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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본문

Les Miserables

설날

neige 2012. 1. 1. 01:01

<프랑스의 세시풍속>이라는 책을 산 건 사실 M sur M 관련해서 써먹으려고 산 건데 당장은 써먹을 수 없으니 설날맞이 풍속 몇 개. 이 책 자체가 프로방스 지방의 농민들의 풍속을 기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시기와 지역에 따라 다를 수는 있다.

12월 31일은 성 실베스트르 축일로 자정을 기다려 새해의 소망을 비는 순간. 사람들은 서로 껴안고, 겨우살이 가지를 손에 들고 환희에 찬 덕담을 나눈다-고 한다. 이런 훈훈한 풍경은 M sur M보다는 뮈쟁에 더 어울릴 것 같기도 하다. 겨우살이와 호랑가시나무를 함께 모아 설날의 화환을 만들기도 했는데 이런걸 팔러 다니는 꼬꼬마들이 있을테니 ABC 아가들중에 누가 꽃다발 한 바구니 다 사가지고 와서 다 돌리고-보통 쿠르페락이 챙기려나, 개중에 보쉬에만 호랑가시나무 잎사귀에 새해 벽두부터 피본다거나-일년에 한 번 인간다운 풍습을 빌미삼아 껴안을 찬스를 노리는 R이라든가...근데 막상 용기 못 낼 것도 같다ㅋㅋㅋ

겨우살이가 악마를 쫓고 만병통치, 해충구제, 용기부여는 물론 신랑감을 구하는 부적으로서의 효험도 있다보니 1888년즈음에는 겨우살이는 아무나 채취를 못하고 나무 주인만이 채취할 수 있도록 하는 법도 만들어졌다는데 시기는 많이 안 맞지만 다들 훈훈하게 덕담 나누고 있는 분위기 속에 홀로 겨우살이 무단채취범 조서 꾸미고 있는 경감님 상상할 수 있어서 즐거웠음. 다행히 벌금형이었다니 범인들은 조서 꾸미고나면 집에서 식구들과 새해보낼수 있기는 할 듯.부임 첫해에 멋모르고 걸리는 사람들이 생기자 다음해부터는 경감님의 순찰 패턴을 파악해 서로 안 잡히려고 정보교환하는 사람들이라든가.   

Etrenne라고 해서 길조의 선물을 주고 받으면서 덕담을 나누는 풍습도 있다고. 크리스마스때도 주고받고 엿새만에 또-싶기는 하지만; 특히 어린아이들은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대놓고 선물을 요구하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마들렌느 시장님 평소에도 잔돈 가지고 다니면서 꼬꼬마들에게 나눠줬다지만 설날에는 자루라도 메고 산책하셔야 하려나. 좋은 날이니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동전이나 무화과나 호두나 사탕과자를 선물로 준다고 하는데 선물에 인색한 어른에게는 일년 내내 파워설사를 비는 악담을 하기도 한다고 해서 뿜었다. 가브로쉬 버전으로 상상하면 진정성과 마력이 느껴짐. 파트롱 미네트라도 가브로쉬의 악담을 듣느니 주머니를 털어주고 싶을 것 같다. 

다른 속신으로는 아가씨들이 새해 처음 만나는 사람이 남자라면 반드시 그 해에 결혼한다는 거라든가 임신부는 설날 처음 만난 사람의 성별에 맞는 아이를 낳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새벽같이 성실하게 순찰도는 경감님과 마주친 동네 처자나 임신부들이 복잡미묘한 기분이 되는 거 보고 싶기도 하다ㅋ 처음 만난 사람과 결혼한다거나 그 사람과 닮은 아이가 나온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이왕이면 아 좀 다른 사람ㅠㅠ하고 운다거나. 그래서 이쪽도 다음해부터는 경감님의 순찰 패턴을 파악해 서로 안 마주치려고 한다거나...역으로 앙졸라스 출몰지역에서 새벽같이 기다리는 무리가 있다거나 할 수도 있을거고.  

이래저래 설날 즈음 경감님 주변 쓸쓸할것 같기도 함. 심지어 애들도 경감님한테는 새해선물 뜯으러 접근 못 할 거고. 그래도 최소한 동료들끼리는 선물 주고 받고는 하려나...다들 도대체 뭘 줘야하나 고민하다가 일억이천 코담배만 줬을 것 같은데 분명히 받기만 하지는 못하고 반드시 답례를 해야 마음이 편했을 경감님이 대체 뭘 선물했을지는 상상이 안 감; 서로 무슨 생각을 하건간에 어쨌든 공적으로는 연말연시에 자주봤을 시장님과 경감님이 서로 선물교환까지는 무리라도 덕담 주고 받는 거 정도는 보고싶기는하다.

 
+ 경감님 새해 선물 하나 더 추가ㅋㅋㅋㅋ 넵 진술서는 공문서입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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