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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트라비아타 170301 MET 본문

Don Carlo/TH

라 트라비아타 170301 MET

neige 2017. 3. 7. 07:29


이왕 밖에 나왔으니 제일 가까운 햄슨 공연을, 특히 오페라를 보고 싶었다

마침 3월에 메트에서 라 트라비아타 하길래 신나서 예매함


사실 라 트라비아타는 내 최애작도 차애작도 애정작도 아니고 특히 이번 시즌 메트 라 트라비아타는 전설의 레전드 05 잘츠 라 트라비아타의 리바이벌이고 하니 목적은 오로지 햄슨의 제르몽이었음






05 잘츠 라트라비아타는 연출이나 무대나 두 주연의 노래나 다 너무나 좋고 현대 오페라 역사에 남을 공연이었고 향후 다른 오페라 연출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 중요한 공연이었지만 나한테는 큰 흠이 하나있는데... 햄슨제르몽이 너무 못생겼다는 거였음





혹시라도 괜찮아보인다면 햄슨 공홈에 올라와있는 사진이라 그나마 그래보이는 거고 옷은 잘 입혀놓고 헤어스타일이 너무 마음에 안 들었음





제르몽과 비올레타 이 장면 너무 좋아하는 장면이고 비올레타 이 순간에 알프레도따위 차버리고 마담 제르몽 되거나 파파 제르몽이랑 알프레도랑 데미지나 찍었으면 좋겠지만 별개로 햄슨 머리는 너무 안 예쁨 햄슨 공홈에도 이 사진에서 교묘하게 햄슨 머리 윗부분 잘려있던데 우연인지 의도적인지는 모르겠음

 

로드리고 머리가 이랬으면 아무리 카를로 보는 눈에 꿀이 뚝뚝 떨어졌어도 덕질 시작도 안 했을것






다행히 이번 시즌 메트 리허설 사진을 보니 제르몽 헤어스타일에 개선이 있었다

역시 홈그라운드가 좋긴 좋은가 봄 



그래서 이왕 햄슨 보러가는 김에 뉴욕 관광도 좀 하고 오전에 신나게 먹고 놀고 사진 찍고 메트로 감






너무 신나서 손이 떨려서 이랬음 

길만 건너가면 햄슨이랑 같은 건물 안에 있게 되는건데 아 진짜 너무 행복하고 신나서 빨간불 계속 켜져있는 신호등 부술뻔 





그래도 나중에 이날을 또 기억해야지 하고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건물 사진 열 몇장 찍는 인내심을 발휘했음

1분만 걸어가면 햄슨이랑 같은 건물에 있는거임 






당연히 이것도 열댓장 찍음 앞에서 찍고 표 들고 찍고 그 와중에 저 햄슨 프로필 사진은 꼭 나오게 찍음

햄슨 덕질하면서 수천번 봤던 프로필 사진인데 메트 오페라 와서 그 앞에서 보니까 말걸고 싶을만큼 반가웠음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샹들리에까지 열심히 찍음

왜냐면 햄슨 오페라 무대를 처음으로 직접 보는 날이니까 다 기록해놔야하니까

할수만 있으면 아침에 일어나서 호텔 나오는 순간부터 오페라 보는 순간까지 다 영상으로 기록해놓아야 할 기념비적인 날 아니겠음?


객석 입장하라는 말 듣고 심장 터질것 같이 들어가는데 어셔가 친절하게 프로그램 북도 주더라

햄슨 내한 공연때 플북 기념으로 사긴했는데 하...아냐 기획사 그 공연으로 돈 많이 벌었으면 좋겠으니까 괜찮음 

그 매니악한 프로그램을 그것도 중국가는 도중에 잡아서 기획을 해줬는데 기획사에 보탬되라고 플북 10권 사도 괜찮을만큼 고맙습니다

아무튼 프로그램북 안에 햄슨 사진 얼마나 들어가있을까 이힛히히히하고 가려는데 어셔가 선물로 뭘 하나 더 끼워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쪽지 내가 구긴거 아님 어셔가 줄때부터 구겨져있었음

절대 충격에 구긴거 아님

왜냐면 별로 충격을 안 받았기 때문에ㅋㅋㅋ......ㅠㅠ


햄슨 덕질하는 동안 햄슨이 2,3월에 메트 공연을 대체로 하기는 하는데 이 시기에 꼭 캔슬을 한 두 번 하는 걸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지 않을까하는 고민을 하기는 했음ㅋㅋㅋ 여행 전에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꼽을때 내가 대비할 수 있는 부분과 아닌 부분을 꼽는데 내가 대비할 수 없지만 일어날 확률이 높은 최악의 경우가 햄슨 캔슬이었음 오전 내내 놀면서 자리에 앉을때까지 일부러 메트 오페라 공지나 햄슨 계정 확인을 안 한건 이럴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있었기 때문에 미리 기분망치고 싶지 않아서였고 그래서 아니 어떻게 나한테 이럴수있어!!!!가 아니라 역시....근데 왜 하필 오늘이야...라는 반응


뭐 어떡하겠어


이제와서 난동을 피우고 햄슨 데려오라 그럴 수도 없고 옆자리 할아버지랑 잡담이나 나누면서 햄슨 팬인데 캔슬했네요 잉잉 그러는 수밖에 할아버지가 자기는 옛날에 파바로티 보러왔는데 파바로티가 무대 나왔다가 노래할 상태가 아니라 내려간 적있다고 위로해줬는데 아니 그래도 최소한 파바로티 보기는 했잖아 위로가 안 됐음 플북 뒤적거리니 3분의 1이 기부해주신 분들 이름이어서 이제와서 뭘해서 돈을 벌면 햄슨 은퇴하기 전에 메트에서 13잘츠 돈카를로 버전으로 로드리고를 시킬까 하는 생각이나 하고 있었지 타임슬립을 해서 로또 몇 번 맞으면 될까 계산해보다가 카우프만까지 데려올 비용을 생각하니까 로또 가지고 택도 없을것 같아서 관두고 공연 시작이나 기다림


자리도 좋았고 시야 방해 없었고 은근히 오페라 보러가면 홀홀홀 나는 40년동안 오페라 팬이었다네 이런 할아버지/할머니랑 이야기하는 것도 기대했는데 일단 그런 할아버지는 옆에 있었고 뒤에는 프랑스인 부부였는데 매너 좋았고 조용했음 햄슨만 나왔으면 아주 좋았겠지ㅋㅋㅋ


햄슨 노래랑 햄슨 머리 모양 다음으로 중요한 공연 자체는 아주 좋았음

라 트라비아타를 실연으로 보는 건 처음이었는데 직접 보고 들으니 확 호감도가 올라가더라 영상으로 볼 때는 얼굴 표정이 보이는게 장점인데 무대 전체의 흐름은 실연으로 보는게 확실히 느낌이 좋았음 노래는 당연히 왜 공연장 와서 직접 들어야한다고 하는지 실감함

 

그리고 2막으로 들어가니까 이제까지 얼마나 내가 잘못된 방향으로 오페라를 감상해왔나 뼈저린 반성...까지는 아니고 얼마나 햄슨 나오는 부분만 중점적으로 파고 봤는지 실감이 났음ㅋ 


2막의 Dite alla giovine, 비올레타가 제르몽의 설득에 결국 자기희생을 하겠다고 하는 장면에서 나는 여태까지 제르몽이 무슨 표정을 짓고 제르몽이 어떻게 비올레타를 보고 제르몽이 어떻게 비올레타를 위로하고 제르몽이 얼마나 비올레타에게 감동하고 가끔 제르몽이 얼마나 자기 양심을 아파하는지만 봤음 햄슨이 제르몽이니까


햄슨 안 나오니까 비올레타가 보이고 잘 들리더라 그리고 완전 감동 엉엉 실제로 눈물도 났음

처음에는 눈물이 나는데 이게 욘체바 비올레타랑 베르디 곡에 감동을 해서 나오는 눈물인지 아니면 저렇게 잘하는 비올레타 상대가 햄슨 제르몽이 아니라 원통해서 흘리는 눈물인지 헷갈렸는데 이어서  Di provenza il mar il suol, 아들놈아 정신차리고 집에 와라하는 제르몽 최고의 순간에 울고 싶어지는 거랑 전혀 다른 마음인 게 감동해서 그런 게 맞더라


햄슨 대신 나온 젊은 바리톤은 소리가 꽉찬 정말 진짜 정통 트루 참 베르디 바리톤이었음

햄슨보다 베르디 오페라 잘 부를 바리톤 눈감고 대충 골라도 메트 무대 다 채우고 두 줄은 더 남을텐데 그 중에 한 명인데 잘 부르는게 당연하지 젊은이 앞으로도 좋은 경력 쌓고 오래오래 잘 부르시오ㅠㅠ 


그래도 난 역시 베르디는 별로네 욕을 먹고 상태 안 좋은 소리도 좀 나면서 알프레도 때리고 나서 나는 완전 싫어하는 패닉연기하는 햄슨 제르몽이 보고 싶어서 눈물이... ㅓㄹ니러ㅑㅐㅓㄹㅈㄹ줄자루자루지륒륒랴ㅓㅐㅓㅐ러ㅐ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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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정말 비올레타를 위한 무대고 비올레타가 너무 잘한 무대여서 괜찮았음


시작하기 전에 옆자리 할아버지가 오늘 비올레타하는 소프라노가 아주 잘한단다 그랬는데 이 분 오페라글래스 드는 타이밍이나 집중하는 순간이나 너무 확실하게 욘체바 팬인게 너무 보여서 팬심이시네 아 부럽ㅎㅎㅎ 그랬는데 욘체바 진짜 잘하더라 특히 3막 마지막에 가면 라 트라비아타가 완전히 비올레타 한 사람의 드라마라는 실감이 나면서 비올레타가 단순히 불운한 코르티잔이 아니라 살아있는/살고싶은 인간이라는 게 노래로 확 와닿는데 감동이 밀려와서 엉엉 진짜 너무 좋았음 

 

사실 제르몽 따위 아들 사랑 절절한 아버지, 여자에 대한 가부장적인 매너를 유지하는 신사, 교활하고 이기적인 부르주아, 비올레타의 인간다움과 희생에 감동하고 반성하는 기성질서의 대변자로 아무리 캐릭터화 근사하게 되어있어도 그래봤자 조연이고 비올레타가 주인공이고 다 하는게 맞지 그럼그럼 그동안 난 라 트라비아타 날로 봤음 








 



+ 그래도 땅을 퍽퍽 파고 있던 작년 11월과 12월을 버티게 해준것 중 하나가 3월에 햄슨 보러간다는 생각이었으니 그 힘이라도 준게 고마워서 넘어가기도 했지만 사실 이번 라 트라비아타는 HD 촬영 예정되어있어서 좀 진정할 수 있었음 이번엔 예쁜 머리 햄슨 제르몽 박제된다 신난다ㅋㅋㅋㅋ 올드비 팬 중에 대역 제르몽 잘 했다고 HD에도 나와줘 하는 분들 있던데 여러분들이야 수십년 햄슨 봐왔고 제르몽도 열댓번은 봐서 신선한 새 바리톤 보고 싶겠지만 나같은 뉴비는 이제 햄슨 제르몽 한 번을 더 볼 수 있을지도 아슬아슬하단 말이야 자비 좀 베풀어주세요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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