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절차와 예절이 끝나고 조문객들도 돌아간 공간은 그의 공간답게 크지 않았다. 상중임을 알리는 흰 천과 검은 등이 걸린 당에 그가 앉아 있었다. 이미 영구를 매장한 뒤라 비어있는 자리와 마주 앉아 있던 그가 기척에 비로소 고개를 돌렸다. 눈과 코가 온통 빨갛게 무른 얼굴은 그동안 많은 장례에서 마주했던 품위 있고 예의 바른 슬픔만을 보이는 상주의 얼굴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극한 슬픔은 예에 벗어나는 것이라는 성현의 말을 이제는 읽고 쓸 줄 알게 되었다고 해도 그것을 체현하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이미 조문객이 해야 할 예절을 할 수 없게 되어버린 육손은 뒤늦게 도착해 송구하다. 무어라 위로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그런 말을 입 밖으로 냈다. 차분해 건조하기 짝이 없는 제 목소리와 판에 박힌 인사말이 올려다보는 그 눈에는 참으로 가당치 않은 겉치레로 보이는 것이 아닌가, 그런 염려가 퍼뜩 들었지만 이미 뱉은 말을 삼킬 수는 없어 육손은 대신 입을 다물었다. 객의 조문을 받은 상주는 벌겋게 부어오른 눈으로 웃었다. 이렇게 멀리까지 와줄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고맙다. 아마도 그가 하려던 말은 그것이었을 것이라고 육손은 짐작했다. 말의 나머지는 차오르는 울음소리에 파묻혀버려 이미 의미를 잃었으므로.
더 이상 말을 건네는 대신 가만히 마주앉았다. 들끓는 울음을 어떻게든 밖으로 내지 않으려 삼키다 보니 속에 걸려 수그린 어깨가 떨렸다. 어찌할 바를 몰라 무심코 내민 손을 어깨에 얹었다. 뜻밖에도 울음을 삼키는 손이 매달리듯 소매를 잡아끌었다. 그렇게 먼지도 털지 못한 소매에 매달려 상주는 기어이 울음을 쏟아내고 말았다. 그나마 그렇게 앉아있을 수 있었던 것은 슬픔을 버티고 있던 탓일까. 울음이 빠져나올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그는 무너져 내렸다. 검을 잡고 창을 잡고 서툴게 붓을 잡던 손으로 육손의 소매에 매달린 채로 그는 울었다. 옷자락이 온통 눈물로 얼룩지고 그의 체중을 온전히 지탱하고 있는 소매부터 옷깃까지 조여와 몹시도 목덜미가 쓰라렸지만 육손은 그가 기대도록 그저 가만히 앉아있었다. 이미 한참을 울고 있었던 것 같은데 아직 이만한 울음이 남아있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가장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다. 충격과 슬픔이 크리라 생각했지만 여기로 달려오면서 예상한 것과는 전혀 달랐다. 전장에서 사는 것이 난세의 무장이라 당연한 생각을 하고, 이따금 아이들 이야기나 설핏 스칠 뿐 한 마디 말도 한 적 없던 영규令閨에게 이렇게 애틋하고 절절한 정이 있을 줄은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무엇이 두 사람 사이에 있었을까. 피차 가문의 손익을 따지지 않아도 되는 출신으로 만나 아들 둘을 낳고 한쪽은 임지로 전선으로 떠나있는 사이 한쪽은 아이들과 집을 지키고. 그뿐이다. 그런데 그밖에 무엇이 있었기에 이렇게 슬퍼할 수 있을까. 이렇게 무너져 내리면서 자기를 던지고 울 수 있을까.
의문은 해답으로도 동정으로도 이어지지 않았다. 대신 전혀 다른 생각이 떠올라 버렸다. 이 사람은 누군가를 잃었을 때 이렇게 온전하게 슬퍼할 줄을 안다. ‘오래전’이라 칭하는 것이 걸맞게 시간이 흘러버린 대도독의 죽음 앞에서도 이렇게 울었던 것을 기억한다. 그때는 매달릴 누구도 없었지만 어린아이처럼 소리 내어 울다가 무너지던 것은 같다. 그리고 아마도 자신은 보지 못했지만 자신의 장인이 되는 그의 죽음 앞에서도 이렇게 울었을 것이다.
육손은 여몽이 매달리지 않은 다른 손을 들어 흐느끼는 여몽의 어깨를 잡았다. 목쉰 소리로 변한 울음이 어깨를 타고 손으로 떨려왔다. 슬픔은 공명共鳴하는 법이라 했다. 번잡한 장례는 기실 본질을 따지고 들어가면 슬픔을 함께 나눠 우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육손이 여몽의 어깨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눈물은 옷깃에 스며들고 울음은 손으로 스며든다. 하지만 그의 슬픔에 자신의 심장은 울지 않았다. 당혹스러울 만큼 선명한 다른 것이 대신 심장에 자리를 잡아 울지 못하게 가로 막고 있는 탓이었다. 달래듯 가만가만 야윈 어깨를 토닥이며 육손은 여몽에게 건네고 싶은 물음 하나를 조용히 삼켜버렸다. 나는 당신께 이만한 울음을 끌어낼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인지 알고 싶다고. 눈물이 말라가도 슬픔은 다하지 않아 여전히 이어지는 울음을 그저 가만히 들어주면서 육손은 대신 스스로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나는 이 사람을 위해서 울 수 있을까. 누구의 죽음에도 울어본 적 없는 내가.
...갑지가 홀아비로 만들어서 죄송해요 여몽님ㅠ.ㅠ
하지만 지하철에서 잠깐 졸다가 그냥 되게 심하게 우는 여몽님을 꿈에서 봤고 아니 꿈을 꾸려면 승상님이나 나오시지 갑자기 이렇게 여몽님이 나오면 좋기는 좋지만 조금 곤란아쉽 이런 생각 한 편으로 진짜 저렇게 다 큰 아저씨가 슬프게 울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했고 깨고보니 뭔가 되게 기분 찝찝하고 마음 그렇고 이렇게 조공이라도 바치면 이번 꿈에는 안 나올까 그런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