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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의 량亮 본문

三國志

삼국의 량亮

neige 2007. 10. 11. 12:55

밝을 량
㉠밝다 ㉡돕다 ㉢미쁘다 ㉣참으로 ㉤진실로
 어진사람인발(儿☞사람의 다리 모양)部와 高(고)의 생략형(省略形) '高에서 안의 口를 뺀 부분'으로 이루어짐. 부수(部首)는 사람, 사람이 높은 곳에 있으면 똑똑히 보이므로 '밝다'의 뜻. 또 高明(고명)한 인사는 남을 보좌할 수 있으므로, 전(轉)하여 '돕다'의 뜻


뜻도 발음도 좋은 글자입니다만 삼국지에서 이 글자를 이야기하면 당연히 "그 분"을 떠올리시리라 생각됩니다. 군사님의 아버지에 대해서는 그다지 알려진 것이 없지만 아들들 이름 하나는 잘 지은 것 같지 않습니까. 젠틀하고 온화한 큰아들의 이름은 밝은 옥이라는 의미의 瑾, 난세의 가운데를 찬연하게 살다가 가을바람에 지고만 둘째 아들의 이름은 밝은 빛 亮, 그리고 좋은 의미로 평범하고 평화롭게 살다간 막내아들은 흙을 평탄히 한다는 의미의 均. 어쩌면 그렇게 살아간 모습과 이름이 어울리는지요.


하지만 이 량亮이라는 글자는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도 비슷한 시기에 역사에 남았습니다. 한 사람은 당연히 촉의 승상이신 그 분이고 다른 사람은 손권의 뒤를 이어 오나라 2대황제가 되는 손량, 그리고 나머지 한 사람은 서진을 혼란시킨 8왕의 난에 가담했던 여남왕 사마량입니다.

손량은 잘 아시는 대로 태자였던 형 등登이 죽고 나서 벌어진 손화와 손태의 후계자 싸움의 결과 어부지리처럼 제위에 오릅니다. 252년 손권이 죽고나자 그 뒤를 이었을때 열살이었다고 하니 243년에 태어났습니다. 손림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그를 제거하려다가 거꾸로 폐위되어 회계왕으로 봉해지고 다시금 후侯로 관위가 격하되어 자살하는 비운(...)의 황제되겠습니다. 오나라 후계싸움이 워낙 안습이고 거기 말려 죽은 인물이 한 둘이 아닌지라 여기서 자세히 얘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흠,흠, 어쨋거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손권이 아들 이름을 량이라고 지었다는 사실입니다.


예순이 넘어 얻은 아들이니만치 손권은 힘도 좋... 나름 귀엽지 않았겠습니까. 손권의 기묘한 아들 사랑이 암담한 결과를 낳기는 합니다만 여튼 태어난 것 자체로 신통하고 사랑스러운 아들을 놓고 이름을 무얼로 지을까 생각은 했겠지요. 그리고 택한 것이 바로 량.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대법원이 선정한 호적법 시행규칙 제 37조에 의거, 4879자로 제한된 중에서 고르도록 되어있다지만 삼국시대에는 행정의 편의를 위해서라든가 입력이 안 되어서 라는 이유로 이름자가 제한 되지는 않았을테니 고를 수 있는 범위는 그보다 더 많았으리라 생각됩니다. 피휘라고 해봐야 몇 글자 안되고요. 그 숱한 글자 가운데 손권은 왜 하필 그 한 글자,  그분의 이름을 골랐을까요.


서두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발음도 좋고 뜻도 좋은 글자니까-라고 생각하면 할말이 없습니다만, 아무리 아무리 그렇다해도 이 글자를 고를 때 손권의 마음 속에서 설핏 그분이 스치진 않았을까요. 네ㅡ전 사실 노리고 지었다-고 보고 싶은겁니다. 서로간에 정치적 이해득실이 있을지언정 손권은 그래도 그 분에 대해서는 괜찮은 감정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한참 군사님이 힘들때 냉큼 제위에 오른다거나 하는 짓은 했지만 그럼에도 두 사람이 등 돌려 싸운 적은 없어요. 오히려 군사님이 파릇하던 시절에 형님을 미끼로 자기 수하로 스카웃해오려 하지 않았습니까.


손량이 태어난 것은 군사님 사후 10년이 다 되어가던 무렵입니다. 아들의 이름을 지으면서 적벽의 싸움을 앞두고 단신으로 건너왔던 그를 잠시 잠깐이라도 떠올렸다고 보고 싶어요.해서-


"어이쿠 량이녀석 살이 포동포동해졌네"


손자를 보아도 되었을-손자도 있었을것 같은 그 나이에 얻은 아들을 어르며 부러 이름을 한번 더 불러준다든가 하고 말이지요.

다음은 여남왕 사마량입니다. 사실 저는 승상님 사후의 삼국의 역사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고 더욱이 진이 삼국을 "일단" 통일한 뒤의 일은 몰라도 좋아-라는 생각이었으므로 사마량의 이름을 본 것은 소싯적(...)에 읽었던 <이야기 중국사>에서 지도를 찾아볼 것이 있어서였습니다. 서진의 가계도를 보고 있자니 많이 본 글자가 있지 않겠습니까. 해서 엄청난 뒷북이지만 또 한명의 량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마량은 진 무제 사마염의 숙부가 됩니다. 사마염이 마리 앙트와네트가 했다는 대사의 중국판 "쌀이 없으면 고기를 먹지"를 날려버린 바보아들(;;)을 두고 눈을 감을 때 외척인 양준과 함께 후사를 부탁한 왕실의 원로입니다. 이쯤에서 눈치채셨겠지만,  그러니까 사마량은 사마사, 사마소와는 형제, 사마의의 아들입니다.기록에 남은 다섯 아들 사, 소, 양, 주, 윤 중 가운데-셋째죠. 사마소가 211년에 태어났으니 아마도 그 뒤에 태어났을것으로 짐작됩니다.

211년 이후라고는 해도 그럼 언제-라는 것이 궁금해지는데 사마염이 죽었을 때가 290년이고 그때도 건재했으니 220년대 중후반이나 230년대에 태어나서 사마소와는 좀 터울이 진다고 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언제 태어났는지가 궁금해지는 이유는 사마의가 노리고 지은 걸까-라는 의문 때문입니다.

미묘하지요. 수 년을 전장에서 대치했던 적이 세상을 떠나고 철군한 사마의가 집에 돌아가 그의 이름과 같은 셋째아들을 보는 순간요. 손권은 그렇다쳐도 사마의의 경우는 워낙 이런저런 시커먼 생각들이 아른거려요. 물론 정말로 적이었던 그 사람에 대한 추억으로 지었다면 아들들이 가만 안 있었을 것 같기도 합니다. 들리지도 않는 거문고 소리가 들린다질 않나 옷 보냈다고 냉큼 여장도 해주질 않나 이제는 이름까지! 그 이름 붙이시면 동생으로 인정 못해요. 아버지 눈 감으시자마자 바로 개명신청할겁니다-라든가요...그래도 제가 설정하는 사마의는 전장에서 돌아와 괜히 량아량아 불러봤을 것 같은 사람인지라...이쯤에서 자진검열. 흠흠.

여튼, 손량과 마찬가지로 사마량도 권력싸움에 휩싸이고 결국 조카며느리인 가황후의 책략으로 손자뻘인 초왕에게 제거당합니다. 이래저래 서진의 집안싸움도 안습이죠. 어쨋거나 결국 나라말아먹은 그 집안싸움 덕에 또 한명의 량을 발견했습니다;


중고등학교때 한참 삼국지에 빠져있을때는 아이를 낳으면 꼭 그분의 이름자를 넣어 이름을 지으리라 하는 소녀스러운(///) 망상도 했습니다만 지금에 와서는 이름 붙이고 싶어서 아이 낳으랴-라는 생각이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망상으로 그칠 것 같습니다. 여튼 손권과 사마의에게 아들 이름은 어떻게 지으셨나요-라고 묻고 싶어지는 잡설, 마칩니다.



*추가
손량의 자는 자명子明입니다
이름도 자도 손권의 모에가충만한 애정이 느껴집니다. 정말 이 어린 아들을 예뻐했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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