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

120131 본문

Les Miserables

120131

neige 2012. 1. 31. 23:33

뭔가 날짜 숫자가 비현실적이다.
2000년 이후로는 연도 숫자를 볼때마다 항상 SF보는 기분이기는 했다만;

금요일에 회사에서 잡을까봐 도망치듯 퇴근해 교보로 달려가서 푀이 때문에 찍어놓은 책을 다시 보려고 찾았는데 없었다. 팔렸는지 아니면 안 팔려서 창고로 보냈는지. 문제는 교보 그 서가 그 자리에 몇달을 꽂혀있던 책이라 아 이 책에 그 내용있었지 하는 책이라 찾을 방법이 없다. 그런거 있지 않나. 매일 버스에서 얼굴을 보는데 이름은 모르는 그런 사람. 그 책이 그랬다. 정확하게 1830년대 프랑스 산업사회를 탁 집어서 보여주는 책이었으면 바로 샀을텐데 그건 아니었고 혁명 이후 도시화, 7월왕정기의 산업발달, 노동자 현실 같은 게 두어챕터정도 쏠쏠하게 나와있었는데 제목도 개론강의에서 볼만한 특징없는 이름인것 같고 애매해서 찾을 길이 없다. 결론은 서점은 도서관이 아니니 맘에 들면 일단 사자는 걸까. 안녕, 그동안 고마웠어, 이름 모르는 책. 이왕이면 창고로 가지 않고 누가 사간 거였으면 좋겠구나. 

그래서 반작용으로 1848년 프랑스 2월혁명이라는 못 보던 책이 있길래 일단 바로 질렀다. 90년대에 나온데다가 출판사로 검색했을때 거의 모든 책이 품절절판을 달리고 있고 결정적으로 인터넷으로 사나 오프에서 사나 할인 안되는 건 같았으므로 샀는데 기대보다 재미있다. 어차피 48년이면 레미즈 시대배경에서는 한참이나 벗어나있지만 공화정을 다시 불러온 2월혁명의 전후를 살피면서 어떻게 다시 혁명이 무너지고 제정으로 향했는가는 볼 수 있으니까. 정돈된 논문이라기 보다는 작가의 감정이 다분히 프랑스적으로 반영된 스케치에 가까운데 후반부에 짧게나마 32년 6월 5일과 6일에 대해서 다뤄주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초반에 가브로쉬 운운할때부터 오호라싶기는 했는데 7페이지남짓한 짧은 분량이라도 32년 6월 바리케이트를 출판된 한글자료로 읽는 건 레미즈 제하고 아마도 처음.  2월 혁명 성공 이후 6월에 다시 일어났다가 실패한 노동자들의 바리케이트를 다뤄주면서 32년 6월 바리케이트를 슬쩍 끌어오는데 당시 생 베리 수도원쪽의 바리케이트의 지도자가 "아주 젊고 아주 잘생긴"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굳이 강조하는 글에 이 작가 레미즈에서 바리케이트 부분을 핥고 씹었겠구나 싶었다. 바리케이트 위치가 다르고 잔느라는 그 지도자는 바리케이트에서 탈출했다가 체포당하지만 사실은 앙졸라스는 이 지도자를 위고가 빌려온거라고 주장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행간에서 볼드체로 보이는 것 같은 착각. 그러나 레미즈 인용부분의 번역은 처참할 지경임. 보쉬에나 쿠르페락 이름은 둘째치고 푀이 직업이 부채 만드는 게 아니라 철판세공하는 금박공이었다고 해서 영역판을 부랴부랴 다시 뒤져봤음; 

책 자체가 2월혁명에 대해서 거의 모르는 내 눈에는 상당히 두서없이 오가고는 있지만 사이사이에 7월왕정기의 배경같은 걸 알 수 있는 건 꽤 괜찮은 수확이었다. 발장이 단순히 코제트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서 입고 행진했던 국민방위군의 군복이라는게 얼마나 쁘띠 부르주아스러운 신흥계급의 상징이었는지도 새삼 알았다. 2월혁명으로 모든 계층-노동자를 포함한-의 국민방위군 편입이 결정되었을때 왕정기에 자랑스레 군복을 받았던 계층은 충격을 받았을 정도라고. 난 향토예비군이나 민방위 같은 거라 위장신분을 공고하게 해주는 확증같은 걸로 생각했는데 아니었군요, 자꾸 과소평가해서 미안해요, 발장. 아니 인간적으로 너무 잘났잖아. 힘 좋아 머리 좋아 돈 많아. 위고옹 소설이 아니었으면 어디 할리킹 주인공해도 될 스펙인데.

상당히 어수선하게 프랑스 혁명에 대해서 이것저것 알아갈수록 아무래도 난 그랑테르에게 동조하게 된다. 앙졸라스가 아름답다는 결론 말고 아미들이 바라보는 미래나 이상이 과연 지상에 이루어질 수 있는가 의심하게 되는 결론. 아마 위고옹이 그 많은 바리케이트와 혁명 중에서 32년을 잡은 이유도 그건 그 자체로 바리케이트가 세워졌다가 쓰러졌다-로 의미를 가지는 사건이기 때문은 아닐까. 2월혁명을 배경으로 잡아서 ABC의 벗들이 죽음의 대가로 새로운 공화정을 샀거나 아니면 살아남아서 공화정이 오는 걸 보고 그 뒤에 펼쳐진 현실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면 바리케이트가 그렇게 순수하고 안타까운 희생으로만 다가오지는 않았을거다. 

 사기는 금요일에 사놓고 어제오늘에야 읽는 건 주말에 죽은 듯이 내내 잠만 잤기때문에. 밥도 못 먹고 자다니 내  밥ㅠㅠ 내주말ㅠㅠ빨리 4월이 왔으면 좋겠다 싶다가도 그때쯤 삽질할 거 생각하면 안 오는게 낫지 싶기도 하고. 해마다 4월은 정말 쥐약이라 달력만 넘겨봐도 오싹한데 차라리 바쁜게 나으려나. 모처에서는 포인트 부족으로 정리당하고 눈은 오고 날은 춥고 신발은 AS 보내야하고 혁명에 뛰어든 것도 아닌데 어쩌면 이렇게 평범한 일상이 폭풍같은지 모르겠다. 내가 갯버들같이 심지 약한 인간이어서 그렇겠지만. 앗, 잡담 쓰느라고 책 결제할거 까먹었네ㅇ<-<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