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욱의 죽음은 씁쓸하기는 한데 이 드라마의 순욱 캐릭터가 제대로 정립이 안되어버리는 바람에 그냥 쓰던 모사 하나 등돌려서 버린 기분. 순욱은 처음부터 조조와는 도저히 타협할 수 없는 한 가지만은 분명했고 그 한 가지가 맞지않는 조조에게 헌신한 자기 평생의 의미가 그야말로 내용 없는 빈 찬합그릇마냥 허망해지는 그 깨달음이 순욱의 죽음이 주는 비감의 원인인데 여기서의 순욱은 그냥 조조의 제1 모사로 사마의에게 바톤터치해주고 떠나야할 사람 정도가 되어버렸다.상서령부 뜰에서 독사 나오는 설정부터도 참 스산하니 그랬지만 뭐 아무튼. 참 잔인스러운게 산 사람에게 빈 찬합을 안겨 죽음으로 몰고가서는 죽은 사람 앞에 제수를 담은 찬합을 들고가는 조조라니 주인 손에서 떨어지는 칼이 내는 소리만큼이나 쓰디쓴 연출이다
유비쪽은 이제 기세를 몰아서 한중전인데...홀로 걱정 가득인 군사님 때문에 속이 쓰리다. 여기서의 군사님은 한번 각잡고 이야기할 필요가 있는데 아무튼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킨다는 취지는 알겠는데 이러다 무능의 문턱을 밟지않을까 심히 염려되는 상황. 걱정 많으신 건 알겠는데 좀 웃으세요. 벌써부터 그러면 어떡하려고요. 알아요 군자는 선우후락한다는거. 근데 밖에서 들리는 술자리의 환성에 혼자 근심하면서 앓지는 말라고요. 아직은 이쯤은 대비되어있으니까 주군 걱정말고 쭉쭉 밀고 나가시라고 할때잖아요. 우리 군사님 닳아없어질까봐 무서워 죽겠어요ㅠㅠ
우는 사이에 육손 등장......근데 비주얼이 왜 이러지. 배우 자체는 품위있고 샤방한 외모인데다가 시대극이 안 어울리는 사람도 아니었는데 이 남의 옷을 입은 것 같은 부조화는...뭐가 문제지...투구...벗으면 괜찮을것 같기도 한데 모르겠다 끝까지 이 모습으로 나오면 나 좀 우울할 듯. 비주얼은 어색하거나 말거나 유달리 시커멓고 서늘한 신 삼국의 손권이랑 이러저러하게 이야기가 잘 통하는 냉정한 총기는 마음에 든다. 둘의 20년뒤가 볼만하겠지만 아마 드라마에서는 안 그려주겠지. 지금 진도라면 오장원까지 가기만도 빠듯할듯. 기대하던 백언이 나왔는데도 마냥 좋아할 수는 없는게 아몽 갈때가 되었구나 싶어서.
아니나다를까 유비의 한중왕 칭왕 소식에 관우는 번성 공략을 준비한다. 형님이 한중왕이 되셨는데 나도 뭐라도 해야하지 않겠음? 이런 분위기인듯. 제작진 지금 촉승상님빠인 나랑 일기토해보자는 거냐.
신삼국의 문제 중 하나가 큰 맥락을 못 잡는다는 거다. 소소한 디테일은 사람 혹하게 잘 보여주는데 정작 대국을 그리는 건 연의도 아니고 정사도 아니고...그러다보니 속터짐의 시너지효과가 나오는데 오늘도 그렇다. 앞에서 말했듯이 한중공략을 놓고 형주와 군이 갈라져있어서 손오와 형주의 마찰이 있을 경우때문에 잔뜩 근심하는 군사님을 보여줬다. 심지어 공명 의견은? 하고 물어본 주군조차도 기회는 잃으면 안 온다고 군사님말 안 들어버렸다. 이건 연의에는 없는 디테일이다. 어른거리는 유상 저리 비키라고 내가 미래를 알고 있으니 이러저러하시라고 엎어져 울고 싶을만큼 안스러운 군사님을 그려놓은 이 작자들이 관우의 번성공략에 대해서는 대국을 바라보는 거 없이 그냥 우리 큰형님 칭왕선물!! 하고 해맑게 나간다...야 임마 우리 군사님은 어쩌라고. 군사님이 근심에서 그치지 않고 제대로 방비하거나 말리는 걸 보여주던가 아니면 아예 영삼마냥 적극적으로 한중먹었으니 형주에서 낙양으로 고고씽하는 웅대한 전략이라고 해주거나 하지도 않아놓고 앉아서 우는 군사님만 그려놓고 이렇게 일을 벌려놓으면 어쩌라고. 우리 군사님 평생에 근심 많았어도 앉아서 어떡하지 하고 금만 뜯는 그런 분 아니거든요? 할 수 있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있는 수단은 다 짜내는 분이거든요. 행동하는 이상주의자란 말야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