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책은 무사히 나왔고 행사도 무사히 끝났...을 것을 가정하고 후기겸 변명은 원고 끝내고나서 바로.
첫 참가때 오나라 이야기를 했으니 두번째는 승상님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오파에 한눈을 팔고 있는 촉 승상파로서의 결심을 하고 나서 법정 이야기와 융중 이야기와 그리고 이번 원고인 마속이야기 중에서 고민을 하다가 법정 이야기가 제일 먼저 탈락하고-법정 미안-_ㅠ-융중과 마속 중에서 다시 고민고민하다가 결국 마속 이야기로 결정.
마속 이야기는 본래 역사 100제 중 자랑이라는 키워드에 맞춰 썼던 짧은 이야기였습니다. 가정에서승상꿈말아먹은게자랑☆ 뭐 이런 이야기였습니다만, 엔솔에 내기에는 너무 짧기도 하고 이왕에 마속을 이야기할라치면 강유 이야기가 빠질 수 없어서 지금과 같은 결과물이 나왔네요.
여몽은 좋아하니까 이야기를 썼지만 자랑은 강유가 좋아서 강유 이야기를 넣은 건 아니었습니다.
강유는...좋아하기 어려워요. 승상과 같은 나이에 운명을 결정할 만남을 가진 것까지는 좋은데 고작 6년 간의 시간때문에 그후로 30년을 내내...육손과 다른 의미로 인생이 삽질의 연속. 이상한 게 그래도 육손은 좋아할 수 있는데 강유는 차마 좋아한다고 못하겠더라고요. 원고하는 내내 눈감고 더듬 더듬 손톱 세워 자갈밭 파는 기분이라 강유로 뭔가를 파는 건 이걸로 끝이지 싶다고 이번 원고를 하면서 절절하게 느꼈습니다.
그럼 마속이 좋아서 마속 이야기를 했던 것은 또 아니지만 어릴 때는 곱게 목만 베어서는 죽일 수 없는 나쁜 놈이었던 마속이 왜 그랬는지 되풀이해 읽을수록 어째 이유를 알 것 같거든요. 그렇잖아요. 내가 재주가 있고, 내가 하늘처럼 모시는 분이 그런 내 재주를 알아서 우쭈쭈쭈 우리 이쁜 것 해주시면 정말 자기가 뭐라도 크게 이뤄낼 것 같은 착각. 그분을 기쁘게 놀라게 해드리고 싶다는 생각. 편드는 건 아니고 여전히 마속은 나쁜놈이지만 강유의 막막한 일편단심 보다는 이쪽이 더 가깝게 느껴졌어요. 유감스럽게도.
샤방하고 진지한데 볼 때마다 구르게 되는 23세기 우주함선모험드라마에 한창 불타고 있는데 왜 이런 어두운 원고를 하고 있는가, 왜 나는 개그를 못 쓰는가하는 생각도 여러 번 했지만 노년의 조운을 짧게 나마 그려볼 수 있었던 점은 좋았습니다. 육손과 마찬가지로 마냥 청년으로만 느껴지지만 노장군이 된 조운은 정말정말정말 좋아하거든요.
이벤트는 작년보다는 덜 막막했으나 여전히 가사와는 몇광년 떨어져있는 결과물이 나와버렸지만 그래도 본원고 보다는 좀더 신나고 밝은 분위기니까 그 덕분에 정리하는 마음도 좀 가벼워지네요.
여튼 다음에는 기필코 발랄한 개그를 쓰고 말겠다는 생각입니다 내년에도 또 모자란 원고로 폐를 끼치겠다는거죠^^;;
7기 삼동연 엔솔을, 그리고 모자란 제 원고를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오래살고 번영하세요^ㅁ^w
+ 멋진 삽화를 그려주신 온수님께도 정말정말 감사드립니다!!! 작년 여몽에 이어 올해는 마속. 어째 마이너한 인간들을 자꾸 등장시키고 있어서 죄송스럽습니다만...내년에는 법정이나 여범이 등장할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