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

신 <삼국> 본문

三國志

신 <삼국>

neige 2010. 5. 6. 06:50
오우삼의 적벽과 함께 꽤 오래 기다린 느낌인데 드디어 방영.
제작비 문제로 이미 방영 전에 판권을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기저기에 팔았다는데 국내 방영 정보는 하나도 없고 해서 어떻게 보나 걱정했는데 의외로 대륙의 서비스란 호기있는 것이라 공홈에서 로그인 없이도 다시보기가 되더라. 화질좋고 광고도 없다. 오오 대륙의 기상. 한글 자막은 없지만 간체 자막에 덕심을 더하니 아주 외국어는 아니고 가끔은 옛날에 학점만 따고 까먹은 초급중국어 문법이나 단어가 생각지도 않게 떠올라서 도움을 주기도 해서 볼만하다. 아니, 사실 아랍어 자막에 러시아어 더빙이라도 챙겨서 봤을거다...

오프닝은 나름 하이라이트 부분을 모아서 세피아톤으로 보여주는데 솔직히 화면 답답해ㅠㅠ 새로 찍어서 색감도 깔끔하던데 노이즈를 너무 강하게 줘서 그닥 임팩트있는 오프닝은 아니다. 돈많이 들인 전쟁장면을 넣고 싶은 심정은 알겠지만 어차피 두고두고 나올거 주요인물이나 좀 오래잡고 훑어줬으면 좋겠다고 불평하면서도 이건 이 장면 이건 이 장면 끼워맞추고 있더라.

아무튼 오프닝 후 삼국지라면 당연히 따라오는 천하정세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는데 가차없이 황건적 부분은 커트. 보통은 황건적의 난. 십상시의 하진 주살, 보복으로 십상시 살해, 난장판 속에 동탁 등장으로 끌고나가는데 다 쳐버리고 동탁이 이미 상국으로 앉아 권력을 틀어쥔 상태로 등장. 이런 시작의 장점이라면 역시 조조의 부각이 쉽다는 점. 동탁의 재채기 한 번에 떠는 조정을 보여주면서 조조를 등장시킨다. 자막이 없는 관계로 정확한 대사는 알 수 없지만 신하들이 모두 몰려나간 빈 조정에서 신을 신으며 내시의 턱을 들어올리며 무언가 나직나직 말하는 조조는 격한 동작 없이도 시선을 모은다.

조조역을 맡은 진건빈은 스틸만 봐서는 너무 풍채가 좋아서 조조라니 좀...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적벽>의 살랑살랑 자태만으로 사람을 홀린 작고 아름다운 장풍의 조조를 본 뒤라 더더욱 곰같은 조조라고 걱정했는데 이게 웬걸. 짧게 헤헤하고 내뱉는 웃음소리부터 범상치가 않다. 원외의 성질을 긁어놓고 헤헤히히히하고 웃음을 날리고 가버리는 조조라니 얼굴은 곰인데 곰안에 여우가 있어요. 찾아보니 이분 연기베테랑에 중희 교수님인 모양이다 그럼 그렇지...

삼국지의 다른 인물들이 그렇듯 조조의 이미지도 상당히 전형적으로 잡혀있지만 사실 동탁 즈음의 조조는 답지않게 무모한 행동가로서의 모습이 보이는데 여기의 조조가 딱 그렇다. 초대받지도 않은 왕윤의 잔치에 쳐들어가는 장면이나 진궁 앞에서 자기 속내를 드러내는 부분이나 그 머리좋은 야심가 조조가 한 일로 어울리지 않는 허술한 암살미수지만 그만큼 나라꼴은 개차반이고 그 원인도 명백한 상황에서 무언가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들끓고 있는 모습이 젊을적 기도위로 있으면서 건석의 숙부를 장살시켜버린 사건에서 이어지는 연관성이 보여서 조조라는 인물을 만드는데 한몫 해준달까. 그리고 목숨을 건 도피에서 얻은 깨달음을 실행에 옮기고 18로 제후를 움직이는 능력 역시 본내추럴 촉빠인 나도 객관적인 스펙을 놓고보면 조조가 삼국 군주 중 제일이라고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유능함을 보여주고.

이렇게 두루두루 잘나고 근사하니 또 조조가 먼치킨인 조조찬가냐라고 거부감이 생길법도 한데 안 그런게....여기 조조는 유비한테 반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게 절절하고 인간적이다. 그야말로 뜬금없이 등장했다 사라진 도원결의의 굴욕으로도 모자라 황건적 베이스나 공손찬 친분을 깔지 않은 덕에 듣보중의 듣보가 되어버린 유비가 문지기에게 굴욕을 당할때 백마탄 왕자님처럼 등장해서 구해주더니 그뒤로는 다들 무시하는 유비가 마음에 들었다는 사실을 숨기지도 않고 들이댄다. 술이 식기 전에 화웅을 베는 역사적인 관우 데뷔에서도 조조의 시선은 좌불안석하는 제후들 사이에서 혼자 태산같이 앉아있는 유비를 향한다.

<삼국>의 유비는 스틸에서는 흠, 유비같기는 하고...라는 감흥이었다. 조조의 외양이 너무 예상외었던데 비해서 유비는 참 유비같이 특색없이 온화하게 생겼더란 말이지. 정작 이 유비를 기대하게 된 건 예고편이 나온 뒤였다. 목소리가 취향직격ㅠㅠ 살짝 톤이 떠있는 차가운 목소리가 나직나직한 어조와 어우러져 몹시 몹시 취향이었던 것이다. 조조의 말이 가벼운 투인데도 마디마디 무게가 있는 편인데 유비의 말은 매끄럽게 얼음 위를 슉 미는 듯하면서 나직나직. 거기다가 유비하면 그려지는 인덕의 군주의 그림이 아니라 스틸도 예고도 시종일관 노하거나, 비통해하거나, 조용하게 존재감을 어필하는 모습이었던거지. 요는, 조조가 반할만한 인물로 그려진다는거다.

정해진 결말을 아는 눈에 친절하게도 드라마가 두 사람이 어긋날 수 밖에 없다는 걸 보여주는게, 앞에서 말했듯이 조조는 화웅의 목이 날아갈때, 혹은 그 이전 문지기 앞에서 이미 유비에게 호감을 가졌다. 그런데 유비는 자기를 들여보내준 은혜에도 크게 감격을 안 할 뿐더러 조조가 제후들을 꿇리고 들고 나온 조서가 거짓인걸 알자 표정에 서리가 낀다. 원술이나 다른 제후는 웃고 넘어가는데 유비는 이때부터 뭔가 본능적인 거부감같은 걸 느낀 것처럼.

원소와 원술이 그렇듯이 약속한 군량과 말은 보내주지 않고 원술이 오히려 유관장 세사람을 모욕하고 나서 조조가 직접 자기 군량을 유비에게 전해주고 대화하는 부분은 이 드라마에서 세우는 두 사람의 성격이 드러나는 부분. 예고편에 짧게 나오기는 했지만 풀 버전으로 듣고 있으니 시종일관 솔직하게 자기 심정을 탁 털어놓는 조조와 원리원칙을 말하면서도 조조나 다른 제후들의 심리를 간파하는 유비는 여포와 유관장 삼인의 싸움보다 더 멋졌단 말이지


원론을 말하지만 인간의  본성을 낱낱이 파악하고 있는 유비와 난세지만 천하를 얻어 능력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조조. 여기서의 유비는 고루한 이상주의자가 아니고 조조 역시 단순히 냉혹한 야심가가 아니다. 오히려 나이브한 건 조조쪽으로 느껴질만큼 인간의 바닥을 노려보는 유비는 날카롭고 솔직한 토로에도 조조와의 거리를 좁히지 않을만큼 냉정하다. 이런 유비 좋아...
 
난세에 태어나서 다행이라는 말은 진순신의 비본 삼국지에서 유관장 삼인의 대사로 등장한다. 진순신이 조조빠고 그 반작용...인지 관우까라 여기의 유관장은 좀 안스러운 면이 느껴질만하게 그려지는터라 이래저래 이 솔직한 대사는 피식 웃음이 나왔는데 같은 대사를 조조가 말하니까 이건 좀 감탄. 널리 알려진 인물을 구현하면서 이런 대사로 성격을 구축하는 부분이 좋다. 제후들이 동탁을 증오하는게 아니라 질투한다는 유비의 대사역시 그런 의미로 좋고 유비의 평생을 유지한 능력이었을 사람보는 안목의 일면 같아서 앞으로도 기대되고.


불타버린 낙양은 손견한테 넘기고 천자 겟하려고 동탁추격하다가 대판 깨지고 돌아온 조조가 굳이 유비한테 와서 원소의 위치를 묻는 것도 즐거웠다. 비록 조홍의 천하에 이 조홍은 없어도 되지만 형님이 없어서는 안됩니다-라는 멋진 대사를 날렸을 장면은 생략되어버렸지만. 조조가 원소가 어디있는지를 몰랐을리는 없는데 굳이 유비를 찾아서 같이 가자고 한건 회맹을 깨고 떨치고 나오는 순간에 유비가 함께하기를 바란 건 아니었을까. 원소의 입에 발린 말에 그럴까요? 하면서 시작해서 원소 까는 조조는 솔직하고 격해서 좋더라. 괜히 끼어들어서 이죽거리는 원술도 버로우시키고는 끝났다고 성큼성큼 나가는 조조나, 원소에게 나직나직 대꾸하는 유비한테 더 말할 필요 없다는 듯이 손목 붙들고 끌고 나가는 부분이나. 여기 조조는 호오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성격이 매력적이더라. 그에 비해서 좋든 싫은 시종일관 정중하게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유비도 오히려 존재감이 느껴지고.

유비, 조조와 함께 또 한축이 되는 손오의 군주 세사람, 손견, 손책, 손권을 그리는 방식도 꽤 재미있다. 스틸에서 옥새를 득템하는 손견 옆에 어린 손권이 있길래 비중이 높은가 보다 했더니 이건 비중이 높은 정도가 아니구나.

손견은 아마 옥새를 쥐는 순간이 인생의 절정이었을것 같은 느낌. 원술의 보급지연으로 고생을 하기는 하지만 두 아들이 든든하게 버티고 자라고 있고 천명을 뜻하는 옥새가까지 손에 쥐었으니. 강동호랑이다운면을 유지하던 손견이 옥새를 손에 받자 홀린듯이 표정 유지 못하고 웃으면서 떠는 장면은 좋았다.손견-손책이 다른 부분이 옥새에 대한 집착이었으니까. 손책이 진정한 신세대라는 생각이 들었던게 옥새를 미련없이 병사 얼마와 바꾸는 패로 내던질 수 있었다는 점. 이미 끝난 왕조의 돌덩이에 연연하지 않고 자기 능력으로 세력을 쫙쫙 넓혀가는 기세가 좋았다, 그에 비해 손견은 끝끝내 옥새를 내던지지 못하고 그때문에 목숨까지 잃었으니까 이건 야만의 땅 취급받던 남쪽출신의 컴플렉스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어쨌거나 드라마에서 옥새의 유래를 줄줄 읊으면서 그거 화를 부르는 물건이에요 아버지-하고 종알종알 거리는 중모는 영리한테 잔망스럽더라. 나중에 제갈각이 나귀가지고 글장난으로 받아치는 걸 보면서 이뻐했을법 하기도 하고. 그 이전에 동탁의 사자로 온 이유를 물먹이는 부분은 귀엽고 흐뭇했지만.

공홈에서 기사들을 뒤져보니 그동안 삼국에서 유비-조조에 밀려 숫자하나 보태주는 것 말고는 별로 한것 없는 것처럼 그려지는 손권을 꽤 띄워줄 모양인듯 하다. 조조가 감탄했던대로 아들을 낳으려면 마땅히 저런 아들을 낳아야한다는 감탄을 들었던 젊은 군주로서의 면을 보여주겠다는데...걱정되는게 중모가 형님 비중을 잡아먹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것. 손권에 대비해서 손책을 같이 부각시켜주면서 대비시켜주면 좋을텐데 여기서의 손책은 포동하고 뽀얗고 준수하고 웃는게 귀엽기는 한데-왜 중드쪽 카페에서 사일사일 노래를 부르던 분들이 있는지 알겠더라 볼 깨물어주고 싶어 진짜 조운이었으면 오래오래 행복할텐데ㅠㅠ- 아직은 동생에 비해서 영웅으로서의 면모가 별로 안 보인단 말야. 용맹은 한테 지모는 모자란 체육계인물처럼 보여서. 물론 종알대는 동생한테 조용히하라고 눈치주면서 입다물게 하는 부분은 큰형이라는 느낌이 들었지만. 지모있는 미래의 군주로 손권을 띄워줄거면 소름끼치게 폭주하는 면을 좀더 띄워주거나 해도 좋을텐데 원체 굇수들이 난무하는 중이라 손책의 광휘는 손권에 비해서는 좀 부족하다...원소-원술이 손견을 붙들고 옥새내놓으라고 할때 손견이 원소에게 칼을 겨눌때, 손책이 병사들 사이에 섞여있지말고 원술이라도 위협하고 있었으면 목을 그어버릴수 있었던 인간 밑에서 굴욕을 감내하는 손책같은 구도가 그려졌을텐데 아쉽다.

아무튼 장차 삼국을 이루고 끌고갈 군주들이 다 모인 이별장면은 그것 하나만으로도 아무튼 제작진한테 삼백배해야할 장면이었다. 서로 보중하라고 인사하는 유비-손견-조조에 똘망똘망하게 인사하는 손권의 볼을 쭉 늘이고 턱을 쓰다듬어주는 조조라니. 현기증 나...ㅇ<-<

인물 인물간의 디테일에 신경을 더 써서 그런지 84부작의 파워풀함은 덜 하지만 이런 식의 새롭고 선명한 해석들이 개연성있고 즐겁게 쌓여준다면 이번 삼국도 기다린만큼 기쁘게 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사마의 옆에 있는 오리지널 여캐와 유비의 해석이 달라진만큼 승상님의 해석도 상당히 달라질 거라는 기사는 한조각 먹구름일지 무지개일지는 아직 모르겠지만.이전의 군신관계와는 좀 다를 거라니 뭐야...노년의 심경을 상세하게 다뤄준다니 그건 또 뭐고...사마의와 조조의 관계도 달라진다던데...아무리 조조가 매력적이어도 촉빠 승상빠인 나는 승상님이 기대 이하라면 울수밖에 없다고ㅠㅠㅠㅠ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