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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뼛속은 본문

三國志

결국 뼛속은

neige 2010. 6. 5. 13:22
촉파였다.

이미 읽었던 삼국지들을 다시 읽으면서 보통 아깝다 애통하다라고 느끼는 대목은 요 근래 2, 3년동안은 여몽의 죽음이었다. 그래서 나는 신 삼국도 그럴 줄 알았는데 백제성 부분에서 결국 새벽에 혼자 꺽꺽 울어버렸다.

물론 신삼국의 여몽 죽음 부분은 충격과 공포로 뭐라고요??를 외치게 되는 부분이라서 그럴 여유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신 삼국의 백제성은 .....

쇠잔한 유비가 아두의 아둔함을 안타까워하는 것 까지는 그냥 보고 있었는데 너는 보통의 집안에서 태어나는 것이 더 행복했을 거라면서 아들의 뺨을 쓸어주는 부분에서 울컥. 거의 처음으로 유비가 아들에게 보이는 아버지다운 애정이 이제서야 드러나다니. 더 이상 어찌해볼 수 없는 시점에서 체념하면서도 끝내 감추지 못하는 연민.

그리고 승상을 불러놓고 융중대를 그대로 읊어주는 장면에서 결국 와르르. 사실 엄청 뻔한 연출이다. 이제는 이루기 요원해진 현실 앞에서 처음 둘이 만났을때의 그 희망찬 미래를 그리던 때의 회상이라는게. 그런데도 엉엉 울게 되더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14년전의 젊은 서생의 말을 기억하고 외우는 유비라니. 그 미래가 이 사람을 여기까지 지탱해왔던 힘이고 그 미래를 흔들림없이 믿으면서 승상을 믿었구나하는 절절함에 얼마나 한스럽고 막막한지 실감이 가서 내가 다 서러워지더라.

신 삼국의 승상이 신기묘산의 놀라운 지략가라기보다는 잘 울고 잘 흔들리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유비의 죽음은 주군의 죽음보다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다가왔다. 유비가 승상을 믿고 의지했던 것 이상으로 승상은 유비에게 자기 전부를 걸고 의지하고 있었으니까.다른 삼국지에서 느꼈던 뜻을 이룰 주군의 죽음 이상으로 큰 죽음. 이제 정말 혼자서 다 짊어지게 되었구나...어쩌면 그래서 더 서러웠던 건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열두해를 혼자서 그 꿈 하나 지고 살아갈 사람의 앞날을 아니까. 종래에는 아무것도 쥐지 못한채로 져버릴 끝을 아니까.


정말이지 이분을 이제 어찌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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