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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통해야 제 맛 본문

三國志

마음은 통해야 제 맛

neige 2008. 2. 3. 13:58

權統事, 料諸小將兵少而用薄者, 欲幷合之.
蒙陰
貰, 爲兵作絳衣行縢, 及簡日, 陳列赫然, 兵人練習,
權見之大悅, 增其兵


손권이 정권을 잡았을 때
군소 부장들 중에 인솔하는 병사가 적거나 쓰임이 적은 자들의 군대를 병합하려는 계획이 있었다.

여몽은 비밀리에 돈을 빌려 병사들을 위해 붉은 옷과 행전을 지급했다.

병사를 검열하는 날이 되자 정렬한 그의 군대는 빛났으며 병사들은 잘 훈련되어 있었다. 손권은 이것을 보고 매우 기뻐하며 그의 병력을 늘려주었다.

三國志 卷五十四 吳書九 周瑜魯肅呂蒙傳


연의의 여몽은 최후에 이르러서는 눈물이 앞을 가릴만큼 억울하게 그려집니다만-개인적으로 유비가 제일 착한 줄 알았던 어린 시절에도 이 부분에서 관우는 좀 심하다고 여겼습니다, 남자가 죽었으면 깨끗하게 가야지 여기저기서 유령으로 나오고 말입니다-진수가 기록한 여몽의 일생을 보면 제법 훈훈한 이야기들이 눈에 띕니다.

"몰래돈빌려병사들옷해입힌이야기"도 개중의 하나인데요. 오나라는 자기군대는 자기가 입히고 먹인다는 시스템이었기때문에 여몽처럼 어려서 빈한한 출신으로 전장에 뛰어들어 경력을 시작한 사람으로서는 병사들을 번드르르하게 입히는게 쉽지는 않았을 겁니다. 육손같은 대호족 출신이야 말년에 이르러서야 식읍을 받아도 그 전까지 자기 재산으로 만단위의 병사를 거느릴 수 있었겠지만 여몽의 집에 그만한 재산이 있었으면 애초에 여남에서 굳이 강남으로 이주하는 일도, 몰래 매부의 군대를 따라가는 일도 없었겠지요.

병사들을 입히고 먹이기에 충분한 봉록을 받았다 치더라도 여몽 자신이 남의 눈에 보이는 데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이었을 가능성도 있겠지요. 여범처럼 본인은 왕공의 차림을 능가하고 집도 사치스러웠던 사람도 아니었고 하제처럼 요즘 태어났으면 차에 돈 꽤나 쏟아부었을것 같은 함선오타쿠도 아니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으니까요. 어찌했든 여범은 처가가 알아주는 부자였고 하제도 회계에 기반을 둔 호족 출신이니 비단을 걸치고 옥을 둘러도, 함선에 칠을 하고 노에 꽃조각을 해도 다 해결되었겠지만 여몽은 그런 처가도 배경도 없는지라 결국 "은밀히 돈을 빌려서" 병사들에게 옷을 해입혀야 했던 것이겠지요.

결국 평소에 안 하던 이런 일을 한 덕에 여몽은 손권의 애정과 신뢰를 듬뿍 받게 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대목에서 나온 손권의 군소세력병합은 단순히 행정편의를 위한 일이 아닐 가능성이 크거든요. 앞서 말한대로 오나라는 자기병사를 자기가 먹이고 입히는 시스템이었는데 바꿔말하면 이건 사병적인 성격이 강했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런 관계로 장수가 죽으면 그 병력은 흔히 그 아들이나 동생에게 그대로 전해집니다. 육손 사후 육항이 5천 병력을 맡은 것이나 , 육항 사후 아들 다섯이 육항의 병사를 나눠 지휘하게 된 것이 단적인 예입니다.

손책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후 손가의 군세는 일시에 와해될 위험에 처했던 것은 잘 알려진 일입니다. 주유가 달려오고 장소가 손권을 독려해 당장의 위기는 막았지만, 세력과 재력에서 든든한 후원이 되어줄 노숙마저도 북쪽으로 돌아가려는 것을 주유가 잡았을 정도니까 다른 사람들의 동요는 충분히 짐작할만 합니다.

그러니 손권은 형의 사후 반대세력이 될 만한 사람들을 병사가 적고 쓰임이 적다는 이유를 들어 자신의 휘하로 병력을 모아 힘을 키우고 반대파를 정리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병력일제정리 계획을 잡았을겁니다. 생각해보면 이즈음에서 손권은 꽤 무거운 기분이었을겁니다. 노숙을 낚아놓기는 했지만 능력의 우열을 떠나 형과는 너무 다른 자신을 알았을테니 형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 반드시 주유나 장소처럼 자신을 따라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었을 것이고요.

그런 시점에서 형이 기이하다-고 여겨 곁에 두었던 별부사마가 예상과는 달리 진홍색 옷으로 병사들을 단장시키고 자신을 맞이 했을 때, 손권은 자신을 "주군"으로 보아주는 사람을 만난 기쁨을 느낀 것이 아닐까요. 형의 대체물이나 형을 이을 사람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자신, 손권을요. 그러니 에누리 없이 "주군께 잘보이고 싶어서" 이 가상한 노력을 한 여몽에게, 자신을 주군으로 인정하는 이 사람에게 손권이 깊은 애정을 갖게 된 것은 당연할 겁니다.

여몽에 대해 길게 쓸 날이 오면(...오기는 올지?) 할 이야기이지만 사실 손권의 여몽 사랑은 주유나 노숙, 육손과는 좀 다른 면이 있습니다.

주유는 손권에게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었고 능력면에서 가장 믿을만한 사람이었지만, 근본적으로 주유는 손권의 사람이 아니라 형 손책의 사람이었습니다. 주유가 손권을 주군으로 섬기기는 하지만 그건 손권의 인물됨 이전에 손권이 형 손책의 기업을 이어받았기 때문이고 보면 손권은 주유를 대하면서 늘상 형의 그림자를 느껴야했을겁니다. 노숙 역시 손권이 낚아서 데리고 있기는 했지만 역시 손책을 보고 온 사람이었던 것은 마찬가지고요. 육손의 경우에는 주군과 신하의 관계를 겉으로는 띄고 있어도 손권에게 가장 껄끄러운 호족출신이었으니 온전히 마음을 터놓은 군신관계로 보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몽은 일단 출신 면에서도 손권이 위기감을 느낄 이유가 없었고, 무엇보다도 손책이 데리고 있던 사람이기는 해도 손권의 힘으로 성장하고 발전한 케이스라서 손권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사람이거든요.  형과는 달리 사람을 다루는 것을 자신의 장점으로 여겼던 손권이라면, 나는 형과는 달라, 형보다 내가 나은 점이 있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살아있는 증거가 여몽이었던 셈이지요. 몰래돈빌려옷해입힌 사건은 그런 관계의 시작을 알리는 제법 중요한 사건이 됩니다.

여튼 기록과 같이 손권은 여몽의 병사를 늘려주고 단양 토벌이후 벼슬을 올려주고 고을을 맡기는데요. 그리고 줄줄히 이어지는 애정으로 괄목상대라는 기적도 이뤄내고 여몽의 죽음에 이르러서는 그 애정이 극진하다고 할 정도로 드러나서 누가(...) 죽을때와는 상당히 대비됩니다.

손권의 이런 마음은 짝사랑은 아니어서 여몽 역시 손권의 기대에 부응, 이 사건 직후의 단양토벌에서는 가는 곳마다 공을 세웠다-고 기록되어있는데다가 결국 오하의 아몽이 아니게 될때까지 노력하고 형주3개군 반환 역시 그의 공이었고 죽음을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점에 이르러서까지 분투, 관우를 제거하고 형주를 오나라의 것으로 만들고요.

결국 주태, 능통과 함께 손권의 사랑과 신뢰를 함뿍 받았던 여몽은 사람을 알아보는 주군 덕 이전에 인생 모토가 "열심히 살자"가 아니었을까 싶은 스스로의 가상한 노력 덕에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는 일생의 행운을 만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삼국지를 전쟁물이라기보다는 전란의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이런저런 얽힘으로 읽고 있는 저로서는 이런 마음과 마음의 소통을 보여주는 사건들이 어느 대규모 전투보다도 더 즐겁게 다가옵니다^^







*시작할때는 여몽 뭐든지 열심이라 엄청 귀여워-쯤으로 짧게 가려고 했는데 시작하면서 관우 좀 씹었다고 그러는지 갑자기 글이 뭉텅뭉텅 지워지는 오류가 발생, 약이 올라 길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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