘 들렸고 적당한 자베르였다.
On Parole/Valjean Arrested, Valjean Forgiven
발장, 24601으로서의 발장은 막 독기에 이글이글 타오르면서 악에 받쳐 있을 줄 알았는데 그보다는 보살펴 줘야할 박해받는 사람에 가까워보였다. 초반 미리엘 주교의 은 식기를 들고 튀는 부분에서 FLIGHT-!의 고음부가 잘 살아서 좋았다.
그런데 주교님을 굳이 신부님으로 번역했어야했나? 주교가 어려워서? 그렇게 안 쓰는 단어도 아닌데. 일개 본당신부도 아닌 주교나 되는 고귀한 분이 서슴없이 가석방범을 받아들이는 것도 감동의 한 요소인데 아쉽.
What Have I Done?
나쁜 버릇인데 난 사실 이걸 발장 배우랑 자베르 배우랑 누가누가 더 잘 부르나 비교하는 버릇이 있다. 그리고 자베르 배우가 잘 부르면 혼자 괜히 뿌듯해하지. 부질없는 짓ㅋ 자베르의 독백과 비교해서 발장은 다른 의미로 자기를 죽이고 사슬을 떨치고 앞으로 나가는 파워가 있으면 좋다. 배우 성량이 풍부한 건 좋았는데 너무 씩씩하더라. 가사를 대충 기억해보면 이것도 번역이 꽤 직역이었고 아무래도 한글 가사가 아직 낯설어.
1막
At the End of the Day
문제의 공장씬 중간에 몰입이 깨져서 그렇지 공연 자체는 좋았다. 공장 밖 거지들에게서 느껴지는 그악스러움은 나중에 나오는 생 미쉘부분과 비교해서도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는게 정말 열심히하는 에너지가 느껴져서 좋았다. 앙상블 상줘야 된다니까. 상 줘라. 진짜.
반장은 JN의 25주년 반장이 너무 큰 충격으로 남아있어서 이번 반장은 그리 많이 나쁜 사람같지 않아보였다는게 함정. 25주년 반장은 정말 SVU 호출하고 법정에서 만나고 싶었음ㅋ 점잔 빼지 않는 가사번역이 반가웠다. she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 온갖 뉘앙스가 함축된 '년'의 힘이란. 시비거는 언니의 파워나 싸우는 부분이나 빙글대는 반장의 표정이나 다 좋았다. 의상이나 가로로 길게놓인 작업대라는 구성이 영화의 공장과 비슷해서 영화는 25주년쪽을 기준으로 삼았나 싶더라.
I Dreamed a Dream
잘 모르겠음. 공장씬의 팡틴은 괜찮았고 노래도 잘 불렀으나 별로 와닿지 않았다. 왜지??
제목을 나는 한때 꿈을 꾸었네로 했는데 굳이 한때가 들어갈 필요가 있나 싶기도;
Lovely Ladies
예쁜 색시들ㅋㅋㅋ로 번역되었다. 프로그램을 사들었을때 번역을 보고 뿜었으나 시대배경과 색/시/집, 방/석/집등의 오래된 말들의 연상작용이 있으니 과히 어색하지는 않았다. 예쁜 언니들이나 예쁜 아가씨등등의 여러 대안이 있었을 것 같기도 한데 뭐 오래된 느낌나고 좋더라. 가사나 연출의 섹드립 난무하는 부분이 다 살아있어서 기뻤다. 이래야 레미즈답지. 왁자하게 에너지 넘치다가 쓰고 시고 더럽게 스산해지는 느낌이나 깨알같은 연기까지 앙상블 상줘야 된다니까 상 줘라. 진짜2 이 부분에서 제일 소름돋는 Don't they know they're making love to one already dead! 부분이 소름 돋지 않았음. 왜?? 나 소름 돋을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ㅠㅠ 바마타브와는 좀 더 얄밉고 비열해도 좋을듯. 레미즈 밤비는 못되먹어야 제맛이지.
Fantine's Arrest
경감님ㅎㅇㅎㅇㅎㅇ 포니테일이 사라진것은 좀 아쉬웠지만 고증 상 없는게 맞기는 하니까. 근데 구레나룻있었나...없었던것 같다. 벌써 기억이 희미해. 이 부분 가사는 다 잘들렸는데 워낙 외우다시피 들어서 그런지 어떤지는 모르겠다. That's the way to please the Lord를 주님의 역사시니-로 번역했던 건 경감님의 가혹한 선악관에 종교적인 느낌을 얹어서 한마디로 개독같아서 꺄악. 아니 근데 솔직히 너무 기독교적 어휘라 어색도 하더라ㅋ 도를 넘을만큼 폭력적이지 않은건 좋았다.
팡틴을 사이에 두고 시장과 대립하는 부분은 원작이 좋으나 뮤지컬을 볼작시면 시장을 원망하는 팡틴을 보는 표정은 원작처럼 소스라치게 놀라 충격을 받는 것 보다는 흥미와 경계에 가까웠다. 원작이 어이없는 상황에 직면한 자베르의 생각의 방향이 시장과 창/녀의 부적절한 관계에 미치자 충격을 받던 것이었다면 뮤지컬은 아니 대체 저 여자가 하는 저 뻔한 변명을 시장님은 왜 듣고 계시는 거지?에 가까웠다.
원작에서 충격받던 자베르는 정말 귀엽기까지 한데 마흔살 아저씨가 그것도 밑바닥에서 기어올라와 여전히 밑바닥 범죄자들과 싸우면서 온갖 더러운 거 못 볼거 다 보고 지냈을 경찰이 그런 걸로 충격을 받다니. 공권력은 결코 죄를 짓지 않는다는 신념에 금이 가는 충격을 받았든 고결하신 시장님이 저런 여자와..!라는 충격을 받았든 아무튼 위고선생님 또 그렇게 자베르의 결벽을 드러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원래 전 잘못이 없어요-하고 팡틴이 매달리는 대상은 자베르였는데 발장에게 매달리더라. 원작 기준으로는 자베르에게 비는게 맞는데 보는 사람을 고려하면 이편이 편하겠지...
The Runaway Cart
오른쪽에 밝게 뭉쳐 시장의 기적을 기뻐하는 사람들 뒤를 천천히 돌아 왼쪽 끝에서 주시하다 시장의 코트를 건네주는 자베르는 언제 봐도 좋지. 비록 허당이기는 하지만; 발장이 정말 당신이 잡으려는 사람이 나 아니야?라고 재확인할때 처음에 자네라고 하다가 당신이라고 하던데 좀 어색하지 않나. 시장과 경감의 어색한 관계를 반영한 번역이라면 할말 없음.
Who am I
발장의 솔로 중에서 제일 좋았다. If I speak, I am condemned. If I stay silent, I am damned!를 자백하면 나는 죄수 입을 다물면 나는 죄인-으로 번역했던것 같다. 개인적으로 힘들때 제일 힘을 받았던 He gave me hope when hope was gone He gave me strength to journey on 가사가 어 좀 아쉽다는 기억은 나는데 음, 가사 확인할 방법이 없어서 역시 좀 답답하네. 사실 이 부분은 회전무대가 돌아가는 대로 발장이 걸음을 옮기는 움직임과 가사가 연계되면서 좋았는데 회전무대는 없고 뒤에서 법정씬이 나타나는 식의 연출로 바뀌었으니까;
법정씬에서 발장이 정체를 드러내면서 샹 마티외를 구할때 And so Javert, you see it's true. That man bears no more guilt than you!라고 해서 발장이 무죄의 기준을 판사도 검사도 아닌 자베르로 삼고 있다는게 한 마리 자베르빠로서 핥고 아끼고 좋아하는 부분이었는데 번역에서는 그냥 저 사람 무죄다! 정도로 줄어들었다ㅠㅠ 고뇌하는 가운데에서도 자베르를 무죄의 기준으로 인정하기는커녕 여기서 발장은 봐라 자베르!!!하고 이미 컨프롱할 태세였다ㅋㅋ 전반적으로 발장이 성자라기보다는 투사의 느낌이라서 그랬으려나.
뒤늦게서야 상황을 알아차리고 당황하다가 쫓아가는 경감님 귀엽귀엽<-뮤지컬을 이렇게 감상하면 안됩니다.
간혹 발장이 정체를 밝히고 나서 법정이 혼란에 빠져있을 때 I knew IT!! 이라고 외치고 쫓아가는 자베르도 있다던데 그렇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나는 장발장-이라고 밝히는 부분부터 반응이 있어야하지 않나 싶었는데 자기 이름 부르고도 당황한 상태였다가 24601하고 낙인 인증해서야 감잡는 경감님. 어차피 이거야 뮤지컬에만 있는 상황이니 해석나름이겠지.
Come To Me
나는 IDAD보다 여기서 울먹하는데 이번에는... 왜지...ㅠㅠ
Confrontation
누가 내게 M sur M의 집중포인트를 묻는다면 ATEOTD와 IDAD, 그리고 Who Am I라고 정상적으로 답하겠지만 가식 떨지말고 솔직하게 말하라고 한다면 당연히 팡틴 체포와 컨프롱이다. 컨프롱을 얼마나 설레이면서 기다렸던가. 이전에 좋아한다고 말했던 M'sieur le Mayor, You'll wear a different chain! 가사는 살아남지 못했다. 은유와 배경지식이 필요한 부분이라 번역이 어렵기는 했겠지. 그리고 문제의 chain부분의 가장 낮은 음은 잘 안 들리더라. 많이 낮죠... 그렇죠.... 문제는 둘의 목소리가 겹치면서 본격적으로 대결하는 부분인데...안들려ㅠㅠ이게 서로 최대 성량으로 핏대높여 싸우는것 보다는 서로 좀 강약 조절이 되어야 밀당하는 느낌이 들고 긴장감도 살고 가사도 들려서 좋은데...제일 중요한 You know nothing of Javert 이하는 전혀 안 들렸다ㅠㅠ 여기서 자베르가 자기고백을 하면서 발장을 찍어누르면 발장이 널 죽여버릴수도 있다고 받아치는게 되어야하는데 발장 소리밖에 안 들리고..그나마 발장가사라도 잘 들렸나하면 그것도 아니고...처음 본 사람들이나 원작 모르는 사람들은 우리 경감님 감옥에서 태어나 시궁창에서 기어올라온거 모르겠지ㅠㅠ 그 부분이 자베르의 캐릭터를 구성하는 중요한 부분이고 자베르가 결코 악역이 아닌 이유인데 안 들리다니ㅠㅠㅠㅠ
그러나 액션 부분만큼은 난 이 버전을 지지하겠음. 가사에서 사라진 Chain이 소도구로 나오면서 발장-자베르의 싸움이 좀 더 나아졌다. 내가 경감님이 그 수갑 달랑거리고 들어보일 때 이미 짐작하기는 했지만ㅋ 영화에 꼭 반영해라. 휴 잭맨-러셀 크로로 이 장면 좀 봅시다.
Castle On A Cloud
회전무대에서는 팡틴의 침상을 비춰주다가 커다란 빗자루를 든 코제트로 무대가 돌아가면서 애잔함을 더해주는데 투어 버전은 그런거 없더라. 코제트는 귀엽고 노래도 또박또박.
Master Of The House
Master Of The House를 이 집 주인장으로 번역한 건 입에 착 붙더라. 즐겁게 신나게 잘 봤음. 왜 이리 관대한가하면 여기도 앙상블이 신나게 놀아주는 부분이니까. 앙상블 얼굴 구분할만큼 자주 봐서 깨알같은 연기를 즐기고 싶은데 어 일단 앞열인데도 얼굴도 잘 안보이고 원래도 얼굴 구분 잘 못하고 보면서 즐거워하기 바빴다. 카ㅋ나ㅋ리ㅋ아ㅋㅋㅋㅋㅋ테나르디에 마담도 테나르디에도 분위기 잘 맞고 테나르디에가 너무 사악하지 않아서 편안했다. 뮤지컬 테나르디에가 너무 사악하면 무서워ㅎㄷㄷㄷ 제일 신나는 장면조차 더럽고 무섭게 흥청거리는 분위기를 보는 게 역시 레미즈의 재미. 빠르게 흘러가는 가사가 그래도 나름 잘 들렸는데 개중에 뭔가 메뉴가 현지화된 기분이 들었다. 오리탕인지 매운탕인지를 들었는데 맞나ㅋ 앙상블 상줘라. 진짜333
우물
코제트와 함께 걷는 발장의 허밍은 항상 좋다. 이번 발장이 성자는 아니었지만 상냥하고 다정해서 보기 좋더라.
Thenardier Waltz
이 부분에서 발장이 IDAD 멜로디로 노래하는게 좋다. 정말 팡틴을 대신해서 온 느낌이 들거든. 이 집 주인장때도 그렇지만 여기서도 웃음 포인트마다 웃을 수 있어서 좋았다. 마담T의 크리스찬으로서의 도리 드립은 언제들어도 소름끼쳐서 좋아. 코제트에게 옷을 입혀주고 카트린느를 건네주는 장면은 엄마 미소가 절로. 둘이 왈츠를 추는 장면은 언제봐도 정화되는 기분이다.
여기서 1823년 부분이 끝나고 1832년으로 넘어갈때 기존에는 아역-성인간 교체씬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내가 놓친 건지 못 봤다. 팡틴이 보낸 돈으로 공주같이 차려입은 어린 에포닌이 초라한 거리의 소녀가 된 성인 에포닌에게 장미를 건네고, 새 코트를 입은 코제트가 어른 코제트에게 카트린느를 건네는 교체씬.
Look Down
앙상블에게 상 줘라. 두번줘라. 세번줘라. 에너지가 번쩍번쩍 튀어서 진짜 좋았다. 그게 슬럼가 밑바닥 인생들의 억눌린 분노인지 와 우리 드디어 라센한다는 앙상블의 기합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마 둘 다겠지ㅋ 가브로쉬 소리가 작았지만 작은 것 치고는 또 가사는 잘 들려서. 소리가 가늘가늘해서 귀여워 우쭈쭈해주고 싶더라. ATEOTD보다 더 절박하고 더 그악스럽고 더 칙칙하고 뜨거운 열기가 얼마나 잘 살아있는지 그래서 마리우스와 앙졸라스가 아쉬웠다. 특히 앙졸라스. 사실 마리우스는 ㄴ ㅈㄴㅅ급만 아니라면야 나로서도 아무래도 상관없...
라센을 정말 바라고 기다렸던게 LD나 바리케이트나 우리 정서나 역사에 맞는 부분이 많아서였는데 지금 생각해도 소름돋게 박력있었던 LD. 레미즈의 진리는 역시 떼창이라는 것을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었다. 거기에 무대가 끝까지 꽉 차는 슬럼가 세트의 압박까지.
The Robbery / Javert's Intervention
에포닌이 마리우스에게 머리 모양이 마음에 들어-라고 은근슬쩍 장난처럼 마음을 보이면 마리우스가 난 네가 날 항상 놀리는게 마음에 들어-라고 눈새같이 답해서 에포닌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가사가 좀 달랐던 것 같다. 마리우스가 뭔가 어? 그래? 수줍어하면서 넘기는 느낌의 가사? OST 나올까. 나온다고 해도 이 부분은 보통 생략되니까;
파리의 경감님은 M sur M 까지는 앞서 말했던대로 짧게 자른 머리였다가 파리에서부터 어깨 길이의 머리로 나오는데 포니테일만큼은 아니지만 예쁘다. 파리 부분 코트와 탑햇이야 언제나 진리지..:Q<-여러분은 잘못된 공연 감상의 예를 보고 계십니다.
무대가 좁은 단점이 발장이 니들 미쳤냐 왜 이래 무슨짓이야 소리를 지르고 테나르디에가 낙인검증을 위해서 발장의 옷자락을 잡아뜯으려는 난리중에 날카로운 에포닌의 경고가 떨어지면 순식간에 다들 사이드로 도망가고 비어버린 무대 한 가운데에 자베르가 침묵가운데에서 위압감으로 무대를 꽉 눌러야하는데 무대가 복잡해서 그냥 골목길 빠져나오는 기분이었다.
이 부분은 빠르더라도 절도있게 노래하지 못하면 자베르 캐릭터가 흔들리는데 좋았다. 딕션도 좋고 성량도 좋고 음색도 품위있는 쪽. 좀더 차갑고 결벽스러워도 좋겠지만. 허당짓 해대면서 꼿꼿한게 좋았다. 느물거리면서 기어오르는 테나르디에를 몰아붙이는 것도 좋았지.
Stars
꺄악 배경 예뻐! A heart full of love보다 예쁘다ㅋㅋㅋ face to face를 마주칠 날로 번역한 것은 아쉬웠다. 마주치다는 우연성을 기반으로 한 느낌이 있는데 별들은 직업정신 투철하고 침착하고 완고한 스토커의 다짐이니까 마주한다든가 대면한다든가 좀 더 잡고야말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말이었으면 좋았을텐데.
Lord let me find him 부분에 파이프오르간 반주는 없었지만 조명받으면서 별을 향해 무릎 꿇고 팔 벌려서 기도하는 연출 좋았다. 성호 긋는 것보다도 더 나를 제물로 바쳐 발장을 소환한다 던져 맹세한다는 느낌이 나더라. 사제서품때 신에게 온전히 자신을 봉헌하고 순종한다는 의미로 바닥에 엎드리는 의식이 있는게 그게 생각나기도 하고 좋았다. 어릴 때 많이 보던 오늘도 무사히가 쓰여진 기도하는 소년 그림의 기도하는 중년 버전으로 보이기도. 물론 문구는 오늘도 무사히가 아니라 오늘도 정의롭게ㅋ
노래는...좋았다. 부드럽게 잘 불렀던 것은 좋은데 배우 음색이 그래서 그런지 발성때문인지 성량이 부족한 것은 아닌데 파워가 좀 약했다는 느낌. 이건 진짜 자기 인생을 건 다짐이고 의지인데 더 단호하고 타협할 여지가 없는 절대적인 맹목, 잘못된 신념임에도 느껴지는 숭고함이 있으면 좋았을텐데 잘 불렀는데...라는 느낌.
사실 Stars를 기다리면서 이 자베르는 대천사와 이리의 배에서 태어난 개 중 어느쪽일까 궁금했었다. 프로그램의 인상으로는 후자, 25주년의 놈 르위스쪽이려나 했는데 막상 들었을때는 대천사도 사냥개도 아닌 인간, 경감이었다. OLC의 로저 알람 느낌 나는 정석적인 자베르. 배우 저마다의 스타일이 있는 건데 어느류다 분류하는 것도 실례같지만; 그냥 이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내 기준이 너무 PQ한테 맞춰 있는거라서.
가브로쉬의 노래는 귀여웠다. 깐족거리는 소악마나 통제불능의 도깨비불보다는 우쭈쭈해주고 싶은 아이. 내가 지켜줄게, 할때는 엄마미소.
Eponine's Errand는 넘어가고; 이때까지는 에포닌 괜찮았는데...
ABC Café / Red and Black
아, LD때 얘기를 했어야했는데 앙졸라스 팬분들, 애도를 표합니다. 앙졸라스 가발 남아있어요. 갈색, 칙칙한 갈색에 까만 리본으로 꽁지 묶은 가발. 금발이 아닌건 둘째치고 경감님도 마리우스도 다 가발 없앴는데 대체 왜 앙졸라스만 남아있나 싶기도 하다. 대체 왜.
회전무대가 없어진 대가를 가장 크게 치른 것은 역시 ABC의 벗들. 뮈쟁이라고 친절하게 써놓은 카페의 지하 느낌이고 앙졸라스의 작전 테이블은 보는 사람의 왼쪽, 마리우스와 R의 우&아도 왼쪽이다. 라마르크 서거를 기회로 삼아 환희로 빛나는 앙졸라스는 오른쪽의 계단에 있고 그를 둘러싸고 당장 뛰쳐나갈 기세인 다른 벗들을 바라보는 R은 왼쪽 벽에 기대어 서있는 구도.
앙졸라스는 가사가 의미는 직역으로 살렸던 것 같은데 자체가 아름다운 연설인 원래 대사 느낌은 잘 안 났던것 같다. 사실 앙졸라스 자체가 휘어잡는 파워가 별로 안 느껴졌더랬다. LD는 워낙 떼창이 강해서 그렇다쳐도 카페씬에서는, 특히 라마르크의 죽음으로 바닥으로 가라앉은 분위기를 확 몰아쳐서 정말 사람 뛰쳐나가게 만들어야 좋은데...뭐 노래 자체가 워낙 빠르고 힘드니까; 그래서 오히려 여기 마리우스가 상대적으로 쎄보였다. 쫄지 않아ㅋ
그렇지만 앙상블은 좋았습니다. 앙상블은 상 줘야죠. 비록 레글르 대사 잘렸던 것 같지만ㅠㅠ 미안해 레글르...내가 Seven guns in St. Martin! 이 새버전에서는 잘린 것 같아서 불안하기는 했는데 정말 안 들리더라?ㅠㅠ 그래서 아직도 누가 레글르인지 모르겠다. 미안해, 레글르, 이게 다 내가 덕력이 부족해서ㅠㅠㅠㅠ
R은 이번에도 참 듬직한 체구라 혼자 속으로 웃었다. 바리케이트에서 아예 총을 잡지 않는 R은 확실히 전력손실이라는 느낌. R은 앙졸라스를 그리 무서워하지 않는 느낌이더라. 앙졸라스가 매섭지 않아서 그런가 어, 미안ㅎㅎ 이런 느낌? 기억에 너무 선명하게 박힌 R이 있어서... 아, E/R 지지자들에게는 투어버전이 아쉬울지도 모르겠다. E는 확실히 뮤지컬이 진행되는 내내 콩브페르인지 쿠르페락인지와 더 가깝다. 이쪽이 원작에 더 가깝기는 하지. R이 Red and Black 때 구석에 앉아 시니컬하게 바라보는게 아니라 작게나마 따라 부르길래 어, R이 같이 부르네??하고 있는데 라마르크 서거 이후 E를 중심으로 모여 빛속에서 거리로 뛰쳐나가려는 친구들을 구석에서 안타깝게 보고 있더라. 야, 잠깐만 이건 아니잖...하다가 차마 말리지 못하고 구석에 서서 아 ㅆㅂ 어쩌지?하고 있는 게 한쪽에서 혁명을 이야기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연애이야기를 하는 이 일상이 끝나버렸다는 것에 당황하고 안타까워하는 모습같아서 좋았다. 원작대로 회의주의자인 R이 취해서 친구들을 보는 것으로 낙을 삼고 있다는 부분이랑 통하는 듯. 이런 R은 참 좋지.
Do You Hear the People Sing?
당연하지만 민중으로 제대로 번역되었다. 예전 해적판에서는 백성이었다며;;; 그리고 앙상블 상 주세요. 진짜. 떼창 만세. 정말 내 심장도 뛰는 기분.
문제는 R인데 오리지널 버전의 R은 친구들이 다 거리로 뛰쳐나가는 와중에 맨 뒤에 술병을 들고 맥없이 따라간다. 그러다 E가 R을 격려하면 R은 E를 말리려고 하다가도 결국 E가 R을 설득해 사이좋게 얼싸안고 바리케이트로 뛰어가는, 원작의 팬이라면 캐붕을 외치는 부분이 사라졌다. 이번 R은 굳이 E가 격려하지 않아도 일행의 세번째쯤에 줄을 서서 술병은 들고 있을망정 함께는 하는데 캐붕은 막았으나 대신에 R의 망설임, 안타까움, 의욕없음, 회의주의자로서의 시각은 원작을 모른다면 안 보일듯. E가 R을 감싸는 부분은 없어도 좋지만 적어도 망설이는 R의 디테일 정도는 보여주면 좋았을텐데. 이건 E/R지지자는 아닌 R을 아끼는 팬의 희망사항. 우리 레글르 대사도 잘렸는데 그 정도는 좀 해줘라...해주세요...해주시면 좋겠습니다.
In My Life /A Heart Full of Love
코제트는 너무 양소리 안 나서 나는 괜찮더라. 어차피 마리우스나 코제트나 끔찍하게 못 하지만 않으면 뭐;
The Attack on Rue Plumet
테나르디에 갱도 에포닌도 다 좋았다.
One Day More
내일로-로 번역되었다. 좀 아쉽다. 뭣보다도 기차 티켓이름이 먼저 생각나고. 이렇게 된 거 코레일은 내일로 홍보할때 ODM써도 될 듯? 내일이 오면 정도도 후보에 있었을 것 같은데 고르다 고른게 이거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내일로는 정말 최선이었나?
그 밖의 가사는 거의 안 들려서 모른다. 정말 안 들렸다; 간신히 경감님 파트의 학생놈들 피에 젖으리까지는 들었는데 착착 쌓이는 목소리들이 늘어나면서부터는...내 귀의 한계인지 뭔지. 박수는 열렬히 쳤지만 멋있는데 뭐라는지는 모르겠어요 상태였음. 떼창은 좋았으나 가사지원이 절실합니다.
2막
At the Barricade
바리케이트를 세우려는 E가 원작의 쿠르페락이 세탁물 밑에서 끄집어낸 탄약과 총이 들어있는 가방을 생각나게 하는 가방을 확인하는 장면이 있었다. 경감님 사기가 시작되는데 아....힘내세요...이제와서 말해봐야 소용없지만 차라리 젊을때 진짜로 군대를 가지 그랬어요. 그랬으면 못 살아남았을것 같기도 하지만.
발장이 초반에 독기가 모자라지 않나-라고 했는데 그 반대급부로 상냥하고 다정하다. 에포닌을 염려하는 부분은 진심이 느껴지더라. 그나저나 마리우스의 애절한 편지가,"안녕, 코제트?"로 시작하는 바람에 혼자 속으로 뿜었음.
On My Own
이전까지의 에포닌이 좋아서 기대를 너무 했나. 그리 와닿지 않았다. OBC로 처음 접했을때도 다른 버전에서도 이 노래는 좋아하는데...팡틴도 그렇고 에포닌도 그렇고 왜....ㅠㅠㅠㅠ A Heart Full of Love를 누를만큼 절절하게 밑바닥인생을 살면서도 결국 사랑에 빠진 소녀의 마음이 드러나서 보는 사람이 보듬어주고 싶고 그런 노래인데...아쉽다.
Building the Barricade/Javert’s Arrival
돌아온 경감님 너무 숨차하는 티 내면서 친절한 언니들이 준 물도 달게 마시는 혼신의 연기를 보여서 1분 뒤를 아는 입장에서는 눈물이ㅋㅋㅋ 정체가 들통날 때 잠시 당황하다가 곧 당당하게 죽여라 나서는 것 무난했고. 가브로쉬가 입만 열면 거짓말쟁이 사기꾼이라고 할때 마음이 많이 아팠...원작인증 죽는 순간까지 거짓말을 모르는 사람이었다고, 사기꾼이면 사기를 그렇게 어설프게 그따위로 치겠니. 지스케, 보고 있어? 그런데 Little People이 이어졌나? 진짜 짧게 휙 넘어가버린 기분인데. 에포닌이 바리케이트 넘어오는 공격 때 학생들 친절하게 머리까지 눌러서 숙여줘 가면서 경감님 피신시켜주더라 이런 인간적인 ABC의 벗들과 시민들을 찬양합시다.
A Little Fall of Rain
직역이지만 가사가 원체 예쁘니까. 에포닌 넌 100년은 살거야-하는 마리우스 가사는 언제들어도 애잔하고 덧없고 예쁘지. On My Own때문에 걱정했는데 다행히 좋았다.
에포닌의 죽음을 애도하는 부분에서 원래는 레글르 대사였던 She will not be betrayed가 레글르 몫으로 살아남았는지 앙졸라스가 불렀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가슴에 묻겠다로 번역되었더라. 흠 ...좀 의미가...; 원래는 에포닌의 죽음에 타격을 받았지만 바리케이트를 버리지 않고 끝까지 싸우는 것으로 그녀의 죽음을 기리겠다는 결의가 있는 대사인데 그냥 가슴에 묻으면 뭐 어쩔건데 싶잖아. 뮤지컬의 에포닌의 죽음이 원작의 마뵈프 영감의 죽음의 역할을 한다는 걸 생각하면 좀더 아쉽다.
Night of Anguish/The First Attack
마리우스 구하러 왔다가 뜻하지 않게 자베르를 발견하고 굳어지는 발장과 발장을 알아보고 묶인 상태에서 일어나려다가 제지당하는 경감님을 기대했는데 좋았음. 눌러 앉히는게 하필 R이라서 여러가지 생각이 나더라. 새 버전 그랑테르는 의외로 쓸모가 없지는 않다ㅋ
발장의 복수에서 또 만났군-이라는 발장의 말에 몇몇 사람이 빵 터지더라. 흠, 지겹게 자주 만나기는 하지ㅋ 이 부분 가사는 거의 직역이었던 것 같고 발장이 마냥 성인군자가 아니라서 자베르가 날 어서 죽이라고 총을 들이밀었을때 정말 화가 나서 울컥하면서도 그래도 죽이지 않겠다고 살려주는 부분은 인간적으로 보이더라. 자베르는 좀 더 불신하면서 몰아붙여도 좋았겠지만 그만하면 괜찮았고. 앞에서 말했지만 무대 왼쪽 구석에서 일어나는 일이라서 오른쪽 사이드에서는 잘 안 보일지도.
Drink with Me
카페씬에서 아미들중에 앞치마를 두르고 셔츠 차림으로 앉아있는 사람이 있길래 혹시 푀이인가, 드디어 푀이가 노동자로서의 캐릭터를 인정받은 건가 했는데 푀이 아님. 푀이와 프루베르는 씩씩하고 졸리는 사근사근 귀여웠다. R의 회의주의자다운 물음에 ABC의 벗들이 화를 내는데 이게 입닥쳐,R! 수준이 아니라 내래 이 반동분자새끼를 죽여버리갔어! 수준으로 분노하는 바람에 놀랐다. 제일 화낸게 프루베르였나 푀이였나. 거의 쏠 기세던데 이대로 좋은가ㅋ 그나마 사이를 가로막아 제지하는게 E였는데 좀 어정쩡하다. 기존대로 R을 다독이면서 와인을 나눠마시는 캐붕은 없지만 그렇다고 R이나 다른 아미들에게 자신의 신념을 분명하게 보이면서 상황을 휘어잡는 것도 아니다. 25주년 앙졸라스 그랑테르을 기대하고 가는 분들이 계실까봐 하는 말인데 투어버전에는 E/R지수 미미합니다. 부족한 E/R지수는 원작으로 보충합시다. 원작이 제일 강함.
Bring Him Home
집으로-로 번역되었다. 치킨이 물에 빠졌다고 울던 국민남동생의 기억이 아련하게 떠오르는 번역이라 좀 아쉬웠다. 느린 솔로라 그나마 가사가 다 들렸는데 이게 최선인가요 싶기도 했고. 거기다 여기서 음이탈이 있어서. 음이 높기야 워낙 높으니까. 후반 마무리는 잘 되었음. 짝짝짝.
Dawn of Anguish/Death of Gavroche
여기서부터 회전무대가 아닌 한계가 보인다. 정말 몹시 엄청 진짜 아쉬웠다. 가브로쉬의 죽음은 원작에서도 중요한 상징이고 위고옹도 일부러 다른 바리케이트에서 있었던 실화를 가져와 집어넣었을만큼 신경을 쓴 부분이었는데 바리케이트가 고정되어있다보니 관객들은 대체 바리케이트 너머에서 가브로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 수가 없다. 이전처럼 쓰러진 병사들의 시신에서 탄약을 찾아 그 주머니를 바리케이트 너머로 던져주고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이 전혀 안 보이고 띄엄띄엄 Little People만 들려오니까. 아, Little People은 작은 고추가 맵다는 식으로 번역되었더라. 강아지 발로 차지 말라던 원래 가사의 적절한 의역이었다. 근데 가브로쉬가 안 보이잖아?ㅠㅠ
The Final Battle
앞에서도 말했듯이 앙졸라스 가사 번역이...번역도 그렇고 소리도 그렇고 파워도 그렇고 아쉬운 부분이 많았는데 그거야 계속 하다보면 나아질 수 있는 부분들인데 회전무대가....회전무대가....아 좀 이 부분 만이라도 어떻게 달리 처리해줄 수는 없었나. 진짜 가뜩이나 아미들이 죽어서 슬픈데 정말 울고 싶어지더라.
내가 처음 본 레미즈 무대는 TAC에서 보여주던 무대였고 여기에서 다들 쓰러진 바리케이트가 회전하면서 홀로 그 너머에서 붉은 깃발 위로 쓰러진 앙졸라스를 봤을 때 레미즈 바리케이트 이미지가 바로 그 앙졸라스로 각인되는 충격을 받았다. 원작의 꽃을 쏘는 것과 같다던 한탄을 연상시키는 앙졸라스의 죽음은 지금보다는 더 나은 삶을 위한 투쟁에 바쳐진 꽃을 떠올리게 했다. 자신은 부유하고 혜택받은 삶을 살면서도 더 없고 더 힘든 자들을 위해 자신을 내어준 순결하고 아름다운 젊음. 그래서 우리가 지금 여기서 쓰러지더라도 다른 이들이 일어설 것이라고, 이땅의 모두가 자유로워질때까지 계속 될 것이라는 마지막 노래를 떠올리면서 이런 희생 제물을 바치고 얻은 현재에 대한 감사와 죄책감으로 뭉클해지면서 여전히 없이 살고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세상을 위해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하는 부분인데...
진짜....제일 예쁜 시체 골라서 레드 카펫 깔아 운반하는 것도 아니고 짠! 경감님 얘 좀 보실래요? 도 아니고ㅠㅠ이럴거면 차라리 잔인하게 가서 장작나르듯 무심하게 나르는 시신을 사이로 뻗어 나온 팔이나 깃발을 보여주든가 대체 이게 뭐람. 문자 그대로 숨을 멈추고 정좌하게 하는 그 감동을 느낄 수가 없잖아.
Dog Eats Dog
원작의 무덤연설을 좋아하는데 뮤지컬에서 그 연설 역할을 하는게 이 부분이 아닐까싶다. 두번째 공연인데 한참 공연한 듯 능숙한 테나르디에가 당당하게까지 느껴져서 좋은 테나르디에였다. 하수도 효과의 영상이 몰입도를 높여주는 것은 좋더라. 그러나 이 시점의 나는 아직도 바리케이트 회전무대 돌려놔하고 화나있는 상태였다.
Javert's Suicide
발장 보내고난 경감님이...아 몰라, Stars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면 자살송은 좋았음. 초반부를 제대로 "노래"해줬다는 것으로도 좋았는데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자존심을 안고 있어서 그걸 어쩌지 못하고 뛰어내리는 경감님이었다. 앞에서 얼음이 아니라 단단한 돌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 마음에 폭풍이 치는데 거기 휩쓸릴 수는 없어서 뛰어내리는데 그래서 마지막까지도 부서지지 않는 느낌. 너무 마구 화를 내고 있지도 않고 자기연민에 빠진 소녀스럽지도 않아서 좋았다.
심정적으로는 여기에서 기립하고 싶을만큼 좋았다. 기대를 엄청 많이 내려놓고 가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자살송 전까지만 해도 헤헤 보러오기를 잘했네 근데 역시 좀 멀다...:Q 였다가 여기서 엉어어엉엉 살아서 보러올수 있어서 행복해요 멀면 어때 영국보다 가까운데 또 보러오자ㅠㅠㅠㅠㅠㅠ 오열하는 상태였음.
그리고 바닥에서 안 굴러ㅠㅠ 무대로 손 뻗어 강에서 건져내고 싶은 효과였다. 가사는... 크게 이상한건 없었던 것 같기도 한데 사실 이 부분에서는 정신이 혼망하였음. 자살송을 침착하게 들을 수가 아직은 없더라.
Turning
몇번인가 싫어한다고 했던 부분인데 촛불을 남겨놓고 가는 연출이 빈의자 빈탁자와 연결되면서 무기력함이 덜 보인 기분이었다. 이런 연출 칭찬해주자.
Empty Chairs at Empty Tables
25주년의 트라우마가 남아있어서 그런지 몹시 떨리는 기분으로 들었다.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음. 울먹이는 부분이나 무난무난. 터닝에서 남겨놓은 촛불을 품에 안고 돌아가는 유령들이라는 연출은 좋았다. 우리가 그들에게 보내는 애도와 후회가 전해지는 느낌. 바리케이트의 아쉬움을 이걸로 달래주는 기분이더라, 그래도 한참 부족하지만.
Every Day
커플 귀여웠고 발장의 고백은 확실히 뮤지컬은 마리우스 보정을 꼼꼼하게 해줬다. 원작대로였으면 공감 절대 못 얻었을테니까.
Beggars at the Feast
다시 앙상블 귀여움! 여기서도 뛰고 저기서도 뛰는 앙상블이 결혼식 장면에서 특히 반가운 이유는 이들이 바로 직전까지 ABC의 벗들이었기 때문이다. 그 바리케이트에서 다들 살아남았다면 이런 풍경이었겠지. R이 먼저 취해서 축사랍시고 결혼은 무덤이야따위의 망언을 늘어놓다가 레글르한테 입을 틀어막히고, 쿠르페락이 나서서 짜식은 분위기를 띄우고, 졸리와 바오렐은 각각 자신의 여자친구와 춤을 추고, 프루베르가 아가씨들 사이에서 수줍어 하면서도 나직나직 친구 부부를 위한 시를 읊고, 푀이는 오려나 부채공방 쉬는 날이라 올 수 있으면 좋겠다. 앙졸라스도 오기는 온다고 치면 질노르망 노인과 퐈이트 뜨지 않으려나. 능글능글한 왕당파 영감이 앙졸라스 화나게 하면 콩브페르가 제지해주려나. 오히려 질노르망 노인은 정치적 지향이 정반대인 이 청년을 좋아할 것도 같다. 문제는 앙졸라스가 이 골수 왕당파를 어찌 대할 것인가일텐데...딸의 평온한 결혼식 정도는 볼 권리가 있는 발장을 존중해서 질노르망 노인은 프루베르와 앙드레 셰니에를 논하는 쪽이 낫겠네.
딴 소리만 잔뜩인데 여튼 그래서 귀엽고 좋아서 좀전까지 이어진 몰살로 다친 마음을 치유받을 수 있는 부분이라는 소리다. 마담 테나르디에의 은그릇 절도 미수도 좋았지. 아, 원래는 Jews라던 부분이 게이로 변형된 것 같다. 시대반영인가ㅋ
Valjean’s Death/Finale
빛으로 올라가는 영혼들이 DYHTPS 변주를 부를 때의 벅찬 기분이란ㅠㅠ 이러니 저러니해도 결국 좋았음ㅠㅠ
전체적으로 프리뷰 이틀째라서 그런지 딱 정석적인 틀에 맞게 열심히 연습한 결과를 보는 기분이었다. 공연을 거듭하면서 디테일도 좀 더 살리고 배우들 색깔도 좀 더 나왔으면 좋겠더라. 자베르만해도 좋은 자베르였지만 정말 교과서적인 자베르였으니까. 앙상블이야 지금도 워낙 좋지만 컨디션 관리들 잘해서 지치지 않고 서울에서도 이런 에너지를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깨알같은 원작반영 이런거 해주면 통장을 엎드려 바칠 호갱이 될지도. 아니 일단 돈은 준비했으니 가사지원이 되는 뭐든 좀 내줘요. 내 귀가 이렇게 안 좋았나ㅠㅠ
어차피 난 뮤덕도 아니고 이걸로 뮤덕이 될 것 같지도...않다. 그래도 마침 레미즈 파고 있을때 영화가 나오고 완역판이 새롭게들 나오고 거기에 라이센스 공연까지 올라온다는 것은 뒤늦은 덕질에 날 새는 줄 모르는 한 덕후를 가엾게 여긴 위고선생님께서 내려주신 은혜는 아닐까....라고 급 서프라이즈 나레이션톤으로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