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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혀놓은 불씨

마스터앤 커맨더

neige 2012. 2. 7. 23:58

HMS 서프라이즈편이 영화화된 부분이라길래 예습하고 아껴놨던 영화를 시작했는데...서프라이즈호 다음 이야기인 것 같아서 급당황.

어차피 번역되기를 기다리려면 까마득하니까 일단 봤는데 재미있다 잘 만들었다 오오오오!!!!
잘못 만들면 단순뽕빨전투물이 될텐데 디테일이 좋은데다가 긴장감도 살아있고 책에서는 앞쪽에 언급되는 이야기들을 적절하게 녹여놓고 있어서 좋다. 이 캐스팅에 이 퀄리티로 드라마 만들어주면 좋겠지만 일단 러셀 크로랑 폴 베타니 몸값이...;; 밀덕은 아니고 범선덕후는 더더욱 아니지만 배가 너무 예쁘다. 누가 서프라이즈호 낡았다 그래 완전 예쁜데ㅠㅠ 사실은 멀리서만 봐도 아케론호가 뭔가 더 날렵하고 예쁘기는 했다. 거기다 최신기종이기도 하고;  폴리크레스트호도 왜 다들 그런 눈으로 봤던건지 실물로 보고싶은데 무리겠지. 예쁜 부분뿐만이 아니라 염소우리나 해먹이 빼곡한 배밑같은 부분도 살려줘서 좋았다. 선원들도 적절히 꼬질꼬질해서 아주 좋았고. 1권에 나온 다같이 머리풀어 바람쐬는 날 풍경 같은 거 보고 싶었는데 너무 흉해서 차마 그건 못 찍은 걸까. 

시리즈 제목이 오브리-머투린 시리즈이니만큼 각 권마다 잭과 스티븐이 사이 좋았다가 싸웠다가 삐졌다가 그래도 결국 화해하는 감정선이 반복된다. 사이좋고 훈훈하게 서로 웃다가 책장 한 장 넘기면 욕하면서 결투신청하기도 할 정도. 원인제공은 대부분 잭이 하지만 스티븐도 성격이 좋다고는 할 수 없어서 스티븐이 욕하는 소리 듣고 손님이 난 저런 소리 듣고는 못 참을텐데 할 정도니까ㅋㅋㅋ 영화에서도 갈라파고스 군도를 놓고 싸우는 스티븐과 잭의 갈등-잠깐 냉전-앙금발산-뭔가 터짐-화해의 기승전결이 적절했다. 섬에 안 내려줬다고 삐져가지고서는 밥먹을 때도 흥-ㅅ-하고 해먹에 누워서 책이나 보는 닥터라니ㅋㅋㅋㅋ 스티븐의 맹비난에 대해서 일단 자기의견대로 밀고나갔다가 답을 가장 적절한 순간에 내놓는 잭은 멋졌다. 이래서 스티븐도 선원들도 잭을 욕했다가도 아낄 수 밖에 없구나.

킬릭ㅋㅋ 2권에서 잭을 호위하던 킬릭의 복장을 그려보게 되더라. 3권에서도 잭이 두번째로 좋은 제복 망가뜨렸다고 옆에서 잔소리하고 커피 식는다고 잔소리하는데 귀여워서 잭이 결혼해서 아빠가 되더라도 옆에서 킬릭이 투덜거려줬으면 좋겠다. 정체불명의 갈색푸딩으로 갈라파고스랑 앙증맞은 아케론호 만드는 솜씨라니. 영국, 그것도 해군요리를 보고 별로 식욕이 당기지는 않았지만 초록색 바다까지 소스로 적절하게 재현한 예술품은 멋졌음. 거기다가 토스터기로 추정되는 조리도구가 너무 반짝반짝하고 깨끗해서 감동적이었다. 브렉니도 안스러웠는데 바람직해서 내가 괜히 흐뭇할지경. 꼬마사관들 소설에서 나올때는 분명히 다들 코찔찔이여서 잭이 콧물 좀 소매로 닦지 말라고 잔소리하다가 내가 유모도 아니고하고 버럭거렸는데 어디서 이렇게 장미꽃봉오리같은 애들만 모아다 놓은건가. 영국 해군은 모병 기준에 얼굴과 목소리도 들어가는 건가. 후반에 전투할때도 야무져서 요녀석 크게 되겠구나 싶더라. 그렇지만 이 누나는 네가 해군말고 학자가 되었으면 좋겠구나. 1805년이면 네가 자랐을때쯤의 바다는.....ㅠㅠ 풀!링!스! 똘똘하고 야무지고 귀엽고 능력있는 청년이 얼굴까지 훈훈하다니 재현도를 높이느라 일반 선원들의 미모도를 포기한 제작진이 브렉니와 풀링스로 평균을 높여보려고 한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혹시라도 풀링스 죽을까봐 조마조마해서 내내 보다가 마지막에 서운하면서도 흐뭇했는데..........풀링스 어떡해ㅠㅠ 속편을 내놓아라...근데 안 내놓겠지ㅠㅠ번역이라도 나와라ㅠㅠ

러셀 크로가 적절하기는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잭은 좀 더 눈새에다가 애같은데 배에서는 반짝반짝하고 전투 시작하면 그야말로 번쩍거리는 아저씨였는데 러셀 크로는 육지에서도 눈새짓 안 할 것 같고 2권에 나온 것 같은 스캔들은 절대 안 터뜨릴 것 같아서 좀 아쉽. 3권처럼 딴에는 스티븐 배려해준다고 죄없는 선원들 잡으려고 들면서 자기는 티 안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서투름 같은게 러셀 크로 잭 오브리한테는 없단 말이지. 미묘하게 잭의 약점을 건드리는 씬은 있었지만 잭이 이만큼만 해도 스티븐 일기장에서 잭 걱정과 뒷담이 반은 줄어들텐데. 잭의 매력은 폭발하듯 웃어서 스티븐도 웃게 만들때가 제일인데 러셀 크로가 그렇게 웃을까를 생각해 보면 글쎄. 그래도 "금발나리"로서의 이미지로는 다른 사람이 없겠다 싶기는 할만큼 좋았다. 

폴 베타니의 스티븐쪽은 저 얼굴이 어디를 봐서 아일랜드-카탈루냐 혼혈인가 싶기는 한데 여전히 유능하시고 신기한 생물보면  정신 못 차리고 잭 한테 퍽퍽 독설 날리면서도 결정적일때 받아주는 게 좋았다. 갈라파고스 내려가려고 옷 다 차려입었다가 못 내리니까 잭한테 마구 따질때나 소원성취하고 나서 신나게 달릴때나 다 적절했다. 브렉니랑 호흡은 3권의 딜과의 장면들을 생각나게 해서 좋았고. 뇌수술할때 중세 해부학 교실마냥 모든 선원들이 다 들여다 보는게 웃긴데 어울렸음. 

딴 얘기지만 레미즈 영화 경감님 역으로 이 두 사림이 거론되었다는 건 꽤 재미있다. 둘 다 타입이 완전히 다른데 따로 떼어놓고 보면 폴 베타니의 경감님도 나름 새로웠을 것 같다. 다만 발장이 울버린 휴 잭맨이라면 좀 약한 감이있고 아무래도 최종적으로는 PQ 자베르를 연상하게 되는 쪽을 고른 것 같기도 한데 캐스팅 속내까지는 모르겠지만. 애초에 오브리 머투린 시리즈에 발을 적시게 된 게 러셀 크로의 포니테일 이미지를 찾다가 그런거였으니까.

평은 그냥저냥인것 같은데 소설을 안 읽고 원제와 전혀 상관없는 위대한 정복자라는 부제를 보고 기대를 품고 본다면 지루할 수도 있는겠지만 소설 읽은 입장에서는 활자가 구체화되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우니까. 잭과 스티븐의 듀엣장면도 좋고 활대끝에 올라가서 내려다보는 바다나 포격전도 좋고 갈라파고스 군도 풍광도 근사하고. 정말 BBC가 작정하고 드라마로 만들어주면 좋겠다. 정 힘들면 히밤오랑 합작해서 내놓으면-어이쿠 그럼 1권 스캔들이 장난 아닌 수위로 그려지겠구나- 행복할텐데. 얼불노마냥 한권을 한 시즌으로 내놓으면 좋겠다. 그럼 21시즌이면 상큼하게 끝나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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