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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 Carlo/TH

SOUTH POLE

neige 2016. 1. 17. 23:55






1월 31일 초연하는 창작오페라 남극점


아문센과 스콧이 남극점 최초 발견 타이틀을 두고 경쟁한 그 이야기 맞음.

제대로 기사 읽을 때까지 그래서 햄슨이 아문센인가 스콧인가, 둘 중 하나가 죽었던 것 같은데 누구였지, 같은 영미계니까 햄슨이 스콧인가, 아냐 그럼 비야손이 노르웨이사람으로 나오는 건 좀 이상하잖아, 에이 둘이 부자 관계로도 나왔는데 이 동네에서 그런 고증 의미 있나 등등 멀찍이 떨어져서 관심을 가지는 둥 마는 둥 하고 있었다.


관심을 가지는 둥 마는 둥 했던 건 일단 창작오페라에 대한 두려움이 제일 컸고, 다음은 소재가 너무 관심 없는 소재라서...

극한의 땅에 도전한 인간의 놀라운 의지와 희생정신 등등 그런 수식어를 붙이기 좋지만 로마 제국 이래로 유럽인들의 모험은 서방세계 사람이 아닌 입장에서는 마냥 찬양해주기 미묘한 것이 많은데 특히 아문센과 스콧의 남극점 대결은 1차대전 직전으로 제국주의의 팽창기와 맞아떨어지고 그 이후 패자에 대한 칭송과 예우 역시 그 논리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것이라서 하여간 그래 역시 오페라는 1세계 장르인 거지 쳇 이런 상태.


하지만 언제나 본인의 일에 충실한 햄슨은 또 슬슬 관련 트윗이나 짤을 올려주고 계시는 관계로 엣헴 그럼 어디 약을 또 사볼까 하고 있음. 월드 프리미어에다가 여기저기서 중계해준다는 걸 보니 많이들 보라고 해주는 건데 그럼 또 챙겨봐야지. 5년짜리 프로젝트라 세금도 엄청 많이 들어갔을 텐데 완전 멀리 떨어진 곳에서라도 보면 그쪽 세금도 의미있지 않을까. 햄슨 인터뷰도 할 텐데 그건 별로 기대 안함 바이에른 국립극장에서 올리는거라 어차피 독일어로 인터뷰 하시겠지... 



약간 기대치를 가지고 있는 건 '더블 오페라'라는 것.

리허설 짤을 보면 이렇다.






회색 팀이 아문센의 노르웨이팀이고 검정 팀이 스콧의 영국팀인데 내 시선은 반사적으로 오른쪽에 무릎 꿇고 있는 햄슨쪽으로 달려가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면 무대 가운데 둘 사이에 각목으로 금 그어놓은 것이 보이는데 저 선을 기준으로 두 팀의 여정이 동시에 보이게 된다. 시각적으로 2분할 화면으로 보이게 될텐데 음악적으로도 햄슨의 아문센팀은 모두 다 바리톤, 비야손의 스콧팀은 전부 다 테너로 구성되어 있다는데 두 팀의 차이가 음악적으로 명확하게 구분이 되겠구나 하는 동시에 햄슨 목소리 잘 들리겠나ㄷㄷ 하고 있음. 잘 들리게 짰겠지. 가면무도회 때도 걱정했는데 의외로 잘 들리던데 애초에 그런 거 다 고려해서 부르지 않겠음? 연출적인 장치로 기대한다고 하면 가식이고, 저러면 햄슨도 쭉 오래오래 무대에 나올 테니까 그게 좋음<-제작진이 여길 오겠어? 온들 한글도 모를텐데 구글 한영번역의 허접함을 믿는다ㅋ




 

뭔가 경쟁하는 두 사람을 표현하는 연출이겠지... 


내가 그렇게 싫다고 꿍얼거렸던 회색 후리스 그거 아마 아문센을 연기하기 위한 메소드 소품이었나 봄. 이게 5년 걸렸다니까 안 엎어지고 확정된 시점부터 회색 후리스 입고 아문센의 마음으로 생활하신 것 같음...은 무슨ㅋㅋㅋㅋ 아문센과 스콧이 복장부터 달랐고 그게 성패를 가른 요인 중의 하나로 꼽히는데 아문센은 북극 인근에서 지낸 경험을 살려 순록 옷을 입었고 스콧은 모직 옷을 입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스콧의 모직 방한복은 추위를 제대로 막아주지 못했지만, 그 무대적인 변형은 아문센 쪽보다 멋있으니 일말의 보람이 있지 않을까. 





앞에서 보면 노르웨이팀은 이런 의상.  

장갑 좀 귀엽고 오버롤 비슷한 바지도 좋긴한데 무대에서 그냥 정장 수준으로만 입어도 3분만 지나면 땀 엄청 흘리시는데 저렇게 입고 무사하실까 걱정스러움ㄷㄷ 서울 올 때까지 컨디션 관리 잘하셔야 할 텐데....





아문센과 스콧 중에서 주인공으로 삼기에는 스콧이 편할 텐데 어떨지는... 비야손 표정 좋다.


가물가물한 배경 지식을 보충하느라 속성으로 아문센과 스콧의 이야기를 찾아본 결과, 극지방 탐험의 리더로 스콧은 완전 실격이라는 인상이었는데 그렇다고 아문센이 좋은 리더였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음. 혼자 먼저 무리하게 출발했다가 팀원 버리고 혼자 귀환해서 부하가 나머지 사람들 챙겨서 데려오고 나서 대판 싸웠는데 그걸로 그 부하는 탐험대에서 뺀 것까지는 좀 심했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성공 후에 귀환해서도 그 사람 완전히 몰락하도록 따 시켰다는 거 보고 크으 역시 인간 성격 나쁘구나 싶어서 아주 기대 중. 


스콧보다 먼저 남극점에 도달한 뒤에 편지 남긴 것도 여기까지 오느라고 수고했다 간발의 차로 늦었지만, 너도 수고했으니 살아서 꼭 다시 보자 그런 훈훈한 내용 아니라 나 다음에 그래도 젤 먼저 올 사람이 너 같으니 내 편지 좀 우리 왕께 부쳐줘라-라는 내용이었다는 거 처음 알았음. 어릴 때 아문센 전기 읽은 것도 같은데 개 죽이는 이야기만 기억에 남고 편지가 그런 내용이었다는 것 없었던 듯. 스콧의 준비가 아무리 미흡했다지만 그 편지 읽으면서 느꼈을 실망과 모멸감을 생각하면 이거 오페라에서 꼭 다뤄줬으면 좋겠다.


당시 노르웨이는 약소국이었고 영국이 초강대국이던 시절이라 스콧의 실패는 영웅담으로 바뀌었고 아문센은 또 아문센대로 비인도적이었다 비겁했다 운빨이다 등등의 공격을 받고 영국학계에 불려가서 자신의 성공을 굴욕적으로 검증받아야 했으니 완전깔끔통쾌한 승리는 아니기는 하지만.





이거 귀여웠다ㅋㅋㅋ

왼쪽의 전동설상차가 스콧팀, 오른쪽의 개썰매가 아문센팀.

스콧팀은 조랑말도 같이 데려갔는데 개썰매를 이용하지 않은 건 품위가 없어서였다는 설이 있다...영국장교들은 정말ㅠㅠ 문제의 설상차는 너무 추워서 고장 나고 말도 추워서 얼어 죽거나 크레바스에 빠지고 결국 사람이 무거운 쇳덩이를 끌고 가느라 체력소모가 심했던 것도 스콧의 실패 요인. 반면에 아문센은 말은 너무 많이 먹고 추위를 못 견딘다는 걸 파악하고 난 후 처음에 시도하려던 건 북극곰 썰매ㅋ 앞에 코카콜라라도 달아주려던 걸까 생각하기에는 당시는 아직 코카콜라 안 나왔던 시기 아닌가 뭣보다 북극곰의 흉폭함을 생각하면... 아마 유럽에는 대대로 서커스에서 곰이 빠질 수 없는 존재였던 탓도 있겠지만, 발상이 너무 대단해ㅋㅋㅋ 안전성 문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결국 채택된 건 개썰매. 말보다 적게 먹고 추위에 강하기 때문에 개를 데려갔는데 알려진 대로 아문센은 이동 중에 약해진 개는 죽여서 다른 개의 먹이로 줬고 이 때문에 비인도적이라는 비난을 아직까지도 사고 있다. 나도 읽으면서 싫긴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그게 최선이었다면 납득은 할 수 있긴 함. 납득인거지 납득. 


그래서 무대에 펭귄은 아마도 안 나올 예정인데 개는 중요하게 나오는 듯.





첫 번째 리허설에서 아문센의 개들을 연기 중인 앙상블들, 오른쪽은 개 우리에서 객석 쪽을 보는 각도. 소품과 의상은 모두 임시적인 것





왼쪽이 작곡가 오른쪽이 연출가. 사실은 연출가가 무대에 동물 넣는 거 좋아한다고. 

요새 오페라 월드 왕은 소프라노도 테너도 지휘자도 아닌 연출가라서ㅋ






찾아보니 로엔그린에 쥐떼 넣으셨던 분.


프로덕션 컨셉 이미지 중에 오른쪽 끝에 실루엣으로 묘사된 게 개로 추정되는데 이것도 한 가지 더 기대되는 부분. 극한 여정에 개도 함께 달려갔지만, 영광은 인간이 가지는 거고 개는 동료가 죽고 죽은 동료를 먹어야 사는 최악의 상황에 빠지는 건데 이런 식으로 뭔가 다뤄준다고 하면 그건 보고 싶다. 실제로 스콧은 남극점으로 가는 도중 펭귄의 생태연구도 같이하려고 했는데 이마저도 실패해서 수확은 펭귄 알 세개가 전부였다니 아마 그래서 더 펭귄은 무대에 못 나오는 건 아닐까.


음악적으로 더 공개된 건 없는데 무대에 팀별로 피아노가 한 대씩 주어질 거고, 두 탐험대의 문화적인 배경이 드러나는 음악이 각각 다뤄질 거라고. 양쪽팀은 모두 베이스캠프에 피아노와 축음기, 레코드판을 가져갔는데 영국팀은 알람이 망가진 이후로는 카루소가 부른 카르멘의 돈 호세의 집착송 꽃노래를 알람 대신 썼다고. 특별히 스콧이 카루소를 좋아했다든가 그런 이유는 아니고 가지고 있는 판 중에 제일 시끄러워서.


 




위는 실제 스콧이 가져갔던 축음기와 스콧의 개.

비야손이 꽃노래 불러주려나 아니면 카루소 틀어주려나 어떻게 연출할까 궁금하다. 비야손도 돈 호세 한 적 있겠지. 들어본 적 없는데...





노르웨이팀을 상징하는 음악은 역시나 솔베이지의 노래...인데 사실 제대로 들어본 적은 없다.







이 포스터 독일 가서 훔쳐 오고 싶....ㅠㅠ




리허설 때는 또 이렇게 있는 두 사람 모두 좋으니까...봐야지.

작사가는 호주 사람이던데 가사 영어겠지...영어였으면 좋겠다...잘 돼서 영상물로까지 나와야 온전하게 볼 텐데 들인 세금과 후원금 등등을 생각해서도 영상물 나올 만큼 잘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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