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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國志

관우에게 답하는 글

neige 2009. 4. 13. 04:04

맹기孟起는 문무를 고루 갖추었으며 용맹함이 보통 사람을 뛰어넘는 당대의 걸출한 인물로서
한나라의 경포나 팽월같은 부류로 익덕과는 나란히 선두를 다툴 수 있겠지만
미염공 당신의 걸출함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마초가 투항해 온 후 관우가 마초의 인품과 재능이 어떠한가를 물었는데 그에 대한 군사님의 답변입니다.
미염공美髥公이라는 똑 떨어진 애칭은 아니고 원문은 髥之絶倫 이라고 쓰여있고 거기에 대해 주석으로
"관우의 턱수염이 매우 아름다우므로 제갈량이 그를 염髥이라고 부른 것이다."
라는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서량병과 관중십군이라는 팬클럽 동지들을 끌어모아 금마초라는 애칭까지 얻은 마초인데다가 성도 공략에 나름 한 점을 찍었으니 관우도 꽤 궁금했던 모양입니다. 마초의 사람됨과 재주가 어느정도나 되느냐고 군사님께 서신을 보내 물었으니까요. 조승상의 애정에는 한없이 드라이하고 쿨하면서 황충의 일도 그렇고 이런데는 또 민감한 유치한 구석이 관우라는 인간의 매력이라고 생각은 합니다. 저는 관우 별로 안 좋아하지만 조운은 이런 유치한 구석조차도 안 보여준 사람이니까요^^;

그런데 갑자기 이런 편지를 받으면 고민되지 않겠습니까. 정 궁금하면 와서 보든가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에이 마초 그거 별 거 아니에요- 이렇게 해버리면 납득할까도 의문이고, 듣는 마초는 또 뭐가 되고 항복한지도 얼마 안 된 인력인데 말이죠. 뭣보다도 군사님은 바빴을거란 말입니다. 성도 입성해서 내정정리하는 한편으로 한중전 밑준비 중이었을 거고, 형주랑 멀어져서 그 사이의 연락망과 방어선 생각하느라 머리 아팠을텐데 이러라고 파발 놔준 줄 알아라고까지는 불평하지 않았겠지만요.

아무튼 이 편지를 받고 군사님이 한 답은 꽤 현명하지 않습니까.  

아, 맹기가 좀 잘나긴 잘나서요 평균이상은 넘기는 해요, 한나라 세울 때 작은 항우다 소리 들었던 경포나 왕자리 먹었던 팽월 수준의 준레전드 정도는 된다고 봐야죠. 익덕이랑은 비등비등? 그래도 수염이 아름다우신 운장님은 넘사벽>ㅁ<

마초를 쑥쑥 띄워준 다음 그 위에 살포시 관우를 띄워주는 센스. 경포나 팽월정도의 인물 수준이고 장비와 비슷하다고 평가를 받았으니 마초가 듣게 된다고 해도 그리 기분이 나쁜 평은 아니고요. 아마도 마초는 관우보다는 상대적으로 그런 면에서 트인 사람이었을 수도 있지 않나 싶기도 해요. 결국 약발이 먹혀서 관우는 이 편지를 받고 기뻐서 빈객들에게 두루 돌려 보였다-고 합니다.

한참 쉰 떡밥인 2인자 제거설에 대해서도 그래 그건 "설"이지, 하고 픽 웃을 수 있는게 이런 점이에요. 이 앞부분에 보면 군사님은 관우의 호승심을 알고 있었다고 되어있거든요. 황충과 관위 문제로 다툴 때도 군사님은 관우가 불쾌해 할 것이라는 충고를 했으니까요. 저는 관우가 군사님의 위치를 위협할 2인자였다는 사실에도 동의하지 않지만 그건 따로 얘기해야할 긴 이야기이고, 그렇게 관우에 대해 파악하고 다루는 요령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 군사님의 관우 통제력에는 문제가 없었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완전히 복속시켰다라는 의미가 아니라 요컨대 관우를 제거하는 극약처방외에는 관우를 어찌할 수 없을만큼 관우가 껄끄러웠을 이유가 없다는 의미에요. 아직 쓸모가 한창인 사냥개를 사냥이 끝나기 전에 서둘러 팽해야 할 때는 사냥개에게 목을 물어뜯길 위험이 있을 때 뿐이잖아요. 쓰다듬어 달래면 말을 잘 듣는 사람을 굳이 천하삼분의 꿈을 어렵게만들어서까지 죽여야할 이유가 없죠.  

그리고 관우가 굳이 마초의 사람됨과 재주를 물어본 상대가 유비나 장비가 아니라 군사님이었다는 사실도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제 기준으로는 이런게 그렇게 쉬운 질문이 아니거든요. 내가 꼭 나랑 비교해서 누가 이길까 궁금해서 그런 건 절대 아니고 그냥 우리 형님한테 얼마나 도움이 될까 그게 궁금해서 그런 거라는! 하고 시치미 떼는 걸 책잡아 비웃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말이죠. 그리고 시원찮은 답을 들어서는 물어보나 마나일테니까 제대로 평가해줄 안목도 있어야 하고. 굳이 군사님을 상대로 한 선택이나 답에 흡족해 했다는 결말이나 모두 군사님의 식견에 대한 관우 나름의 신뢰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연의에서 보여주는 츤츤관우도 확실히 즐겁지만 실제의 두 사람은 이런 점에서 좀 다른 관계였을 거라고 봐요. 뚝 떨어진 형주를 관우에게 맡긴 결정 자체가 유비가 단독으로 내렸을 결정도 아니고 융중에서부터 용무의 땅이라고 서촉과 같은 비중으로 여겼던 군사님이 아무나에게 그 중요한 발판을 책임지우지도 않았을 겁니다. 우리는 둘을 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지기였다-는 주도독 장례식에서 군사님께 낚인 연의판 오나라 장수들의 말은 어쩌면 관우와 군사님에게 해야할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군사님빠로서의 감상입니다만 저라면 이런 편지 받았으면 빈객들한테 줘서 손 때묻히지 않고 금테로 액자 둘러 밤마다 껴안고 잘거라는...흠흠;

사실 연의의 군사님은 주도독을 놀려먹거나 왕랑을 꾸짖어 죽이는 등 꽤 독설가라는 이미지도 있거든요. 정사에서도 젊은 날 이야기 보면 친구들한테도 니들은 자사 정도는 할 거같고 나는 관중 악의라고 말하는 것도 좀 재수없지 않습니까, 동급생의 입장에서는. 그런데 남겨진 글로 보는 정사의 군사님은 특히나 승상이 되고 나서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도 사람을 완전히 버리지않는 고민과 두터운 마음이 보여서 마음이 찡해집니다. 마속 못지 않게 대박 사고를 친 이평이나 요립을 탄핵하는 글을 보아도 그렇고요. 그랬기 때문에 죄를 받아 쫓겨가면서도 원망하는 대신 오히려 승상의 죽음에 다시는 기회가 없겠구나 절망하지 않았을까요. 동남풍 부르고 귀병을 부리고 레이저를 쏘는 승상님도 좋지만 사실 이런 부분이 승상님빠를 못 벗어나는 이유입니다^^;



두줄요약
뭘 하든 결론은 촉 승상님 만세
아씨 그런데 원고는 왜 진도가 안 나가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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