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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카를로 2013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실황 4막 2장 - 1/2 본문

Don Carlo

돈 카를로 2013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실황 4막 2장 - 1/2

neige 2014. 12. 13. 00:41


+ 앞의 글

돈 카를로 2013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실황 4막 1장



4막 2장. 

감옥에 갇힌 카를로를 찾아온 로드리고가 죽고, 아들과 화해하러 온 펠리페에게 카를로는 로드리고의 진실을 밝히고, 충격에 빠진 펠리페와 카를로가 로드리고를 애도하고, 에볼리가 격동시킨 마드리드 백성들이 카를로의 처형을 막으러 감옥으로 밀어닥치고, 혼란의 와중에 에볼리가 카를로를 피신시키고, 로드리고에게 버림받은 충격에 펠리페가 무너지려는 순간 대심문관이 나타나 백성들을 무릎 꿇려 상황을 종료시킨다.


픽셀이 닳도록; 보고 또 본 대목이지만 다시 봐도 너무한 것 같음. 진짜 어떻게 이렇게 좋지ㅠㅠ 돈 카를로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뭐라는지도 모르는 채로 봐도 이거 뭐야 무서워ㄷㄷㄷ하게 사람 잡는 힘이 있었는데, 돈 카를로 좀 파고 보니까 이분들이 작정하고 사람 잡는 게 장난 아닌 게 보여서 아 진짜 고맙습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 


13잘츠 돈 카를로의 4막 2장이 좋은 건 브로맨스가 흘러넘쳐서만이 아니라 카를로와 로드리고의 관계가, 그리고 펠리페의 감정이 실러의 원작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오페라를 반드시 원작 그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원작에서 좋았던 부분들이 오페라에 그대로 살아있는 게 좋다는 것. 어디가 어떻게 살아 있어서 좋은지 하나하나 보자.     


로드리고가 감옥으로 찾아왔지만 카를로의 태도는 삐딱하다. 여기까지는 앞에서 졸지 않고 무사히 봤다면 누구나 예상할 반응이다. 절친이라고 믿었는데 아빠 편을 들어서 자기를 배신하고 그 대가로 상까지 받았으니 화가 날 수 밖에. 흥미로운 것은 그 다음이다. 이제 다 필요없다고 자기는 엘리자베타를 향한 사랑때문에 그냥 죽을 거라더니 로드리고 너는 억압당하는 사람들을 구하란다. 그 동안 사랑에 눈이 먼줄 알았더니 새삼 철이 들어서 그래도 가는 길에 대업을 당부하고 죽는건가 싶은 이 말은 실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이야기다.





카를로스    그는

나를 사랑했어. 몹시. 나는 그에게 그 자신의

영혼만큼이나 소중했는데. 오, 난 그걸 알고 있어.

천 번의 시험으로 입증된 일인데.

하지만 그에게는 한 사람보다는 

수백만 명이, 조국이 더 소중하지 않겠는가?

그의 마음은 한 친구에게 머물기엔 너무 크지.

그리고 카를로스의 행복이란 그의 사랑엔 너무 하찮지.

그는 자신의 미덕을 위해 나를 희생했구나. 그렇다고

그를 나무랄 수 있을까? 그래, 그건 확실하다!

이젠 확실해. 이제 난 그를 잃었구나.


(...)


카를로스      미덕이란 힘들 수는 있어도 잔인한 경우란 없고

비인간적인 경우도 없어. 자넨 큰 희생을 치렀지!

오, 그래, 난 알 것 같아. 자네가

제단에 희생제물을 바칠 때 그 부드러운 

마음이 얼마나 피를 흘렸을지 말이야.


후작            카를로스!

그게 대체 무슨 말인가?

   

카를로스     내가 해야겠지만 

못한 것을 이제 자네가 완수해야지. 스페인 사람들이

내게 헛되이 기대했던 황금시절을 자네가

선물하게 될 거야. 난 이제 끝장났으니까.

영원히 끝장났지. 자네도 그걸 잘

알고 있겠지. 이 끔찍한 사랑이

정신의 온갖 조숙한 꽃들을 되찾을 

길 없이 죽여버렸다. 난 자네의 위대한

희망을 위해선 죽은 사람이나 진배없어.

섭리가 또는 우연이 왕을 너의 편으로 

이끌었지. 물론 내 비밀을 그 대가로 치러야했지만,

그는 이제 네 편이다. 넌 그의 천사가 될 수 있지.

내게는 구원이 남아있지 않아-어쩌면 스페인엔

구원이 남아있을까-아, 여기에 저주받을 일은

없다. 내가 미친듯이 눈이 멀었다는 것 말고는,

이날까지 네가 다정하기만 한 게 아니라 그토록 위대하단

걸 내가 보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 말고는 말이다.


 


 


천번의 시험이 대체 뭐였을까, 공 한 번 잘못 던진 죄로 그동안 로드리고는 어떻게 얼마나 카를로에게 자신의 변함없는 애정을 입증해야했던 걸까 궁금한데 아무튼 감옥에 들어 앉아서 카를로는 생각을 하기는 한 거다. 절대 날 버릴리 없는 로드리고가 왜 날 버렸을까? 왜 아빠 편이 된걸까? 


그런 사고를 쳐놓고도 내가 싫어서 날 버리고 아버지한테 간 게 아니라 너의 위대한 이상을 위한 마음 아픈 결정이었겠지-헤아려주는 건 짠하지만 곧 죽어도 아버지가 좋아서라고 생각하지 않는 점은 흥미롭다. 난 널 아버지에게 빼앗긴 게 아니라 너의 위대한 이상과 인류에게 빼앗긴 거임!!-하는 이 태도는 뒤에 나올 펠리페의 태도와도 같다. 로드리고 놓고 아버지와 아들이 싸우면서 서로 너한테 반한 거 아니라고 우기는 모양이 칼을 들고 싸워도 역시 부자지간, 콩 심은데서 콩 날 수밖에 없는듯.  


로드리고의 배신을 이상을 위한 희생으로 받아들인 카를로가 이 시점에서 정신을 차려서 사랑때문에 내가 정신이 나갔었다, 이제부터라도 이상을 위해 헌신할게 했으면 어차피 죽기로 한 로드리고가 얼마나 기뻤을까만은 카를로의 태도는 난 내 사랑 포기 못해서 이렇게 된 거 여기서 죽을테니까 넌 나까지 팔고 아버지한테 붙기까지한 그 이상 꼭 실현시켜라-하는 것에 가깝다. 희곡에서는 이렇게 반성하면서 애틋한 척 하다가 곧바로 로드리고 잡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엘리자베타까지 희생시킨 건 너무 한 거 아니냐, 혹시 너도 엘리자베타 사랑하냐고 따지기까지 하는데, 로드리고가 여기 오기 전에 엘리자베타에게 자기 대신 카를로를 지켜봐달라고, 세상이 뭐라고 해도 흔들림 없이 그를 사랑해달라고 맹세를 받고 왔던 걸 생각하면 로드리고 총 맞기 전에 마음 아파서 먼저 안 죽는 게 대단하다. 다행히 오페라에서는 그 대사가 빠져있다.


로드리고에게 카를로와의 우정의 핵심은 자유의 실현이라는 대의에 있다고 실러는 주장했다. 그러니 카를로의 뼈아픈 깨달음은 그런 핵심을 드러내는 말이다. 두 사람의 관계가 대의의 실현에 있으니 더 이상 그 실현을 이룰 수 없는 카를로는 쓸모가 없고 따라서 두 사람의 관계는 깨어지고 우정도 여기서 끝나야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로드리고의 답은 어땠나. 희곡의 긴 대사를 잘 압축한 오페라의 대사를 빌려 오자.


"내 사랑이 얼마나 큰지 알아주게." 

 


 


13잘츠의 카를로는 로드리고의 배신에 화가 나 있기는 한데 난 이렇게 죽지만 넌 우리의 이상을 이룰 수 있겠지하고 로드리고를 보는게 애틋하고 이런 카를로를 보는 로드리고는 어떻게 내가 이런 널 버릴 수 있겠어, 원망도 후회도 없이 사랑과 연민만 가득해서 둘을 보면 이상이고 인류고 그냥 둘이 손잡고 도망가는 게 해피엔딩일 것 같다.





말은 네가 날 희생해서 인류를 구원할 수 있겠지 해놨지만 카를로는 여전히 상처받은 상태인 게 로드리고가 안아주려고 할때 뻣뻣하게 뒤로 빼는 것에서도 보인다. 앞에서 그렇게 답싹답싹 매달리던 태도와 비교되는데 이런 디테일 좋다ㅠㅠ 이제 행복하게 널 안아볼 수 있다는 로드리고의 말은 우리 이제 혼인신고서 쓰러 가도 된다는 말이 아니라 이런 의미다.






후작    (그의 손을 잡고)    자넨 구원받았어.

카를로스-자유라고-그리고 난-


(말을 멈춘다)


카를로스  리고 자넨?


후작    그리고 난-난 처음으로 자네를 완전한

권리로 내 가슴에 안겠네.

난 내게 소중한 모든 것을 다 내놓고

이걸 사들인 사람이니까. 오, 카를로스, 이 순간은

얼마나 달콤하고 얼마나 위대한가! 

     





햄슨로드리고가 으어어세상에나어쩌면이렇게고마울수가 싶게 좋은게 바로 이런 생략된 대사와 부합하는 애정을 보여준다는 점. 장르의 특성상 생략되고 압축될 수 밖에 없는 걸 이렇게 꽉꽉 채워 표현해주니까 원작을 알고 보면 그저 고맙고 좋고, 모르고 봐도 뭐라는지 모르겠지만 키 큰 쪽이 키 작은 애를 엄청나게 사랑하고 아끼는 사이인가보다-원작의 의도에 부합하는 감정을 전달받을 수 있어서 고맙고 좋다. 그래서 나도 낚인 거였고ㅠㅠ





영문을 몰라 하는 카를로에게 작별을 고하는 로드리고의 노래, 나의 마지막 날이 왔네 Per me giunto è il dì supremo.

부르기는 어려운 노래라던데 듣는 귀에는 어느 바리톤이 부르는 걸 들어도 다 좋긴 하다. 13잘츠 햄슨보다 더 좋은 목소리로 잘 부르는 바리톤도 많지만 이렇게 울지 마, 널 위해서 죽는 사람은 마지막까지도 행복하니까-라는 가사에 부합하게 카를로를 사랑하고 그 사랑때문에 목숨을 내어주는 게 이렇게 행복한 로드리고는 아직 못 봤음 ( mm     





햄슨로드리고만 좋은 게 아니라 카우프만카를로도 진짜 좋다. 

앞에서 말했듯이 카를로는 쭉 로드리고한테 화가 난 상태라서 로드리고가 이제 우리 살아서는 못 만나, 난 널 위해 죽을거야-노래하는 걸 보고서도 뭔소리야=_=하듯이 보는 카를로들이 많고 개중에는 아예 시답잖은 소리 마라, 네가 거짓말 하는 거 누가 믿는다고 그러냐-따지듯이 성질 내는 카를로도 있다. 96알라냐카를로라든가 알라냐카를로라든가 알라냐알라냐... 


그런데 13잘츠 카우프만카를로는 이제까지 본 어느 카를로보다도 그 응어리가 녹는 시점이 빠르다. 로드리고가 본격적으로 나 널 위해 죽을거라는 말은 꺼내지도 않았는데, 우리 이제 다시는 못 만나-라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글썽거리면서 로드리고를 잡는데 그 모양새가 어찌나 슬프고 가여운지 아 이런 애를 두고 로드리고 어떻게 혼자 먼저 죽을 생각을 하냐 로드리고 나쁘다 먼저 눈이 감기더냐 원망이 들 뻔하다가 아차차 저거 카를로놈이었지 뒤늦게 정신을 차리게 될 정도. 그래서 카우프만카를로가 이렇게 예쁘고 안스러운데도 불구하고 내 최애카를로는 96알라냐카를로지만 이토록 연약하고 가여운 카를로와 그런 카를로를 이렇게 조건없이 깊게 사랑하는 로드리고라니. 이건 그냥 보고 죽으라고 만들어 준 거니까 고맙게 보고 심장을 부여잡고 죽어야지ㅇ<-<





꼼꼼하게 챙겨주는 디테일은 계속 이어진다.

카를로의 서류를 이용해 자신이 카를로의 죄를 뒤집어 썼다는 로드리고와 그 사실을 듣고 충격에 빠지는 카를로.


희곡에서 카를로의 감옥에 찾아오기 전, 로드리고는 오렌지공 윌리엄에게 왕비를 사랑하는 건 로드리고 자신이고 그래서 왕을 속여 왕비에게 접근했고, 카를로가 로드리고의 흑심에 대해 왕비에게 경고하려고 했기 때문에 그 입을 막으려고 체포했는데 아무래도 다 틀린 것 같으니 브뤼셀로 도망가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놓고 왔다. 당시 브라반트와 플랑드르로 가는 모든 편지는 왕의 손에 들어가도록 되어있는 것을 이용해서 실수인척 자신의 거짓 죄를 고백하는 편지를 펠리페가 읽도록 손을 쓴 계략. 


오페라에서는 그런 설명을 구구절절히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카를로가 로드리고에게 넘긴 서류를 이용해서 로드리고가 죄를 뒤집어 썼다는 것으로 처리가 된다. 그러니까 3막 1장에서 카를로가 로드리고에게 건네준 서류가 여기에 쓰이는 것.






다시 봐도 저 호구같은 로드리고의 미소는 좋은 저혈압 치료제구나.


왕의 총신인 너에게 내 비밀을 맡기라고? 로드리고를 의심해서 마음을 후벼파놓고서 뒤늦게 나한테는 너 밖에 없다면서 그러면서도 의심을 다 떨치지 못하고 준 그 서류가 카를로를 구하고 로드리고를 대신 죽일 도구로 쓰였던 것인데 13잘츠 카우프만카를로는 위치킹한테 찔린 프로도같은 표정을 통해서 충격과 죄책감과 후회를 보여준다. 이 감정을 이렇게까지 챙겨준 카를로가 또 없었다. 있었는데 화질이 안 좋아서 안 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서 카를로가 느끼는 감정을 바로 보여줘서 당장 왕에게 달려가 사실을 밝히겠다는 폭발이 타당하게끔 연결해주는 카를로라서 좋다.

   

그리고 그게 무슨 좋은 얘기라고 웃으면서 이야기해주는 로드리고. 이제 내 목에는 틀림없이 상금이 걸렸을거라고 하면서 웃는데-워낙 멘탈이 유리같은 카를로라서 그런 카를로를 안심시켜주면서 달래주는 거니까 지금까지의 캐해석에 일관성이 부여되면서 참 다정하고 참 좋은데 진짜...로드리고 당신 펠리페한테 그러는 거 아니야 펠리페 불쌍타ㅠㅠㅠㅠ 


희곡에서 로드리고의 거짓 편지를 읽은 펠리페의 반응은 이렇다. 

카를로가 체포되었다는 소식에 온 궁정이 난리가 나고 알바와 다른 대신들, 펠리페의 조카인 파르마까지도 펠리페에게 알현을 청하지만 펠리페는 그들 모두를 물리치고 오로지 로드리고만 기다리는데, 체신부 장관 탁시스가 로드리고의 거짓 고백 편지를 입수해서 펠리페에게 전한다. 그리고 난 후-




     

레르마    (헐떡이며, 큰 동작으로)
그 몰타 사람이 오면 
마마께선 지금 혼자가 아니니, 부름받기까지
기다리라고-


도밍고    (나머지 모든 사람들이 호기심에 찬 기대로 그의 주변에 모여드는 동안 레르마에게)

백작, 무슨 일이오?

당신은 시체처럼 창백한 모습이오.


레르마    (급히 사라지려한다)

거참

끔찍한 일이오!


파르마, 페리아    무슨 일이오? 무슨 일인데?


메디나 시도니아    전하께선 무엇을 하시오?


도밍고    (동시에)    끔찍하다고? 대체 무엇이?


레르마    전하께서

눈물을 흘리셨소.


도밍고    눈물을 흘리셨다고?


모두들    (동시에 놀라워하며) 전하께서 눈물을?







그 펠리페가 울었단 말이다. 로드리고가 카를로 보면서 내 사랑을 알아달라던 그 때, 우는 카를로를 달래면서 울지말라고 용기를 내라고 위로해주는 그 때, 카를로를 안고 널 위해 죽으니까 행복하다고 노래하는 그 때 펠리페는 울고 있다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펠리페의 외로움과 아픔을 다 아는 로드리고도 펠리페의 아픔보다 카를로의 눈물을 더 걱정하는데, 카를로놈이라고 자기 아버지 걱정을 하겠나. 당장 왕 앞에 가서 사실을 알리겠다고 뛰쳐나가려는 카를로를 잡고 로드리고는 처음의 맹세를 되새긴다. 





로드리고 눈에 보이는 그거, 스페인의 황금시대, 인류가 사상의 자유를 누리는 새로운 시대는 없다고 앞에서 피켓 들고 시위하고 싶다ㅠㅠ 그 와중에 성난 소년처럼 억지로 로드리고와 같은 곳을 보는 카를로는 또 안스러워서 화가 난다. 이때 카를로의 태도는 플랑드르따위 대업따위 나는 몰라!!! 나한테 중요한 건 바로 너란 말야-라는 태도인데 이와 유사한 태도를 2막 1장에서 로드리고가 플랑드르 얘기할 때 본적이 있다. 그때는 플랑드르따위 대업따위 나는 몰라!!! 나한테 중요한 건 바로 엘리자베타란 말야-였지. 


카를로같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 개인에 대한 애정을 극복하지 못해서 더 큰 일을 어그러뜨리는 것은 어떤 핑계를 대든 얼마나 큰 사랑이라고 포장을 하든 비난받을 일이고 철없는 일인데 카를로가 어떤 개인 이상의 큰 그림을 보지 못 하는 한계는 뒤집어 보면 인간을 오로지 숫자로 보는 통치방법을 실현해 온 펠리페와는 대조되는 면이기도 하다. 때문에 로드리고가 펠리페를 버리고 카를로에게 희망을 품는 이유가 설명이 되는데, 설명은 된다는 거지 그렇다고 비난을 면해주고 싶지는 않음. 


로드리고가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 플랑드르를 구하도록 하는 것도 로드리고 역시 그런 카를로의 한계를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적어도 13잘츠 로드리고는 얼마나 카를로가 여린지 아니까 진짜로 그 앞에서 바로 죽을 생각은 아니었을거라고 보긴 하는데 사실 카를로가 사랑에 눈이 어두워 대업을 망쳤다고 마냥 까기도 뭣한게 로드리고도 그렇잖아. 카를로와의 차이가 있다면 로드리고는 큰 그림도 보고 자기의 기회비용이 어떤 건지 알았고 그걸 충분히 비교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카를로놈을, 한 인간에 대한 애정과 기대를 택했다는 거겠지ㅠㅠ





그냥 설정이랑 음악만 놓고 봐도 마음이 아픈데 그래 마음 아프게 해서 죽이려고 작정했구나ㅠㅠㅠㅠ 생각한 게 여기다. 

우리의 이상을 생각하라는 로드리고의 말에 카를로가 눈물을 참고 무릎을 꿇고 양손을 펼치는데 저 자세, 앞에서 한번 봤다.





2막 1장 산 유스테 수도원에서 신에게 자유를 위해 진정한 불씨를 달라고 기도할 때, 카를로가 로드리고의 말을 듣고 무릎을 꿇고 하늘을 보다가 로드리고가 옆에 있는지 확인하려고 옆을 돌아보면 로드리고가 그 불안한 눈을 보고 웃어주고는 그 옆에 함께 꿇어앉아 신앞에서 맹세하는 그 구도 그대로인데 여기서는 카를로 옆에서 카를로를 다독여야 할 바로 그 순간에 로드리고가 총에 맞아 쓰러지는 거다. 처음 봤을 때는 카를로가 저기서 왜 무릎을 꿇나했는데 다시 보니까 진짜 이 양반들이 누구를 죽이려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ㅠㅠㅠㅠㅠㅠ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여기서 로드리고를 두고 패닉에 빠지는 카를로와 마지막 힘을 다해서 그런 카를로를 다독여서 계속 살아갈 수 있게 해주려는 로드리고 진짜 좋다ㅠㅠㅠㅠ 쓰러진 로드리고한테서 떨어져서 손에 묻은 피 닦아내려다가 도움을 청하려는지 아니면 나가려는지 카를로가 창살에 매달리는데 여기 무대가 무대 전체를 길게 커다란 감옥으로 만든거라 작고 애처로운 느낌이 볼 때마다 케이지에 갇힌 채로 놀란 소동물같음. 그런 카를로를 사랑 가득한 눈으로 보면서 이리 와서 손을 잡아달라는 로드리고는 카를로가 얼마나 불안하고 연약한지 아는데도 실망하지 않는 로드리고라서 고맙습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이어지는 13잘츠 돈 카를로 최고의 순간

로드리고의 최후의 노래, 나는 죽어가지만 행복해 Io morro ma lieto in core.  








여기서 햄슨 로드리고 너무 예뻐서 진짜......원망스러움. 조금만 덜 예뻤으면 내가 파다가 앗 역시 살아있는 3D는 파기 무서운 존재구나 깨달았을 때 깔끔하게 발 빼고 활짝 열린 출구로 달려나가서 지금쯤 평안하게 내년 레미즈나 기다렸을텐데 왜 이렇게까지 예뻐서 발을 못 빼게 하나. 카를로 보는 눈부터 플랑드르를 구해달라고 할 때 땀방울이 눈물처럼 볼을 타고 흐르는 거에다가 마지막에 안녕-할 때는 진짜...이렇게까지 예뻐야 할 필요가 있었나. 나쁘다. 


햄슨 잘 생겼다는 말 볼 때마다 취향이니까 존중해드리겠지만 솔직히 잘 생긴 쪽은 아니지 않아? 회의적인 눈으로 봤고 지금도 그 입장은 변함 없는데 햄슨 말고 햄슨로드리고는 그냥 전부 다 예쁘다. 마지막에 숨 넘어갈 때도 너무 예뻐서 같이 숨 넘어갈 것 같음. 나는 죽어가지만 행복한 마음으로 죽...ㅇ<-<    


여기서 로드리고가 남기는 당부는 카를로의 연약한 어깨에 자기의 이상을 억지로 짐 지우려는 게 아니라 살아갈 이유를 만들어주고 죽는 느낌이라 더 마음이 아프다. 스페인의 구원자라는 말을 그 큰 눈으로 새겨넣듯이 말해주면서도 말끝에 다시 웃어보이는 것도 진짜. 너 나 죽는 거 잊지 말고 스페인이랑 플랑드르 구해라-가 아니라 넌 틀림없는 스페인의 구원자야 날 봐 내 말 믿어-라는 사랑과 기대와 확신이 가득하다. 카를로가 그런 기대에 부합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에 그 흔들림없는 애정이 더 안타깝고 화가 나는 걸 노린 건가. 


로드리고의 죽음 이후의 카를로는 정신을 놓았다고 해야 할 법한 상태가 되는데, 저런 눈으로 널 위해 죽으니까 난 행복하다고, 날 잊지 말아달라는 사람이 자기 품 안에서 그것도 자기 구하려고 자기 아버지 손에 죽었는데 어떻게 안 미칠 수가 있을까. 


그렇게 정줄놓은 카를로에게 화해를 청하러 온 펠리페가 맞닥뜨리게 되는 충격과 절망과 분노는 다음에.






올해 안에 마무리 할 수 있겠지 솔직히 5막은 딱 세 줄로 정리할 수 있는데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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