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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 Carlo/TH

합리적인 음반 구매 기준

neige 2015. 3. 8. 17:28




이런 트윗으로 음반발매소식을 알게 됨.

신보인가? 하고 보니 구석에 작게 12CD라는 글자가 보임. 컴필레이션 음반이구나.

하긴 60번째 생신이 석달 앞으로 다가오고 있으니 한 번 총정리 할 때가 되긴 했네.

그럼 여기부터 좀 따져봐야 함.


일단 나는 햄슨을 파기 시작했을때 EMI에서 나온 5CD 모음집을 사고 시작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이름만 이제 막 알았을 때에 그래서 돈 카를로 말고 뭐하는 분임? 찾아보니 마침 네가 햄슨 팔 줄 알고 우리가 준비했다 하듯이 신보로 나와있길래 질렀음. 달랑 CD+종이자켓이라는 구성이라 유감스러웠지만 대지의 노래,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 겨울나그네, 로시니와 마이어베어 가곡들, 베르디 아리아로 햄슨 레퍼토리가 이런 방향으로 뻗어있구나하고 입문하기에는 괜찮았음. 의외로 로시니 가곡들이 좋아서 자주 듣고 다니기도 했고.


그런데 12CD라니까 불안해지는 거임. 분명히 겹치는게 있을거거든. 

입문 당시와는 달리 나는 저 5CD 모음집 이후에도 잔뜩 음원이며 CD며 DVD를 사 놓은 뒤란 말이지. 

그러니 사기 전에 어떤 구성인지 살펴봐야함. 





피가로의 결혼이랑 돈 조반니부터 겹치기 시작함...좀 있다 살까

겹치는 것도 문젠데 나는 정말이지 하이라이트 음반이 싫다 ㅇ<-< 책도 발췌본이나 축약본을 싫어하는데 오페라는 아리아만 들으면 솔직히 몰입도 안 되고 레치타티보랑 연결되어 있어야 재미있단 말이야. 음악적인 아름다움은 아리아에 있을지 몰라도 이야기로 받아들이는데는 발췌본이면 곤란함. 거기다 햄슨이 부른 부분이 그 오페라의 핵심이 아닌 경우도 많고. 이런저런 계약 문제로 본인 파트만 나올 수 밖에 없겠지만 아쉬운 건 아쉬운거.





부조니 파우스트 영상은 샀는데 구노 파우스트는 없으니까 괜찮은데 햄릿이 걸림

여기서 햄슨이 워낙 잘 했다고 해서 저건 CD로 사려고 했던 건데 이렇게 발췌본으로 들어가 있으면 좀 곤란하다.... 

리브레토때문에라도 CD 사려고 했는데 어떡하지...





알라냐, 게오르규, 파파노랑 같이한 일 트로바토레다ㅋㅋㅋㅋㅋㅋㅋ 여기서 구매욕구가 처음으로 올라감

햄슨루나백작 어땠는지 궁금한데 절판된 음반이라 사려면 해외구매 통해서 중고로 사야 하고 중고 가격이 난데없이 150달러까지 책정되어 있어서 뭐지 씨디에 금 발랐나?하고 손 놓고 있었는데 이게 들어가 있다니 좀 끌림. 물론 여기도 합창이나 만리코, 레오노라 아리아는 빠져있지만 그래도 어디야. 


 



샤틀레 돈 카를로도 들어있다...이것도 영상으로 산건데 음반보다는 영상으로 봐야하는 건데...안 넣어줘도 괜찮은데 그치만 커리어로 따지면 이때 로드리고하려고 태어난 거 같음 극찬하던 평론가도 있었던 때니까 안 넣을 수는 없었겠지. 로드리고는 햄슨 베르디 커리어에 굵은 글씨로 밑줄 그어줘야 할 역이고 한데 아무튼 이것도 겹침...이거 말고도 시몬 보카네그라는 내가 입덕할때 5CD랑 같이 산 게 시몬 보카네그라였음...맥베스나 라 트라비아타 등등 베르디 넘버는 다 겹침ㅠㅠ 


의외로 바그너가 들어가 있어서 좀 놀람; 파르지팔만 공부하면 될 줄 알았는데ㅇ<-< 앙상블로 있다가 주목받았을 때 의외로 바그너 작품에 대타로 들어갔을 때였다고 어디서 읽긴 읽었는데 바그너 아직 멀다...공부하기 싫다....탄호이저...신들의황혼....그으으ㅏㄹ라ㅣㅎ






빌리 버드도 사려고 장바구니에 담아놨는데....어떡하지....




전쟁 레퀴엠도 파파노랑 한 건 샀는데...그럼 이것도 반은 겹치고

드디어 보이는 겨울나그네부터 중복의 예감


겨울나그네도 시인의 사랑도 다른 슈만 가곡들도 그리고 말러 가곡들도 좋은데다가 커리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훌륭한 성과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래서 내가 이미 샀다고ㅠㅠ 시인의 사랑은 영상으로 나온거 샀음ㅠㅠ 그래서 벌써 8장중에 5장은 중복이니 이쯤에서 그냥 다른 음반들을 낱장으로 사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 시작함. 표지의 사인은 사인도 햄슨답게 생겼네 했는데 내가 그거 하나에 살만큼 좋아하는 건 아닌것 같아. 





햄슨의 커리어를 음악적인 면에서 크게 세가지로 나누면 오페라, 가곡, 그리고 미국 노래로 나눌 수 있는데 여기부터 옛 미국 노래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유럽에서 오래 활동했는데도 본인의 뿌리를 잊지 않고 잊혀진 좋은 노래들을 발굴하고 보존하고 알리는 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칭찬할만함. 그런데 나는... 내가... 미국노래에 별로 관심이 없음. 솔직히 그게 내 문화적 뿌리도 아니잖아. 평소에는 햄슨 국적에 불만 없는데 이렇게 자기 고향 노래 열심히 작업할 거였으면 햄슨이 아일랜드 사람이면 좋았을 걸 그랬지 ( mm 




다행히 미국노래들은 CD 한장으로 그치고 나머지는 오페레타랑 뮤지컬 넘버 그리고 미사곡으로 채워졌다.
그리고 나는 뮤지컬 넘버 모음도 이미 샀지....오페레타는 공연에서 하도 봐서....시들시들....미사곡이랑 레퀴엠들은 전에는 레퀴엠 좋아했는데 이제 늙어서 그런지 밝은 게 좋은 데다가 햄슨 목소리는 신성으로든 그 반대쪽으로든 인간의 범주를 넘어선 쪽은 아니라서, 신이나 천사의 인간적인 면, 악마의 인간적인 면을 보여주는 쪽은 좋은데 종교음악 쪽은 좀 아닌듯 해서 별로 기대 안되는데 포레 레퀴엠은 정말정말 좋다고 해서 언젠가 사려고 리스트에 올려놨으니까 넣어주면 고마운데 이것도 부분부분만 들어가있으니까...미사곡같은 건 전체 쭉 들어야 하는데ㅠㅠ 

이렇게 놓고보니 결론은 아무래도 그냥 각각 앨범을 사는게 낫겠다-로. 지금 못 사는 게 몇장 있긴 하지만 시간 지나면 다시 나올거니까 구매할 마음을 접었다. 어차피 천천히 완전판으로 모으는 게 더 의의가 있을 거고 팬이라도 내가 내주는 거 다 사는 그런 쉬운 사람이 아님, 에헴. 그리고 남은 한 장에는 뭘 넣어놓으셨나-




그래서 국내 수입이 언제라고요? 예약주문 받나? 아마존에서 먼저 지를까??? 아니 3월 발매라며 왜 아마존엔 4월 15일에 나온다는 건가요? 워너클래식 문 좀 열어봐요 콰오가ㅗ가ㅗ아오코카ㅗ카


알아, 이제 와서 새삼 나올 놀라운 이야기는 없을거고 인터뷰마다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가 90% 정도는 똑같이 나올 거라는 건 아는데, 그래서 이거야말로 중복오브중복일거라는 건 아는데, 잘 아는데 80분 동안 이야기하는 햄슨이라니 안 지르고 넘어갈 수가 없잖아. 말할 때 목소리 진짜 좋단 말이야. 그리고 인터뷰도 진지한 이야기 중간중간 계산된 농담 넣는 타이밍도 적당하고-타이밍이 적당한 거지 농담이 재미있다는 건 아님, 부장님 개그는 아닌데 독해집 개그 같을 때가 종종 있음- 여기랑 여기를 자막으로 따고 저기를 소제목으로 뽑고 타이틀은 저걸로 넣고 하는 견적이 딱 나오게 깔끔하고 내용도 영양가 있어서 잘 들어두면 어디다 인용할 만한 말도 있다.사실 벌써 몇 번 써먹었... 


그러니까 편집본이면 어때? 듣고 좋으면 전집으로 사면 되는 거지. 12장 중에 7장쯤 중복되는 거? 햄슨 30년동안 판 사람들은 12장중에 11장 겹치는 사람들도 있을텐데 이제 갓 1년 된 뉴비에게 이정도면 자비롭지 뭔가. 애초에 컴필레이션 음반 구매의 합리적인 기준은 몇 장이 겹치든 마음이 시키는 한 장이 있으면 사는 거 아니었나. 거기다 난 일 트로바토레도 듣고 싶어서 사는거니까 두 장이나 겹치는 건데 이 얼마나 합리적인 소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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