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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 Miserables

110925

neige 2011. 9. 25. 13:17
<프랑스 혁명에서 파리 코뮌까지 1789-1871> 읽고 있다.
역사 중에서 가장 관심없던 프랑스 혁명을 파게 된 건 전부 레미제라블탓이다. 
관심사가 대체로 동양의 역성혁명에 있기도 했거니와 프랑스혁명은 혁명이 일어났다고 멋진 신세계가 도래하는 건 아니라는 걸 너무 잘 보여주는 사례라서 고등학교 세계사 수준에서 더 깊이 들어가 볼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레미제라블을 보려면 혁명을 안 건드리고 갈 수가 없더라. 
원했던 건 1830 7월혁명 전후의 이야기였는데 책의 논조는 1793~94년이 가장 강하다. 챕터 내내 볼드처리하고 밑줄 그어진 느낌. 뜨거운 시기를 다룬 것 치고는 비교적 담담하게 이어지던 글이 여기와서는 열이 팍팍 튄다. 대충 알고만 넘어간 탓에 로베스피에르=대공포 공포정치=나폴레옹의 등장배경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었고 문제의 테르미도르의 반동은 김혜린님의 <테르미도르>를 읽기는 읽었으나 결국 누구를 위한 혁명이냐, 와 혁명은 제 자식들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가 워낙 강렬했고 우울했고 ㅅㅂ 더러운 세상.......이라는 감상이었고 생쥐스트가 아름다웠고 마라가 멋졌지...가 전부였는데 흐음...이런거였나. 아직 7월혁명까지는 가지도 못했는데 좀 지쳤으나-그래서 혁명은 이미 죽었는데 뭐 어쩌라고 이미 죽은 혁명을 위해서 그 꽃같은 ABC 아가들이 죽는거란 말이냐 얘네가 바라는 세상은 그후로 백년도 더지난 지금도 안 왔는데ㅠㅠ- 위고 선생님께서 앙졸라스를 93년의 인물들에서 불러낸 캐릭터로 그리신 관계로 흥미는 가더라. 

그래서 <로베스피에르, 혁명의 탄생>을  질렀다.
회사가 교보랑 가까우니 바로드림으로 자꾸 질러대서 큰일이다ㅠㅠ 지르고 나서야 700페이지가 넘는 걸 알고 취소할까 했으나 주말에 읽으려고 받아왔다. 큰 가방을 못 놓는게 그래서다. 700페이지짜리 책과 300페이지짜리 책과 파우치가 들어가도 거뜬한 가방이라니 이 어찌 좋지 않은가. 어깨는 지키지 못하지만;
그렇게 짊어지고 온 책은 아직 읽는 중인데 확실히 세월의 격차를 느끼는게 아직 사회복지니 수정자본주의니 하는게 나오려면 멀었던 시기라서 정치적인 논리로 혁명을 끌어갈 수 밖에 없던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안스럽고 고맙더라. 진짜 누가 해놓은 걸 보고 참고하거나 따라할 수도 없는 혁명퀘스트 첫 베타테스터들이라고 해야하나... 그 뒤로도 먼저 겪은 사람들이 여러 목숨 버리면서 미리 이렇게 삽질해준 덕에 그래도 우리는 사회개혁에 접근할때 당연하게 기초생활보장이라든가 민중을 무서워하는하는 척이라도 해야한다든가 하는 최소한의 공통인식은 가지고 접근할 수 있는 거겠지. 우리가 해대는 온갖 삽질과 뻘짓도 후대의 누군가에게는 최소한 반면교사라도 될 수 있겠구나 생각하니 그래도 사는 의미가 있는 것 같기는 하다.
반면에 갈리고 쪼개지면서 더이상 이념이 아닌 욕망에 충실해지는 정치구조는....그냥 이건 인간 본성인것 같다. 아무리 놀라운 기술이 도입되고 귀여울정도로 순진한 스타트렉 세계관처럼 돈도 전쟁도 차별도 굶주림도 없는 미래가 오더라도 이런 건 안 변할 듯.
저자의 의도자체가 로베스피에르가 받아온 부당한 평가에 반박하기 위해서 쓴 책이다보니 먼저 읽던 <1789 ~1871>의 로베스피에르 부분과도 통하고, 이 인물의 정신에서 끌어내 금발과 장미빛 입술을 덧 씌운 앙졸라스와 그런 앙졸라스를 보는 ABC들을 상상해보는데에도 도움이 된다.
ABC들 중에서 제일 바람직한 인물상은 사실 콩브페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얘네가 안 죽고 살아남아 나이가 들어 혁명 아닌 정치를 하게 되면 콩브페르+쿠르페락이 이상적인 결합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앙졸라스는 혁명이라는 특수상황에만 나오는 한정캐같은 거라서 수십수백개의 바리케이트가 서고 지고 하는 중에 살아남을 수도 없거니와 그 뜨거운 결벽스러움이 현실의 정치에서 아무리 콩브페르의 넓은 지혜와 함께한다고 해도 잘 해나갈 수 있을 것 같지는 않거든. 이 혁명의 화신이 바리케이트에서 이전투구의 장으로 내려와 협잡과 권력욕을 배우게 된다는 건 세느강에서 뛰어내리셔야할 경감님이 개심하고 은퇴해서 2남3녀 낳고 알콩달콩 사는 거나 마찬가지의 캐붕이 되겠지. 그렇다고 
콩브페르+쿠르페락은 그런 걸 잘 배울거라는 의미는 아니지만.
그러고보니 살아남아서 앙졸라스가 언론사 가지고 활동하고 팬들제자들 키우고 
콩브페르+쿠르페락은 의회에서 활동하고 그러는 거 보고 싶기는 하다. 졸리도 나이들수록 건강은 더 예민하게 챙기겠지만-그래서 의회 환기창이 고장나 안 닫히면 신경 쓰느라 집중을 못 한다든가-뭔가 할 거고, 보쉬에도 갖은 불운 속에서도 -유력 지지층 마을의 유일한 출구인 다리가 선거날 아침 급작스런 폭우로 물에 잠겨서 지지자들이 선거못한다든가-남아줄거고, 푀이는 슬슬 사회주의에 눈을 뜰 거고, 바오렐은 더 극렬하게 굴어서 여전히 재야에 남아있고-요즘같으면 트위터 독설로 타임라인이라도 지배할텐데ㅋㅋ-그랑테르는....뭐...친구들이 다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겠지ㅇ<-<

여튼 연설문이 아무래도 지루해서 점점 속도가 느려지고 있고 생각보다 생쥐스트 비중이 적은게 아쉽고 마라의 전기를 읽고 싶어지는 상태

 이왕 혁명이라 ABC 이야기 하는김에 레미즈 영화는 3월에 촬영 들어간다는데 감독이 ABC멤버들을 할 17,8세의 배우들을 고르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만세를 불러야 하나 걱정을 해야하나 고민하는 중. 앙졸라스야 한다하는 꽃같은 금발 배우들을 다 데려온다해도 그보다 더 아름답고 결벽하고 빛나야할 미모에다가 스물두살이 되어서도 열일곱으로 보이는 동안의 소유자니 그렇다쳐도 보쉬에나 그랑테르는 스물다섯이고 바오렐은 대체 몇살이었더라... Turning의 They were schoolboys Never held a gun에 맞춰서 꽃같이 어린학생들이 스러져가는 걸 보여주려고 그러는건가. Turning 레미즈 넘버 중에서 진짜 싫어하는 노랜데; 여튼 다들 어려지기는 하겠다만 보쉬에의 대머리를 고증해주면 좋을텐데라고 생각하는건 내가 보쉬에를 좋아해서 그러는게 맞다. 앤 헤서웨이가 팡틴이고 러셀 크로가 경감님이라니 이미 내 넋은 간데 없고 조용히 기다릴 밖에...노래는 포기할테니 바리케이트라도 허접하지않게 찍어주세요.   

하나 더
경감님은 이 난리 중에 십대를 보냈다. 경찰이 되고 나서도 프랑스 정국은 단 하루도 조용하지 않았는데 대체 어떻게 이 사람은 평생 공권력은 과오가 없다는 신념을 유지하고 단 한번도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있었던거지???????? 더구나 툴롱은 반혁명파의 반란이 일어나 진압당하고 했던 동네인데 어제의 죄인이 오늘의 집행자가 되고 어제의 상관이 오늘의 반란자가 되는 걸 한 번도 안 겪어봤다는 말인가. 당장 나폴레옹이 떠올랐다가 물러나는 것도 봤는데 관심이 없었어요, 경감님? 설명 좀 해주세요, 
위고 선생님ㅠㅠ 

하나 더2
로베스피에르 다 읽고나면 나폴레옹을 봐야하나 말아야하나 ABC 관련해서 굳이 나폴레옹을 봐야하나 싶기도 한데-대충 앙졸라스가 나폴레옹을 부오나파르트라고 불렀다는 말같은 건 어떤 의미인지 알겠고 싶은 수준이라 마리우스의 정견같은거 관심없고-시대 전체를 보려면 안 보고 넘어갈 수도 없고....아무튼 둘 다 경감님관련해서는 도움되는 게 없다는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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