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

돈 카를로 2013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실황 3막 1장 본문

Don Carlo

돈 카를로 2013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실황 3막 1장

neige 2014. 8. 29. 22:58


+ 앞의 글

[Don Carlo] - 돈 카를로 2013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실황 2막 2장



주말이긴 주말인데 주말같지 않은 주말이라 금요일밤의 폭식으로 스트레스를 풀려고 했으나 폭식은 무슨 식빵 두쪽에 치즈 발라 먹고 더는 뭘 먹을 수가 없어서 아흐흐흐 이렇게 무너지다니 울고 있음. 나이가 드니 위가 줄었나;; 이러면서 지난주에 먹은 사진을 외면하고 있다;; 그러니 돈 카를로 얘기 마저 하면서 풀기. 


2막까지가 캐릭터 소개와 밑밥 깔기였다면 본격적인 사건은 3막에서 터진다.


3막 1장의 배경은 왕비의 정원. 

가면무도회에서 몰래 빠져나가면서 에볼리와 베일을 바꾸는 엘리자베타. 4막 버전은 이렇게 옷을 바꿔입는 부분이 빠져 있어서 도대체 왜 카를로는 지가 사랑하는 여자인지 아닌지 알아보지도 못하나-특히나 엘리자베타와 에볼리의 체격이 현저하게 차이가 나는 캐스팅이라면 더욱- 싶은 의문이 들지만 원래는 이렇게 꼼꼼하게 개연성을 챙겨준 부분이 있었다. 개연성뿐만 아니라 시녀가 추방된 이후 엘리자베타가 스페인 궁에서 제일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에볼리라는 관계성도 깔아줘서 후에 에볼리가 엘리자베타 앞에 무릎꿇게 되는 장면의 깊이를 더해주는 부분.  





원래는 이 부분에 발레가 들어가는데 13잘츠에서는 생략되었다. 이제까지 접한 것 중에서 발레가 들어간 건 빈국립오페라의 프랑스어판 DVD가 유일한데-아바도 프랑스어판은 부록 형식으로 실려있으니 엄밀하게는 작중에 들어간 게 아니니까-거기서도 음악은 발레 음악을 쓰되 연출은 콩트를 보여주는 쪽이었다.  


왕비의 베일을 쓰고 있으면 다들 왕비라고 알 거라는 엘리자베타의 말에 들뜬 에볼리는 카를로에게 보내는 편지를 쓴다. 자정에 왕비의 정원에서 만나자는 편지를 받고 엘리자베타가 보냈구나 좋아서 달려온 카를로는 왕비의 베일을 쓰고 있는 에볼리에게 열정적으로 사랑을 고백한다. 카를로가 자신을 사랑하는 줄 알고 에볼리는 기쁘게 얼굴을 드러내지만 카를로는 기겁한다. 왕비가 아니었구나!






왕비인줄 모르고 사랑을 고백했더니 왕비였더라-했던 2막 2장의 베일의 노래가 왕비인줄 알고 사랑을 고백했더니 왕비가 아니었더라-여기서 이렇게 뒤집어지는 것. 


에볼리의 편지를 읽고는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엘리자베타의 베일을 쓴 에볼리를 보고 세상 전부 버리고 우리 둘이 사랑하자는 카를로를 보고 있으면 화가 나기보다는 그냥 애잔함. 카를로에게 화가 나야 하는데 안 나는 건 카우프만이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한데-카바라도시 때도 이렇게까지 불쌍하지는 않았는데ㄷㄷㄷ- 보고 있으면 그냥 불쌍해서. 신삼국에서 죽음을 앞둔 소열제 폐하가 너는 보통의 집안에서 태어나는 편이 행복했을 거라고 아두의 뺨을 쓰다듬어 주는 장면이 있는데 그거 볼 때랑 비슷한 기분임. 그릇이 안 되는 사람에게 자유니 플랑드르의 구원이니 스페인의 구원자니 꿈을 거는 사람이 너무한 것만 같은 그런 체념과 연민 그런 거. 그렇다고 로드리고가 잘못했네-라고 하기에는...( mm 


카를로가 왜 놀랐는지 아직 모르는 에볼리는 카를로의 위태로운 처지를 걱정해주면서 로드리고가 왕과 당신이야기를 하더라-는 떡밥을 던진다. 희곡에서는 충성스럽고 정직한 레르마가 카를로를 걱정해서 해준 선의의 충고였던데 비해서 오페라에서는 원작자가 미는 강력한 라인 로드리고-카를로를 갈라놓는 에볼리의 회심의 한 수로 나오는 차이가 있다. 


  



앞에서 같이 죽고 같이 살자고 맹세한 사이니까 에볼리의 말 따위에 흔들릴 리가 없으면 그건 카를로놈이 아니겠지. 희곡에서는 그래도 레르마의 선한 충고에 세상에 로드리고가 당신한테 무슨 짓을 했다고 그를 모함하냐고 화라도 한 번은 내고 흔들렸지 오페라에서는 시간이 없어서 그런지 에볼리의 말 한 마디에 카를로가 바로 흔들린다. 흔들리는 카를로를 잡고 내가 당신을 지켜주겠다고 당신을 사랑한다는 에볼리는 상대적으로 멋짐. 언니 능력자에요ㅠㅠ 


에볼리가 왜 이렇게 좋은지 생각해봤는데 돈 카를로에서는 다들 감정과 욕망을 억누르고 감추는데 온 힘을 쏟는다. 카를로와 엘리자베타의 사랑은 물론이고 카를로와 로드리고의 우정도, 로드리고에 대한 펠리페의 애정도 모두 감춰야 할 비밀이다. 쌓이는 비밀로 가슴이 답답한 이 스페인 궁정에서 유일하게 욕망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비밀을 깨뜨리는 캐릭터가 에볼리다. 자신의 사랑과 욕망에 솔직하고 그걸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카를로와 비슷한데 카를로와는 달리 에볼리를 보고 욕이 안 나오는 이유는 에볼리는 자신의 힘을 알고 그걸 또 적절하게 이용하기 때문에. 카를로가 조금만 더 영악했으면 에볼리의 사랑을 이용해서 아버지도 이기고 플랑드르도 구하고 다했을지도 모르는데... 


안타까움과는 별개로 사랑을 고백하는 에볼리에게 세상 허무함을 아는 웃음을 짓는 카우프만 카를로는 내가 에볼리라도 갖고 싶겠다 할만큼 안스럽고 예쁘다. 왜 팬이 그렇게 많은지 알 것 같음ㅋㅋㅋ 나도 이쪽에 낚였으면 지금 좀 더 행복할 것 같은데 왜 로드리고가...로드리고가...( mm





이렇게 예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생각은 없는 카를로라 에볼리의 마음은 헤아려 주지 않고 우리가 그냥 꿈을 꾸었다고 칩시다-라고 에볼리를 차고 눈치빠른 에볼리는 곧바로 내가 아니라 왕비를 사랑하는구나!! 감을 잡아버린다. 제발 불쌍히 여겨달라고 카를로가 매달려보지만 에볼리의 충격과 수치와 그 반작용으로 따라오는 분노는 당연한 일.





로드리고는 뒤늦게 카를로가 사고친 걸 알고 미친 사람의 헛소리니까 믿지 말라고 수습하러 뛰어오지만 이미 카를로의 말은 밖으로 나왔고 에볼리의 귀에 들어갔고 에볼리가 카를로의 비밀을 누설하면 다 죽는 상황. 달려온 로드리고가 에볼리를 위협해보지만 에볼리는 왕이 너 예뻐하는 거 나도 알아, 하지만 넌 내 힘은 모를걸-하고 지지않고 맞서고 그 와중에도 카를로는 에볼리의 말에 반박하지 않는 로드리고를 보고 또 흔들리면서 에볼리와 로드리고의 싸움이 시작된다. 





왕비의 베일을 카를로에게 집어던지면서 화내는 에볼리 진짜 좋았음. 내 속이 다 시원해지는 기분ㅋ 그래도 사랑하는 여자의 옷이라고 감싸쥐는 카를로놈은 또 애잔한데 뒤에서 그의 고통을 존중해주세요 무고한 이를 신께서 지켜주십니다 따위의 설득력 꽝인 무조건적인 실드를 들고 에볼리 화에 부채질을 하던 로드리고가 이런 에볼리를 더 못 참겠다는 듯 다가와서는-





비밀이 새어나가기 전에 죽이겠다고 한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폭력은 약자에게는 언제나 거인이라던 로드리고가, 신과 왕의 이름으로 일어나는 폭력에 분노하던 그 로드리고가 카를로 때문에 명백한 약자인 에볼리를 죽이려고 드는 극단적인 지경까지 몰리게 되는 것. 이렇게까지 추락하는 로드리고 보고 있냐 카를로ㅠㅠ 어쩔줄 몰라하면서 등돌리지 말고 똑바로 보란 말이야ㅠㅠ  





어서 죽여보라고 왜 못 죽이냐고 당당하게 나서는 에볼리는 여전히 멋지지만 로드리고는 그래도 로드리고인지라 여기서 에볼리를 죽여 손을 더럽히지 못하고 다른 방법을 찾으려고 하고 요만큼도 겁먹지 않은 에볼리는 거짓아들이여 조심해요-라고 카를로를 압박하고 카를로는 나때문에 어머니의 명예가 더럽혀졌구나 이제 망했구나 절망하고 로드리고는 여전히 카를로 실드에 여념이 없다. 앞에서 펠리페한테는 그렇게 멋지고 당당하던 로드리고는 어디가고 여기서는 진짜 공감능력 제로의 설득력 없는 실드를 들고 와서 오히려 더 안스러움.





서로 팽팽하게 맞서는 세 사람의 목소리와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고음 그리고 분위기를 책임지는 저음이 무대를 채우는데 각자 자리에 서 있는데도 불구하고 머리채 잡고 싸우는 것보다 더한 박력이 느껴진다. 스토리나 대사를 놓고 보면 뭐 하는 거니 싶은 한심한 상황인데 음악 자체가 너무너무 좋은 거라. 카를로의 목소리는 발밑의 땅이 무너지는 것 같다는 절망적인 상황에 맞춤형이고 에볼리의 목소리도 활활 타오르는 분노에다가 제대로 세운 발톱이 번쩍거리고 로드리고 목소리는 목 상태 안 좋아서 거칠거칠한 것까지 다급하고 절절하게 카를로를 지키려는 애정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 좋더라고. 아 그래 솔직히 로드리고는 내 실드 맞음. 그래도 올해 초 아라벨라 때보다는 이때 목 상태가 좀 더 나았다. 아라벨라 때는 만드리카가 진짜 곰사냥 중에 곰한테 공격당해서 죽을 뻔하다 살아 돌아온 거 맞는 리얼리즘 아픈 사람 목상태였음 ( mm 


노래하는 세 사람도 좋은데다가 13잘츠 빈필은 정말 박력이 넘쳐서 이거 듣고 다른 녹음들 듣다 보면 아 너무 점잖게들 싸우시네...싶은 아쉬움이 들더라. 물론 감히 오케스트라가 어쩌고 할 수준의 내공은 없지만;;;; 





에볼리는 화가 난 채로 가버리고 로드리고는 카를로를 잡고 위험할만한 비밀 문서를 안전하게 자기에게 넘기라고 하는데 카를로놈이 네게? 왕이 총애하는 네게? 의심하고 든다.





나를 의심하나? 나를? 실러가 봤으면 항의했을만큼 펠리페한테 안 흔들리고 카를로에게만 충실했던 로드리고는 억울할 수 밖에 없고.





카를로놈은 버럭 의심하기는 했는데 로드리고의 사랑을 믿고 그러는 것도 있고 거기다 사실 지가 로드리고 안 믿으면 누굴 믿고 의지하겠어. 그나마 희곡에서 숨은 조력자였던 레르마는 오페라에서 요만큼도 안 중요한 알리미 역할로 변해버렸는데.





머리 검은 짐승 키워봤자 다 소용없는 거라 울 것 같은 로드리고 뒤에서 아니라고 너만 믿는다는 카를로.






멱살이라도 잡든가 화를 내든가ㅋㅋㅋㅋㅋ 또 이쁘다고 이러고 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ㅠㅠㅠㅠ

여기서 2막 1장에 나왔던 우정의 이중창 멜로디가 다시 흐르는데 변함없는 두 사람의 우정에 감동은 무슨ㅋㅋㅋㅋ 혈압이 쫙 오른다ㅋㅋㅋㅋㅋ 짜증나서 이건 움짤로도 안 만들었음ㅋㅋㅋㅋㅋ 입으로는 너만 믿는다고 해놓고 카를로가 편지 넘기기 전에 한 번 더 망설였단 말이야. 도대체 그 큰 눈으로 뭘 보고 있는겁니까 후작ㅠㅠㅠㅠㅠ 하늘이 로드리고의 뜻을 어여삐 여겨서 카를로 버릴 기회를 이렇게 친절하게 들이대 주는데도 카를로 못 버리는 것 봐. 이래서 혁명할 사람들은 사랑을 하면 안 되는 건데... 이렇게 애를 오냐오냐 해준 대가를 로드리고는 바로 다음 장에서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 거.


근데 베르디만 잘못한 건 아닌 게 실러도 카를로가 의심하니까 로드리고가 충격받기는 했는데...





카를로스      (그는 천천히 조용히 나간다. 

문간에서 한순간 멈춰 서더니 돌아와서 그에게 편지를 내민다)

자 이것도 가져가게


(그의 손이 떨리고 눈에서 눈물이 솟아난다. 

그는 후작의 목을 끌어안고 자신의 얼굴을 그의 가슴에 기댄다)

나의 아버지는 아니겠지? 그렇지 않은가, 나의 로드리고? 아버진 아니겠지?


(재빨리 퇴장)


후작은 깜짝 놀라 그를 바라본다


후작            이게 대체 가능한 일인가? 이게? 마치 내가 모르는

사람같지 않은가? 내가 완전히는 몰랐던가? 그의 가슴에

내가 모르는 이런 주름이 감춰져 있었던가?

친구에 대한 불신이라니!

아니다! 그건 중상이다! 내가 나약한 자 중에 가장

나약하다고 그를 비난할 그 어떤 일을 그가 내게 했던가?

내가 그를 무어라 비난하든 나 자신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낯설어해-그가 낯설어하는 것 같다. 그는

언제부터 친구에게 이런 이상한 폐쇄성을

갖게 된 걸까?-게다가 고통스러워했어!

난 자네에게 고통을 면제해줄 수가 없어, 카를로스, 난

자네의 선량한 영혼을 아직 더 괴롭혀야 한다.

왕은 자신의 성스러운 비밀을 맡긴 

이 그릇을 믿었다. 그리고 믿음은

감사를 요구하는 법. 나의 침묵이 네게

고통을 가져오는게 아니라면, 내가 지껄여댄들 

무엇하랴? 어쩌면 고통을 면제한다? 무엇하러

잠자는 자에게 정수리 위에 걸린 

비구름을 보게 하나?-그 비구름이 자네 곁을 

그냥 지나쳐가게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네가 깨어나면 더욱 맑은 하늘을 보게 되겠지.






이렇게 희곡에서 로드리고는 카를로의 부족한 믿음을 원망하기보다는 이런 비밀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자신의 탓으로 돌리면서 자신이 펠리페의 신뢰를 이용해 벌이는 위험한 줄타기를 카를로가 모르는 채로 좋은 결과만을 보기를 바라는 과보호의 자세를 보여준다. 그런데, 실러는 해설에서 사실 이건 로드리고의 진심이 아니라고 부연한다.






후작이 지금까지 자신과 카를로스 사이에만 비밀로 남아있던 생각들을 왕에게 털어놓은 열광과 솔직함. 왕이 그것을 이해할 뿐더러 심지어 실현시켜줄 것이라는 망상은 분명 친구인 카를로스를 향한 불충이며 배신이지요. 세계시민 포사 후작은 그렇게 행동해도 되고, 심지어 용서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카를로스의 마음의 벗으로서는 그것은 이해받을 수도 없고 벌받을 만한 일입니다.



-<돈 카를로스>에 부치는 편지 중 여섯째 편지



후작은 왕에게 자신이 지닌 좋아하는 감정들을 털어놓고, 또 왕의 마음을 [끌어들이려는] 시도를 함으로써 자기가 친구인 카를로스를 얼마나 배신한 것인지 잘 느꼈습니다. 그 감정들이 자기들의 우정에 고유한 유대임을 느끼기 때문에, 자기가 왕 앞에서 그 감정들을 모독하는 순간에 벌써 우정을 깨뜨렸다는 사실을 알 수 밖에 없는거죠. 카를로스는 몰랐지만 포사 후작은 미래를 위한 이런 철학, 이런 구상이야말로 자기들 우정의 거룩한 신전이며 카를로스에게 자신의 마음을 준 중요한 부분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가 그것을 잘 알고 있었고, 또한 마음속으로 카를로스도 그것을 모를 리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었으니, 어떻게 자기가 이 신전을 배신했음을 고백할 수가 있겠습니까? 자기와 왕 사이에 있었던 일을 카를로스에게 고백하는 것은, 그의 생각으로는 카를로스가 자기에게 아무것도 아닌 한순간이 있었음을 알리는 거나 마찬가지일 테니까요.


(...)


물론 포사 후작이 자기 자신에게, 그리고 나중에 친구에게도, 이후의 모든 혼란의 유일한 원천인 그 침묵에 대해 내놓은 이유는 전혀 다른 것이긴 합니다. (...) 하지만 인간의 마음에 약간만 눈길을 준 사람이라면 후작이 자신이 내놓은 이런 이유로 (그토록 중대한 조치의 동기가 되기에는 너무나 허약한 것) 오직 자기 자신만을 속인 것을 알아볼 수 있을겁니다. 자기 자신에게조차 원래의 이유를 솔직하게 고백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지요.


-<돈 카를로스>에 부치는 편지 중 일곱째 편지






그러니 로드리고는 카를로의 의심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면서 원망도 당연하다 받아들이는 동시에 왕에게 자신의 신념을 털어놓은 그 열정적인 순간을 카를로에 대한 배신으로 생각하는데 자신이 한 순간이라도 카를로를 배신했다는 사실을 차마 스스로에게 인정할 수조차 없었던 것.


내가 이게 원작자가 내놓은 해석이 아니었으면 되게 좋은 동인해석인데 필터링 너무 심한거 아님ㅋㅋㅋ했을텐데 원작자께서 이러시니까 그냥....잘못했습니다, 제가 그렇게 읽고도 아직도 로드리고의 마음의 깊이를 미처 헤아리지 못했습니다ㅠㅠㅠㅠㅠ


이 해석이 더 마음 아픈 건 카를로는 이런 걸 모른다는 것. 로드리고는 카를로도 자신과 같은 마음이라서 자신들의 꿈이 가장 신성한 것이라고 여겨줄 걸로 믿고 있지만 익히 보아왔듯 카를로는 이 시점에 둘 사이의 꿈이고 플랑드르고 다 버리고 엘리자베타만 보고 있는 거다. 게다가 오페라에서 다음 장에서 이 신성한 꿈을 가지고 카를로가 벌이는 짓을 보면 오히려 배신감은 로드리고가 느껴야 하는 것인데.


 

+ 이어지는 글

[Don Carlo] - 돈 카를로 2013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실황 3막 2장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