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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베스 2001 취리히 본문

Don Carlo/TH

맥베스 2001 취리히

neige 2017. 5. 4. 11:42


로드리고가 입구였다면 맥베스는 덫ㅋ

이전까지만해도 뭐지? 뭐지? 발가락만 적시고 여유롭게 놀다가 맥베스에 그만 발목을 덜컥 잡혀서 삽시간에 턱밑까지 잠겼다가 아냐 살아있는 3D는 안 파 무서워서 못 파 어디서 뭐가 나올지 모른단말야 발버둥 쳐서 지금은 숨은 쉬고 살고 있음


01 취리히 맥베스는 전통적인 가마솥을 둘러싼 마녀들이 나오는 그림 대신 여러가지로 신선과 파격을 오가는 연출을 한 버전인데 여기서 엄청 예쁘다 ( mm 요 근래 올라오는 맥베스는 전통적인 연출을 찾아보기가 오히려 힘들지 않을까 싶긴 한데 이 프로덕션은 이미지와 상징이 넘쳐서 가끔은 과하다 싶을때도 있을 정돈데 산만할 떄도 있지만 대체로 재미있고 햄슨이 예쁨


너무 유명한 텍스트라 할 말 없고 

어차피 길게 써봐야 햄슨맥베스 가련해서 예쁘다가 끝이기 때문에 간단하게 올림

베르디 맥베스 보고 싶은 분은 이 버전을 맨처음에 보지 말고 무난한걸로 보시길 








1막의 마녀들 이질적인 존재가 아니라 어디에나 있는 흔한 여자사람들

연출가가 인터뷰에서 마녀들만의 네트워크가 있을거라고 차마시면서 이야기하는 그런 분위기라고 

완전 비일상적인 존재가 아니라 더 좋았음

베르디 음악자체도 음산하고 무겁기보다는 장난스럽고 밝아서 잔인한 느낌이라 잘 어울림 

극 전체에서 빨강은 마녀에게만 허락되는 색깔 

덕분에 던컨의 피도 초록색젤ㅋ로 대신함







1막 마녀의 예언과 그 뒤 이어지는 맥베스와 뱅쿠오의 듀엣

누가 내 앞에 왕좌를 들이밀어도 흔들리지 않으리! 하지만 두개나 이뤄졌는데? 흔들리는 맥베스

거기다 대고 옳은 소리만 해서 사망 플래그 일찌감치 흔드는 뱅쿠오

마지막에 악수로 끝나지 않고 저기서 맥베스가 뱅쿠오 손을 꽉 잡은 채로 놔주지 않고 뱅쿠오가 당황불쾌해하는 연출인데 그게 잘렸네 







1막 맥베스의 편지를 읽고 난 레이디 맥베스 진짜 멋짐

맥베스가 편지를 쓰는 걸 보여주는 사각의 방 위에 올라타있는 레이디 맥베스 거미같은게 연출 멋지고도 여왕하면 충성충성해야 목 안 잘릴거 같고 너무나 좋다 4분 7초쯤 시작되는 일어서라 지옥의 악령들아 음악 자체가 너무 멋짐 베르디 여캐들 가끔 이렇게 쩔어주는 욕망과 파워 발사하는 노래들 너무 좋다








1막 하이라이트인 던컨 살해씬

왜인지 요새 이부분은 연출을 섹슈얼하게 하는 경향이 있음 

이 프로덕션도 그런 느낌이긴한데 레이디 맥베스 손 잡으려고 애쓰면서 치대는 맥베스 유약해빠진게 완전 애처로움 

살인자 주제에 세상 고뇌 다 짊어진 얼굴을 하고 고통스러워하는 게 여기 연출은 햄슨 어떻게 다루는게 좋은지 잘 알고 있다 

햄슨 맥베스 보면서 누가 묵직하고 중후한 베르디 바리톤 기대하겠어 쓸데없이 예쁘게 괴로워하면서 자기 팔자 꼬는게 보고 싶은거지

여기서 정말 한껏 예쁨 왜 나는 아멘이라고 소리내지 못했지??할때 목소리 예쁘게 화내는 거 눈하고 아주 그냥 예뻐서 내가 마녀라도 흔들어보고 싶은게 당연할 것 같음  

 






1막 엔딩 베르디 존잘 천재인게 던컨의 죽음을 두고 범인을 저주하는 지옥아 그 입을 벌려 살인자를 삼켜라 하는 노래는 맥베스와 레이디 맥베스가 선창하게 만드는데 처음에는 반주 없이 목소리가 겹겹 쌓이는 거 너무 좋다 시몬 보카네그라에서 의회에서 범인 추궁할때도 이런 합창 나오는데 인간의 목소리 자체가 얼마나 힘이 있고 소름끼치는지ㅠ 오페라 보면서 내용 불문 제일 음악이 와 닿고 아름답다고 느낄때가 합창임 합창 좋다 합창 덕질할까 합창은 캔슬이란게 있을 수도 없고 좋겠지ㅋㅋㅠㅠ 


그러나 햄슨맥베스 여기서 한껏 예쁨뿜뿜하고 있는게 뱅쿠오가 건넨 던컨 시신 안으니까 죄의 무게 못견디는 것 마냥 무너지면서 무릎꿇는 연출 너무 좋음 진짜 마지막에 던컨 안고 신을 부르는 거 정말 연출 고마우시고ㅋㅋㅋㅋㅋ 맥베스에게 분노를 감추지 못 하면서 레이디 맥베스와 대치하는 뱅쿠오도 좋고 자리를 벗어나려는 레이디 맥베스를 전부 손가락질 하는 눈을 가린 마녀들도 너무 좋고 던컨 피가 초록색이라 자꾸 짐승젤 생각나는 거 빼면 이 연출 진짜 좋음ㅋㅋㅋ 전통적인 연출보다 이렇게 좀 정석에서 벗어나서 내가 하고 싶은 거 할래 하는 연출이 보기에도 재미있고 햄슨도 예쁘게 나오는 거같음ㅋㅋㅋㅋ 왕 죽인 시해자, 자기를 믿은 손님을 죽인 살인자가 이렇게 예쁘면 반칙이지 







2막 던컨을 죽였는데 아직도 왜 그렇게 근심이냐는 레이디 맥베스와 뱅쿠오 아들이 왕 된다는 예언도 이뤄지면 어떡하죠? 하는 맥베스

그럼 죽여버리면 되잖아 레이디 맥베스가 답해주면 맥베스가 그래요 뱅쿠오 죽여야겠어요-하고 보통은 여기서 맥베스는 퇴장함


그러나 이 맥베스 연출 너무나 햄슨을 맥베스로 써먹으려면 어떻게 굴려야할지 잘 파악하고 있는 분이시라ㅋㅋㅋㅋ 권력을 손에 쥐니 얼마나 좋은지 노래하는 레이디 맥베스가 맥베스 위에 문자 그대로 올라타고있는데 아주 좋고 예쁘고 욕망이 흘러넘치는데 감사합니다ㅠ 햄슨은 남자든 여자든 오른쪽에 가는게 잘 어울리는데 여기서 너무 대놓고 보여줘서 처음에는 아니 저러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정말 해주다니 감사해서 눈을 뜨지 못하겠네요하는 기분이었음ㅋ







2막 만찬장에서 뱅쿠오의 유령을 보는 맥베스와 경멸하는 레이디 맥베스

의상 인간적으로 너무 못생겼음 왜 저랬는지 모르겠음 연출도 좀 저세상 연출인데 햄슨은 저딴 옷을 입고도 예쁘긴 예쁨

가혹하게 뱅쿠오 유령이 정말로 맥베스 눈에만 보이는 설정이라 뱅쿠오 배우 못 나오심 좋았는데ㅠ

햄슨이 하필 저 의상입은 못 생긴 사진에다가 사인 한번 더 해줬는데 내 맥베스 집에 두고 왔다 아흐흑








3막 여기 마녀들 너무 좋아

신문지로 둘둘 만 쟤네들이 1막에서 맥베스한테 찌라시 쥐어주면서 너 왕될거라고 했는데 극중에서 신문지 이미지가 꽤 자주 나옴 

엔딩에서 압제에서 벗어난 사람들도 다들 저런 신문지 옷 입고 나오더라 





 

 



3막 환영을 보고 쓰러진 맥베스를 가지고 노는 마녀들 

보통 여기서 맥베스는 정말 대본대로 기절해있고 마녀들끼리의 발레나 무용으로 해결함 

그런데 이건 정말 연출이 노렸네 노렸어 박수치고 큰절했다 감사합니다 이미 많이 버셨겠지만 앞으로도 많이 버세요ㅠㅠㅠㅠ

마녀들의 예언에 농락당하는 맥베스를 데리고 인형다루듯 머리 빗겨주고 마녀들과 같은 빨간 원피스 입혀주고 매니큐어 칠해주고 서로 같이 춤추겠다는 연출 너무 좋다ㅋㅋㅋ 나도 햄슨맥베스 가지고 인형놀이 하고 싶음 번호표 뽑으면 춤추는 줄 끼워주나ㅋㅋㅋㅋㅋ 

거의 3년 동안 포스팅 미루다가 오늘 이 영상 올라와있는거 찾아서 올림 




 





3막 맥베스와 레이디 맥베스의 듀엣 

가해자가 복수를 말하는 순간이라 뭘 봐도 세상에나인데 둘이 서로 보는 눈빛은 좋아죽음ㅋㅋㅋㅋ 

마녀가 입혀준 빨간 원피스를 그대로 입은 맥베스와 훈장이 달린 맥베스의 옷을 원래 자기 것처럼 입은 레이디 맥베스의 복장도치

이거 너무 좋다 레이디 맥베스의 머리도 짧아져있음 

마지막에 키스를 바라는 맥베스를 물어뜯는 시늉을 하는 레이디 맥베스 좋음







맥베스의 마지막 아리아 연민도 존경도 사랑도 

사실 앞에서 맥베스랑 레이디 맥베스랑 둘이 복수하자! 죽이자! 할 때 바닥에 누워있는게 그 둘의 희생자들이었음

이어서 맥더프가 내 아이들아 하고 죽은 아이들과 태어나지 못한 아이와 아내를 위해서 노래부르는 걸 다 보여주는데 그걸 보고 나서 맥베스가 이런 자기연민결정판노래 부르는 걸 보면 가증스러워야 하는데 다들 여기서 혼신의 힘을 다해서 자기연민을 보여주는 노래라서ㅋㅋㅋ 햄슨맥베스 햄슨답게 오직 저주만이 나를 위한 만가가 될 것이다 하는데 그게 자기탓인데도 세상에서 제일 불쌍해서 보고있는 내가 망했지 


햄슨이 40대 중반에 한 2001년 맥베스가 본격적으로 베르디 바리톤으로 커리어를 시작한 시점의 작품

물론 그 이전에도 로드리고는 이미 여러 번 했다 비엔나 국립극장은 빨리 자료화면으로나 보여주던 로드리고 영상 좀 토해내라ㅠㅠ 하지만 아마 안 내주겠지ㅠㅠ 연출 파운트니는 코멘터리에서 우리는 만장일치로 햄슨을 우리 맥베스로 결정했어요라면서 섬세하고 우아하게 불러줄 맥베스를 원했다고 하는데 과연 일반적인 맥베스에 비해서 맥베스가 고와서 피에타 리스페토 아모레에 이르러서는 개*끼임에 분명한 맥베스가 불쌍해서 눈물이 날 정도


그렇다고 기쎈 부인에게 마냥 휘둘리는 심약한 맥베스는 아니고 자기 팔자 자기가 꼰 인간이고 던컨은 물론이고 뱅코우와 맥더프를 죽이기로 결정한 건 그 자신인게 분명한데 그렇게 잔인할 수 있는 인간이 피에타 리스페토를 그렇게 예쁘게 부르는 건 좀 반칙이잖아?? 








+ 좀 덜 불쌍한척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피에타 리스페토 아모레 하나 더







헝가리 국립 오페라 리허설 

목소리 쩡쩡 울리는게 느껴져서 너무 좋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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